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일주도 식후경, 막국수집 찍고 찐빵집 찍고!

[바다... 해안선을 따라가며 보다 1]

등록 2005.08.21 23:07수정 2005.08.2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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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대관령목장
새벽녘 대관령목장김용완
우리 나라는 삼면이 바다다. 각각의 바다가 내뿜는 매력도 다양하고 개성 넘친다. 시원하고 짙푸른 동해, 아기자기하고 개성 넘치는 남해, 풍부한 자원들이 가득한 서해까지 하나로 연결된 바다지만 그 바다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느낌과 풍경들은 사뭇 다르다. 4일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해안선을 따라가며 바라본 우리 바다의 멋진 풍경들을 이곳에 소개하고자 한다.

내 나라의 바다를 보고 싶어 떠난 길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부모님 말씀이 귀에 사무치도록 다가왔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또 다시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서고 싶어지는 것은 아마도 쉽게 고치기 힘든 유쾌한 역마살 때문인지 모르겠다.


전국일주도 식후경? 40년 전통의 막국수 집을 찾아 가다

46번 경춘 국도. 여행의 첫 번째 행선지를 춘천으로 결정했다. 바다 보러 가는데 웬 춘천인가 생각하겠지만 몇 달 전 맛보았던 막국수의 기억이 이곳으로 이끌었다는 것이 가장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옛말에 오감 중 입맛이 가장 솔직하다는 말이 있다. 여행에서의 멋진 풍경이나 사진들이 오랫동안 추억을 간직하게 해주지만, 이보다 앞서는 건 입맛일 터. 초등학교 때 읽었던 동화 중에 병 들어 누운 어머니를 위해 한겨울 딸기를 찾으러 떠난 효심 지극한 자식의 이야기도 생각이 난다.

'실비막국수'집 막국수
'실비막국수'집 막국수김용완
기자가 첫 행선지로 향하고 있는 곳은 춘천의 ‘실비막국수’집이다. 몇 달 전 회사 업무 차 찾았던 춘천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우연히 들렀던 곳이 이제는 춘천을 찾으면 꼭 가야할 나만(?)의 명소가 돼버렸다.

까다로운 기자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니 40년 내공의 조리장 손맛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막국수가 오랜 여행길의 원기(?)를 북돋워줄 것으로 생각지는 않지만 한여름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이 가져다주는 깔끔한 느낌은 기분 좋은 여행길의 시작이 되기에 충분했다.


‘실비막국수’ 집은 춘천시 소양로 2가 강원도청 초입의 언덕길에 위치한다. 잘 정돈된 인테리어나 근사한 간판 하나 없지만, 택시기사에게 막국수 잘하는 집을 물었더니 여기로 안내해줘 찾아왔다는 한 중년부부처럼, 이곳은 춘천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또 여느 유명 식당들처럼 다녀간 스타의 사인과 소개 글들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즐거운 상상을 하게 한다. 구수하면서 입안에서 감칠맛 나게 혀를 감도는 양념 맛이 인상적이다.

오후 2시를 넘어서면서 해도 서서히 시계의 바늘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갈 길은 멀었는데 춘천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아 서둘러 길을 재촉했다. 다음 목적지는 홍천. 홍천하면 옥수수하고 인삼 등이 유명한 고장인데 춘천에 이어 홍천을 찾는 이유 역시 맛집 때문이다. 바다를 보러간다고 해놓고선 먹을 것만 찾고 있으니 바다 보러 간다는 것이 핑계가 돼버리진 않을까 걱정스럽다. 하지만 이어지는 여행기와 함께 각 지역의 맛깔스러운 먹거리들이 '쭈~욱' 이어지니 계속되는 여행기를 주목해 주시라.


홍천 '옥수수찐빵'집
홍천 '옥수수찐빵'집김용완
5번 국도. 춘천에서 5번 국도를 타고 홍천으로 내달린다. 홍천에 이르러서는 군청을 지나 다시 44번 국도를 타고 서석면에 다다르면 홍천 삼생정보화마을이 보이고 100m전방에 홍천 옥수수찐빵집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집으로 몇 박스 보내고 간단히 먹을 몇 개만 구입해서 다시 길을 나섰다.

그냥 그런 찐빵이면 애써 이곳까지 찾을 이유는 없다. 맛보기 전에 알 수 없는 음식에 대한 멘트는 보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도 고통스럽지만, 그 형용할 수 없는 맛깔스러움을 몇 자 안 되는 글로 소개하고자 하는 이의 고충도 그에 못지않다.

찐빵은 맛은 속이 결정한다. 보통은 찐빵 속에 들어가는 팥고물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인데 이곳은 반죽에 옥수수맛이 나도록 한 것이 다른 지역 찐빵과 다른 점이다. 맛보기 전엔 모르겠지만, 선험자의 경험을 말하자면 정말 맛있다.

오전에 강하게 내리쬐던 태양이 어느새 짙은 먹구름으로 가려지면서 이내 비가 올 기색이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오늘 어디까지 가야할지도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강릉? 동해? 아침 일출을 동해에서 보아야 한다는 생각과 대관령 목장에서 초록빛의 드넓은 초원이 보고 싶은 심적 갈등이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계속 이어졌다.

오대산으로 향하는길...
오대산으로 향하는길...김용완
오늘 어디로 가야할지 아직 결정도 나지 않았는데 시간은 벌써 5시를 넘기고 있었다. 하늘은 뾰로통한지 비를 내렸다 그쳤다 심술을 부리고, 길은 어느새 31번국도 운두령 정상을 힘겹게 넘어와 오대산 언저리에서 한숨을 고르고 있었다.

오대산 국립공원이 유명하다고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월정사 입구의 운치 있는 길도 걷고 사찰도 찾아가 산책하고 싶은 생각이 커졌지만 오늘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머리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져 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막연히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 외에 이렇다 할 여행계획을 준비하지도 않은 여행길이라 첫 날의 방황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대산 방아다리 약수
오대산 방아다리 약수김용완
잠시 차를 세워 고민하다 오늘은 방아다리 약수를 거쳐 대관령 목장으로 가서 하룻밤을 묵어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을 내린 후에야 어두워지는 길 위에서의 여행 첫 날이 좀 더 순조로워 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속사를 지나 오대산 방아다리 약수가 있는 길로 방향을 틀었다. 한적한 길을 달리면서 오대산의 웅장하고 깊은 산세를 실감한 지 30여분, 어느새 방아다리 약수터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방아다리 약수는 정선의 화암약수나 CF로 유명한 초정리 약수, 인제 방태산의 방동약수 등과 같은 탄산약수다.

방아다리 약수터 오르는길
방아다리 약수터 오르는길김용완
단맛과 톡 쏘는 탄산이 빠진 사이다 같은 느낌이지만 위장병에 좋다는 소문 때문인지 해가 어둑어둑해질 무렵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약수통을 들고 약수터를 점령한 상황이었다. 약수 한 잔 마시고 도로에서 방아다리 약수터로 이어졌던 전나무 숲길을 다시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산속이라 빨리 어두워진 길은 붉은색 가로등이 외롭게 비추고 있었다. 약수터에서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곳을 찾은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여행 첫 날 대관령에서 밤을 지새다

다시 차에 몸을 실어 강원도 횡계로 달리기 시작했다. 30분 전까지만 해도 안개등만 켜고 달리던 길이 이제는 헤드라이트까지 켜야 할 만큼 어두워졌다. 하늘은 여전히 뾰로통해 있었지만 기자의 마음은 서서히 길 위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길을 나설 때의 막연함 불안감이나 인터넷과 텔레비전 없이는 못살 것 같은 일상생활 속에서 느꼈던 마음들이 어느 정도 지워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녁 7시 30분 횡계. 대관령으로 들어가는 길은 여전히 불편하다. 몇 년 전 찾았을 때 6km가 넘는 길이 자갈과 돌들로 이어진 불친절한 길이었는데 그 길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목장 입장에서는 찾는 이의 방문이 불편한 모양이네…’혼자 중얼거리며 달려가는데 하늘에선 구름 사이로 별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루 종일 삐쳐있던 하늘이 기분이 좀 풀린 모양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창문을 내리는 순간 움찔했다. 엄청난 강풍이 차안으로 밀려들어왔고 창문을 닫은 후에도 창문 밖에서 ‘휘에~~엥~ 휘~~엥~’거리는 것이 먹이를 찾는 짐승처럼 무섭게 울부짖는 듯 했다. 매서운 강풍이 몰아치는 비포장 도로 길. 드넓은 초원에서의 아침을 꿈꾸며 칠흑 같은 어둠속으로 자동차는 겁 없이 질주해 들어갔다.

대관령 목장 초원. 아침부터 엄청난 강풍이 불어와 나무와 풀들의 움직임이 꼭 춤을 추는 듯하다.
대관령 목장 초원. 아침부터 엄청난 강풍이 불어와 나무와 풀들의 움직임이 꼭 춤을 추는 듯하다.김용완

바람의 위력? 초원의 풀들이 형체를 알수 없을만큼 심하게 흔들린다
바람의 위력? 초원의 풀들이 형체를 알수 없을만큼 심하게 흔들린다김용완

덧붙이는 글 | -첫날 여행경로
서울 -> 남양주 -> 경춘국도 -> 춘천 실비막국수집 -> 공지천 -> 5번 국도 -> 홍천 -> 옥수수찐빵집 -> 운두령 -> 오대산 방아다리약수 -> 횡계 -> 대관령 목장

-이 기사는 김용완 기자의 홈페이지 '혼자서 떠나는 여행'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첫날 여행경로
서울 -> 남양주 -> 경춘국도 -> 춘천 실비막국수집 -> 공지천 -> 5번 국도 -> 홍천 -> 옥수수찐빵집 -> 운두령 -> 오대산 방아다리약수 -> 횡계 -> 대관령 목장

-이 기사는 김용완 기자의 홈페이지 '혼자서 떠나는 여행'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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