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호미곶 일출김용완
여행 3일째. 휴대폰 알람이 목이 터져라 울어대는데도 못 일어나고 늦잠을 자버렸다. 호미곶 광장에서의 일출을 촬영하기 위해 알람을 새벽 5시로 맞춰 놓았는데 끄지도 못하고 일어나지도 못한 걸 보면 많이 피곤한 모양이었다. 하긴 어제 저녁 자정을 넘긴 시간에 도착했고, 거의 18시간 가까이 운전하며 돌아다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영덕에서 게로 몸보신(?) 했다지만 효과는 별로 없어 보였다.
해가 동해에서 갓 떠오르려는 순간 눈을 떴다. 부랴부랴 장비를 챙기고, 모자며, 신발을 신고 광장으로 뛰어나갔다. 이곳에서 일출을 감상하지 못하면 어제 저녁 힘들게 찾아온 노력이 물거품이 될 상황이었다. 카메라와 트라이포드를 어깨에 짊어지고 저 멀리 보이는 바다속 손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광장에 나와 있었다.
가족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 연인과 함께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까지 아침에 꽃단장들은 언제 했는지 모르게 세련된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반면 허름한 반바지에 검에 타버린 얼굴 위로 덥수룩하게 난 수염, 푹~ 눌러 쓴 벙거지 모자까지 카메라만 들고 있지 않았다면 기자의 행색은 꼭 그것(?) 같아 보였다.
강렬한 빛을 발하며 떠오르는 태양이 광장의 조형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호미곶에서의 아침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힘차게 떠오른 해는 잠깐 동안의 일출 공연을 마친 뒤 무대 뒤, 구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아쉬워하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렸지만 그래도 기념사진에 여념이 없는 피서객들의 셔터 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아쉬워야 또 오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