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샘이라 부르는데 는 다 이유가 있다

마을 중앙에 위치한 공동우물의 유래

등록 2005.08.22 14:51수정 2005.08.2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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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낙안읍성 중앙부에 위치한 '큰샘'이라 불리는 공동우물 하지만 작고 보잘것 없어 보인다

낙안읍성 중앙부에 위치한 '큰샘'이라 불리는 공동우물 하지만 작고 보잘것 없어 보인다 ⓒ 서정일

마을 중앙에 샘이 하나 있다. 그것을 마을 사람들은 '큰샘'이라 부른다. 하지만 모양을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터무니없이 작다. 물이 솟아 고여 있는 곳은 거의 평지나 다름없고 물을 기를 수 있는 입구는 좁아 한 두 사람이 겨우 물바가지를 들 수 있을 정도.


또한 넘쳐흐르는 물을 따라 빨래를 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고랑은 그 너비가 어른 한 뼘 보다 작다. 도대체 이렇게 하찮게 보이는 샘을 사람들은 왜 '큰 샘'이라 부르며 애지중지했을까? 더구나 예전에 인근 세 개 마을 주민 팔백여명이 함께 썼다고 하니 더더욱 아리송해진다.

일반적으로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공동우물은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게 사실이다. 넓이에서도 그렇고 깊이에서도 그렇다. 그렇다면 낙안 읍성 내엔 우물이 이곳밖에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집안에 있는 우물을 포함해서 네 곳이 더 있다. 큰 샘이라 불리는 우물보다 모양새에선 더 괜찮아 보이는 곳도 있다.

a 마을 다른 곳에 있는 우물이 큰샘보다 좀 더 그럴싸해 보이기도 하다.

마을 다른 곳에 있는 우물이 큰샘보다 좀 더 그럴싸해 보이기도 하다. ⓒ 서정일

그럼 큰 샘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가? 그리 크지 않은 바위 무더기가 있다. 그 사이에서 물이 솟아오르는데 빗물과 섞이지 않도록 또 다른 돌무더기로 싸여있고 바닥엔 자갈이 있다. 그리고 자연스레 넘쳐흐른 물은 고랑을 따라 흐른다. 그 길이가 3~4m. 그 주위에서 빨래를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고을 원님이 마셨던 물입니다"

틈 날 때마다 우물을 청소한다는 황정애(60)할머니는 고을 사또가 마셨던 물임을 강조하면서 이제는 상수도가 들어와 쓰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아직까지 신성시 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소원을 빌거나 할 때 장독대에 올려놓는 정안수로는 꼭 이 물을 사용한다고 덧붙인다.


다른 우물에 비해 특별히 크지도 않는 듯 보이는데 왜 이곳이 큰 샘으로 불리게 되었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보다 깨끗한 물을 마시기 위해선 좀 더 깊이 파서 맑은 지하수를 얻어야 할 필요가 있었을 텐데 옹달샘마냥 바위틈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물을 마셨을까?

a 의미있는 우물인 만큼 수질관리를 하고 우물앞에 조롱박을 달아 관람객들에게 마시게 한다면 의미가 새롭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의미있는 우물인 만큼 수질관리를 하고 우물앞에 조롱박을 달아 관람객들에게 마시게 한다면 의미가 새롭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서정일

"낙안읍성이 풍수지리설에 의해 배의 모양을 한 형상이라 하여 성내에 깊은 우물을 파는 것을 금하였다고 합니다." 황 할머니의 얘기는 이어진다. 즉, 낙안읍성이 행주 형으로 깊은 우물을 팔 경우 배가 가라앉는다는 것이며 그것은 곧 낙안 고을이 쇠한다는 뜻과 통하기 때문이었다는 설명.


이 우물물을 마시면 마음이 착해지고 얼굴이 예뻐진다는 말로 마무리를 짓지만 썩 마음에 와 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지만 원님이 사용했고 의미가 큰 샘인데 관광객들이 그저 고랑으로 알고 쓰레기를 마구 버린다고 아쉬워할 땐 뜨끔하다.

낙안읍성 마을 중앙에 있는 '큰 샘'이라 불리는 공동우물, 비록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예전엔 세 개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이용했고 원님이 마신 의미 있는 물이었다. 방치하기 보다는 수질을 잘 관리해서 우물 앞에 조롱박을 달아 관광객들에게 선보인다면 그 의미가 더욱 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낙안읍성 민속마을 http://www.nagan.or.kr

덧붙이는 글 낙안읍성 민속마을 http://www.nag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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