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에게 재배를 하는 신부안서순
전안례다. 엄숙한 예식이지만 즐거운 날이므로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서하는 것일 게다. 싱글벙글하며 걷는 신랑에게 뒤따라가던 집사가 '계속에서 선 절을 하며 가라'고 주의를 준다.
초례청 밖에는 수탉과 암탉이 새끼줄에 날개와 발이 묶여 바동거리고 있다.
닭은 다산의 상징이고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기운이 있어 초례청에 등장하지만 초례상의 좌우로 떨어진 채 장정들에게 예식이 끝날 때 까지 잡혀 있다가 놓여진다. 신랑이 초례청에 들어서자 집사는 신랑에게 동쪽을 향해 서라고 이른다. 이때 신랑에게 동쪽을 향해 서라고 하는 것은 신부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러자 구경꾼 중 한사람이 "뭘 이제 와서 내외 헐게 뭐여, 연애하면서 날마다 봤을 텐디" 하자 둘러섰던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했다.
"유모는 신부를 초례청으로 인도하시오."
다시 엄숙한 집사의 홀기가 떨어지고 족두리에 화려한 원삼을 입은 신부가 시모(侍姆)의 부축을 받으며 초례청에 들어섰다.
"신랑은 신부를 향해 서시오"라는 집사의 홀기에 따라 비로소 신랑은 초례상과 마주선다. "신랑과 신부는 손을 닦으시오"라는 홀기에 따라 손을 닦은 신랑신부는 다시 초례상을 향해 서고 이때 신부는 원삼소매를 내리고 신랑을 마주보게 한다. 이때 신랑, 신부는 처음 배필의 얼굴을 대면하게 된다.
초례상에는 상의 좌우로 큰 소주병에 꽂은 대나무와 사철나무 가지와 촛대 한 쌍, 생밤, 대추, 사과, 배 등이 차려졌다. 다시 집사의 홀기가 이어졌다.
"신랑은 무릎을 꿇고 안으시오." 신랑이 무릎을 꿇고 앉자 "신부는 먼저 신랑에게 두 번 절하시요"하는 홀기에 따라 신부는 시모의 부축을 받으며 두 번 절했다. 이어 이번에는 신부가 무릎을 꿇고 앉아서 신랑으로부터 절 한번을 받았다. 또 다시 신랑은 무릎을 꿇고 앉고 신부는 두 번 절하고 신랑은 다시 답례로 절 한번을 했다. 이렇게 해서 교배례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