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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안읍성 중앙부에 위치한 '큰샘'이라 불리는 공동우물 하지만 작고 보잘것 없어 보인다 ⓒ 서정일
마을 중앙에 샘이 하나 있다. 그것을 마을 사람들은 '큰샘'이라 부른다. 하지만 모양을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터무니없이 작다. 물이 솟아 고여 있는 곳은 거의 평지나 다름없고 물을 기를 수 있는 입구는 좁아 한 두 사람이 겨우 물바가지를 들 수 있을 정도.
또한 넘쳐흐르는 물을 따라 빨래를 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고랑은 그 너비가 어른 한 뼘 보다 작다. 도대체 이렇게 하찮게 보이는 샘을 사람들은 왜 '큰 샘'이라 부르며 애지중지했을까? 더구나 예전에 인근 세 개 마을 주민 팔백여명이 함께 썼다고 하니 더더욱 아리송해진다.
일반적으로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공동우물은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게 사실이다. 넓이에서도 그렇고 깊이에서도 그렇다. 그렇다면 낙안 읍성 내엔 우물이 이곳밖에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집안에 있는 우물을 포함해서 네 곳이 더 있다. 큰 샘이라 불리는 우물보다 모양새에선 더 괜찮아 보이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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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다른 곳에 있는 우물이 큰샘보다 좀 더 그럴싸해 보이기도 하다. ⓒ 서정일
그럼 큰 샘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가? 그리 크지 않은 바위 무더기가 있다. 그 사이에서 물이 솟아오르는데 빗물과 섞이지 않도록 또 다른 돌무더기로 싸여있고 바닥엔 자갈이 있다. 그리고 자연스레 넘쳐흐른 물은 고랑을 따라 흐른다. 그 길이가 3~4m. 그 주위에서 빨래를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고을 원님이 마셨던 물입니다"
틈 날 때마다 우물을 청소한다는 황정애(60)할머니는 고을 사또가 마셨던 물임을 강조하면서 이제는 상수도가 들어와 쓰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아직까지 신성시 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소원을 빌거나 할 때 장독대에 올려놓는 정안수로는 꼭 이 물을 사용한다고 덧붙인다.
다른 우물에 비해 특별히 크지도 않는 듯 보이는데 왜 이곳이 큰 샘으로 불리게 되었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보다 깨끗한 물을 마시기 위해선 좀 더 깊이 파서 맑은 지하수를 얻어야 할 필요가 있었을 텐데 옹달샘마냥 바위틈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물을 마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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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미있는 우물인 만큼 수질관리를 하고 우물앞에 조롱박을 달아 관람객들에게 마시게 한다면 의미가 새롭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서정일
"낙안읍성이 풍수지리설에 의해 배의 모양을 한 형상이라 하여 성내에 깊은 우물을 파는 것을 금하였다고 합니다." 황 할머니의 얘기는 이어진다. 즉, 낙안읍성이 행주 형으로 깊은 우물을 팔 경우 배가 가라앉는다는 것이며 그것은 곧 낙안 고을이 쇠한다는 뜻과 통하기 때문이었다는 설명.
이 우물물을 마시면 마음이 착해지고 얼굴이 예뻐진다는 말로 마무리를 짓지만 썩 마음에 와 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지만 원님이 사용했고 의미가 큰 샘인데 관광객들이 그저 고랑으로 알고 쓰레기를 마구 버린다고 아쉬워할 땐 뜨끔하다.
낙안읍성 마을 중앙에 있는 '큰 샘'이라 불리는 공동우물, 비록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예전엔 세 개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이용했고 원님이 마신 의미 있는 물이었다. 방치하기 보다는 수질을 잘 관리해서 우물 앞에 조롱박을 달아 관광객들에게 선보인다면 그 의미가 더욱 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낙안읍성 민속마을 http://www.nag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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