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다랭이마을 풍경김용완
어렵사리 도착했는데... 온 세상이 어둠으로 덮여버렸네
아침에 조금 서둘렀으면 다랭이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수 있었을 텐데, 해는 지고 날은 어두워져 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언덕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사진 촬영하기 좋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따뜻한 느낌의 초승달과 하나 둘씩 불이 들어오는 집들의 야경은 기자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차를 세워놓고 트라이포드와 카메라를 설치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멋들어진 풍경 앞에서 사진 찍는 재미는 솔솔 했지만 부위를 가리지 않고 물어뜯는 모기와 도로 위 비탈길에서 촬영하는 기자를 발견하고도 라이트를 켠 채 부담스럽게 관심을 보이는 차량들 때문에 촬영은 가끔씩 중단되곤 했다. 촬영과 중단을 반복한 지 한 시간. 시간은 속절 없이 흘러가고 이내 철수해야 할 시간이 다가 왔다. 아쉬움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마을을 지나 남해의 해안을 따라 포장된 1024번 지방도로는 밤에는 위험하다. 가로등이 없는 구간이 많고, 바닷가 낭떠러지가 도로 바로 옆으로 나있는 구간이 많아 조심해서 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끔씩 라이트 앞으로 돌진하는 개구리나 뱀의 출현은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며, 웽웽거리며 귓가를 맴돌며 기자를 상대로 포식을 하고 있는 모기는 반갑지 않은 또 다른 공포의 대상이었다.
밤이야 낮이야... 탄성이 절로 나오는 광양제철소
거대한 기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연기. 남해의 어둠과 대비되는 어마어마한 야경. 광양제철소다. 남해에서 빠져나와 여수로 가는 도중 길을 잃어 버렸는데 우연히 찾아간 곳에 광양제철소의 모습이 보이는 곳에 도착한 것이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강 건너 제철소로부터 느껴졌는데, 대단한 풍경 앞에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본능처럼 다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거대한 기둥과 엄청난 힘의 상징 제철소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촬영을 시작하는데 몇 달 전 관람했던 마이클 케냐(Michael Kenna, 1953~ , http://www.michaelkenna.net))의 사진이 떠올랐다. 산업화시대의 삭막한 모습들을(혹은 대상들을) 아름다운 풍경 사진으로 승화시킨 그의 작품들은 마이클 케냐를 전 세계적에서 가장 사랑받는 사진가로 거듭나게 했다.
자정이 다된 시간. 저 멀리 여수 돌산대교의 야경이 피로에 찌든 기자의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