'제2의 X파일'... 이번엔 MBC가 걸렸다

검-경-언 1억4000만원 전방위로비 비밀장부 나와

등록 2005.08.18 23:12수정 2005.08.1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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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9일 오후 1시 20분]

브로커 홍씨, 전·현직 국회의원에도 로비 의혹
정계·금융권·공무원 등으로 파문 확대


인력송출업체 선정을 위해 검찰·경찰·언론사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친 혐의를 받고있는 브로커 홍씨는 검·경·언 관계자뿐 아니라 정치권과 금융권, 공무원 등에도 로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전·현직 국회의원 2명과 보좌관 1명에게 38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넸다. 홍씨는 2003년~2004년 사이 이들의 사무실에 들러 후원금 명목으로 돈과 선물을 제공했다.

이는 인력송출업체 선정 건이 아닌 아파트 재건축 관련 로비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측은 "인맥과시를 위한 단순한 친목목적의 제공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측은 "국회의원과 정치인에 돈을 건넨 정황이 있지만 합법적 정치 후원금 명목으로 처리됐을 가능성도 있고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홍씨는 또 모 은행 지점장 등 금융권 관계자 수 명에 대출편의를 위해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는 이들 외에도 현역 군 장교과 세관, 세무서, 구치소 등 소속 공무원들에게도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홍씨가 로비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난 대상은 이미 드러낸 검찰 관계자 4명, 경찰 관계자 6명, MBC 관계자 7명 등을 합치면 모두 35명에 달한다. 경찰측은 홍씨가 네팔의 한 인력송출 기업으로부터 1억4천여만원을 받아 1억 3000여만원에 가까운 돈을 로비에 썼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은 홍씨가 일기장으로 사용한 A4용지 크기의 수첩에 기재된 내용으로 로비 대상 및 돈과 향응을 제공한 시기와 장소, 액수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경찰은 일기장에 나온 인사들을 상대로 직무와 관련해 금품이나 향응을 받았는지, 대가성이 있었는지 중심으로 조사를 계속 벌여나갈 계획이다.


[1신 : 18일 밤 11시 10분]

검-경-언 1억4000만원 전방위로비 비밀장부 나와


불법뇌물을 매개로 한 제2의 'X파일'이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네팔 인력 송출업체 비리와 관련, 지난 14일 경찰에 붙잡힌 브로커 홍아무개(64)씨의 비밀장부가 일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장부에는 현직 부장검사 등 전·현직 검찰간부를 비롯 총경급 경찰간부, MBC 보도국 기자와 간부 등 21명(18일 밤 기준)에게 향응과 뇌물을 제공한 내역이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같은 비밀장부 내역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검찰과 경찰, 언론계에 또 한 차례 대규모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삼성 X파일'과 관련, 도청테이프를 최초입수하는 등 정·경·검·언 유착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던 MBC로서는 수사결과에 따라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검-경-언 21명, 비밀장부에 수록... 검찰·경찰 자체 감찰 착수

현재 서울중앙지검과 서울지방경찰청은 홍씨의 장부를 토대로 검찰과 경찰, 언론사와 금융권에 이르는 전방위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같은 의혹이 드러난 것은 홍씨가 지난 14일 전북의 한 도시에서 경찰에 검거되면서부터다. 홍씨는 이미 올해 초부터 네팔 인력 송출기업 비리(사기)와 관련, 경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로비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 4월말 잠적했다.

잠적 당시 홍씨는 사기혐의 외에도 네팔의 한 인력송출 기업으로부터 1억4천여 만원을 받아 검찰과 경찰, 언론사 등에 전방위 로비를 펼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 기업은 홍씨에게 한국 산업연수생 파견업체로 선정되도록 도와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붙잡힌 홍씨는 16일 구속됐고, 자신이 보관하던 장부를 경찰에 제출했다. 이 장부에는 홍씨가 현직 부장검사나 경찰서장 등 사정기관 관계자들과 방송사 기자들을 만나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시간, 장소, 금액, 이름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 취재에 따르면 18일 밤 현재까지 장부에서 거론된 이름은 일단 21명으로 파악된다.현직 검찰간부를 비롯한 검찰 관계자 4명, 전직 경찰서장(총경급) 등 경찰 관계자 6명, 전직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및 기자 등 MBC 관계자 7명, 금융기관 관계자 4명 등에 이른다.

검찰 중에는 지방검찰청 B 부장검사, 서울고검 K 검사, 전직 검사 출신 K 변호사 등과 모 검찰수사관의 이름이 올라 있다. 경찰에서는 현직 총경급 간부 K씨를 비롯 경찰간부 6명이 포함돼 있다.

일단 검찰과 경찰은 확보한 홍씨 장부를 토대로 자체 내사에 착수했다. 홍씨 장부가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 감찰부는 17일부터 장부에 언급된 검사와 검찰 직원 등 3명에 대한 감찰에 들어갔고, 경찰청 역시 장부에 언급된 총경급 간부를 대상으로 감찰에 들어갔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본청 감찰부에서 이미 감찰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며 "총경급 간부에 대한 감찰은 본청 감사담당관실에서 따로 감사 감찰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장부에 언급되는 사람이 모두 드러날 경우, 사건 연루자는 훨씬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홍씨를 대상으로 장부상에 드러난 사람들과 어떻게 만났는지 조사하고 있는 단계"라며 "장부상에 이름과 직책이 모두 나와 있다"고 밝혔다. 또 "MBC의 경우 보조원들까지 합치면 더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MBC 측 "K 기자 100만원 수수 확인"... '검은 유착' 비판 부메랑되나

홍씨 장부에는 MBC 기자와 보도국 전 간부 등 7명이 끼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K 전 보도본부장, K 전 보도국장, H 부장, H 차장과 K, C, R 기자가 의혹에 연루돼 있다. MBC는 최근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자체 감사를 진행했다.

이들 대부분은 홍씨에게 돈을 받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장부에 이름이 기재된 MBC의 H 부장은 18일 밤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홍씨를 2003년에 만났지만 순수하게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며 "돈을 받았다는 것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홍씨는 자신에게 로비를 청탁한 네팔 인력 송출업체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시사프로그램까지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3년 로비 과정에서 자신이 돕는 업체의 경쟁상대인 M사 비리를 MBC에 흘려준 것. MBC는 2004년 1월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M사 비리를 보도했다. 경찰이 올해 초부터 홍씨를 수사하게 된 것도 이 프로그램이 계기가 됐다.

오정우 MBC 감사실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시사매거진 2580>에서 보도된) M사 비리건은 홍씨가 제보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전 K 보도본부장과 H 차장, 홍씨가 함께 식사한 것은 있지만 로비를 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MBC의 한 관계자는 "K기자의 경우 홍씨와 전부터 형님 동생 하던 사이였다"며 "자체 조사 결과 지난 2003년 홍씨로부터 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K 기자가 받은 돈은 프로그램과 상관없이 전혀 다른 명목으로 받은 돈"이라고 말했다.

이번 로비에 연루된 K 전 국장이 휴가를 내고 회사에 나오지 않는 것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오정우 실장은 "K 전 국장은 아이가 미국에 있어 미리 예정하고 휴가를 간 것"이라며 "절대 도망간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K 전 국장이 들어오는 대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물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MBC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자칫 'X파일 부메랑'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MBC는 최근 X파일을 최초 입수해 심층 보도하는 등 정-경-검-언의 '검은 유착'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지만 이번 로비 의혹에 연루되면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맞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생방송 음악캠프> 알몸노출 파문, 731부대 생체실험 영상오보 등 잇딴 악재가 겹치는 와중에 뇌물연루 의혹까지 일어나자 MBC 내부에서는 "곪을 대로 곪은 게 터졌다"면서 자성과 함께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브로커 홍씨는 누구인가... 평소 고위층 인맥 과시

검찰과 경찰, 언론사 간부 등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인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홍모(64)씨는 사업가 경력과 남다른 친화력을 이용해 각계 고위급 인사와 두터운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보인다.

홍씨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홍씨는 자신이 정·재계 및 언론계에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다고 말해 왔고, 한번 알게 된 사람들과는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홍씨는 MBC에 인맥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남다른 친화력을 발휘했다. 홍씨는 MBC 관계자들에게 같은 성씨임을 이용, 접근했고 이들과의 친분을 통해 다시 전 K보도본부장을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와 알고 지냈다는 H부장은 "홍씨 아들이 2002년 방송사 택배사업 선정에 입찰했다가 떨어졌으나 서로 명함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종씨라는 이유로 친분을 갖게 됐다"며 "이후 자신의 아들에게 잘해준다는 이유로 홍씨가 식사를 대접하면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홍씨에게 전 K보도본부장을 소개해준 것으로 알려진 H차장도 이 와중에 홍씨를 알게됐다는 것이 H부장의 설명이다. H부장은 "홍씨가 할아버지뻘이고 이뻐해주고 그래서 순수하게 친한 사이였다"며 "돈 같은 것을 받은 일은 전혀없다"고 밝혔다.

홍씨는 1990년까지 부산에서 건축업을 했고, 크게 부도를 내 현재까지도 부인 명의로 거액의 빚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후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기도 했지만 사채 이자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면하지 못했고, 지난해 말에는 사기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 안홍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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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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