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국정원장이 지난 5일 오전 옛 안기부 불법 도청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검찰은 지날 19일 국정원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압수물의 내용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국정원이 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CDMA) 휴대전화의 감청을 위해 자체 개발한 카스의 사용신청 목록과 일반 유선전화 감청장비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이 압수한 카스 사용신청 목록은 국정원의 감청장비 관리자가 장비를 언제, 어떤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누구를 수사하려고 사용하겠다는 내용의 부서별 요청서를 접수받아 정리해둔 것으로, 감청 대상자는 40∼50명 선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국정원의 전현직 관계자들에 따르면, 감청 대상자 40∼50명 가운데 상당수는 밀수, 마약 혐의자 등에 대한 합법 감청 신청 대상자이고 일부는 '국사모'와 '국강투' 회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단체는 각각 직권면직된 직원들(국사모)과 의원면직한 직원들(국강투)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둘 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국정원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그만두게 된 2∼3급 간부들로 구성돼 있고, 회원 수 또한 21명으로 같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직 간부 "비위혐의 직원들 대상으로 한 제한적인 감청은 고유권한"
이들은 특히 지난 99년 4월 1일 이종찬씨가 국정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직권면직되자 '국사모'를 결성해 소송을 내는 한편으로 2000년 총선에 출마한 이종찬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을 시도하는 등 '정치투쟁'을 전개해왔다.
실제로 200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사모'는 송영인 회장(전 제주지부 부지부장)이 이종찬 전 국정원장이 출마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해 이 전 원장을 공격하는 등 회원들이 자신들의 직권면직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려고 했으나 국정원 감찰실을 중심으로 전직 간부들을 '맨투맨'으로 집중 감시해 출마를 포기토록 했다.
또한 이 때문에 당시 '국사모' 일부 회원들은 야당인 한나라당과 연계해 국정원 정보를 정형근 의원 등 정치권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당시 국정원 감찰실(이건모 감찰실장)은 국사모 일부 회원의 총선 출마 및 야당과의 연계를 막기 위해 집중 감시하는 과정에서 불법감청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송영인 국사모 회장은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감찰실이 나를 포함한 회원들을 불법감청한 부분에 대해서는 6하원칙에 의해 알고 있다"면서 "당시 이건모 감찰실장이 나의 출마를 막기 위해 집사람(대학 교수인 아내) 학교의 학장을 두 번이나 만나 설득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송 회장은 이어 "그러나 정보기관 근무자로서 불법감청 실태를 잘 알기 때문에 국정원의 불법감청을 법적으로 문제삼을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당시 감찰실의 송 회장 등에 대한 불법감청 사실을 확인하려고 이건모 전 감찰실장에게 연락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아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와 관련 앞서의 고위 간부는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IMF 긴급구제금융 상황에서 국정원도 99년 구조조정 차원에서 600명 가까운 인원이 그만둔 데다가 영호남 갈등까지 겹쳐서 일부 직원들이 야당에 줄을 대는 등 2000년 총선을 앞두고는 피아(彼我)가 식별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그 때문에 임동원 원장 당시에 그 어는 때보다는 엄격한 감찰활동이 전개되었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국정원은 감찰실을 중심으로 2000년 총선 당시 전직 직원들의 정치활동을 감시하고 이들과 연결된 일부 현직 직원들이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는 것을 탐지하는 과정에서 일부 불법감청을 실시했다"면서 "그러나 이런 것까지 외부에 공개하고 문제 삼으면 국가정보기관의 존립근거가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지난 5일 발표한 '과거 불법감청 실태보고'에서 "99년 12월 이동식 휴대폰 감청장비(카스) 20세트를 개발해 2000년 9월까지 약 9개월간 사용한 후 기술적인 한계로 사용을 중단했다가 2002년 3월 '유선 중계통신망 감청장비'와 함께 전량 폐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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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정부 불법감청 대상은 주로 전현직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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