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목장의 두 모습. 사람이 다가가도 꿈쩍하지 않는 양이 인상적이었다.김용완
차가 전혀 달리지 못하고 빨간색 경고등이 표시되는 것이 아차차 이건 아니다 싶었다. 여행 하루 만에 바다는 보지도 못하고 이곳에서 차가 고장 나면 더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얼른 차를 포장된 도로로 되돌려 놓고 차에서 내려 카메라 장비와 옷가지를 챙겨서 걸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카메라와 트라이포드 그리고 카메라 가방까지 둘러메고 길을 오르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아직 어두운 새벽인데다 어제 저녁부터 먹이(?)를 찾아 "휘에~~엥~ 휘~~엥~"거리던 녀석들을 내가 직접 부딪쳐야 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무서웠다.
대관령의 바람은 정평이 나있다. 정상 부근에 우리 나라 최초(?)로 알려진 풍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을 정도다. 지난 번 찾아 왔을 때도 몇 기의 풍력발전기가 있었지만 이를 상업적으로 생산한 것은 처음이다. 어제 저녁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목장으로 들어오던 길 한편에 풍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현장사무소가 마련돼 있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만큼 바람이 세다.
한편 엄청나게 불어오는 바람은 무서운 소리와 함께 드넓은 초원의 나뭇가지와 풀들을 쓸었다 되돌렸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차에서 걸어 올라간 지 얼마 안된 곳에 괜찮은 촬영 포인트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 새벽에 엄청난 바람을 맞으면서 정상까지 갈 수는 없다며 스스로 핑계대면서 목장 초입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목장의 새벽을 촬영하며 두 번째 날은 밝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