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늘이 주는 감흥에 푹 빠져 보세요

[사진] 하늘공원에서 붉은 노을과 멋진 구름을 만나다

등록 2005.08.22 19:08수정 2005.08.2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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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공원 내 호수의 풍경이 마치 여름 해수욕장의 해변가를 연상케 한다.
월드컵공원 내 호수의 풍경이 마치 여름 해수욕장의 해변가를 연상케 한다.유영수
날은 제대로 잡은 듯하다. 지난 토요일(20일) 아침에 출근할 때 베란다에 나서니 하늘에 떠 있는 각양각색의 구름 모양이 얼마나 예쁘던지, 다시 집으로 들어가 카메라를 들고 나오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을 정도였다. 층층이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집을 지어 놓은 듯 멋진 구름이 자신들만의 세계를 수채화처럼 그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예상보다 퇴근시간이 일러질 것 같아지면서 나는 온 몸이 근질근질해져 퇴근 후의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몸은 지치고 힘들었지만 하늘이 선사한 저 아름다운 광경을 카메라에 담지 않는다면 그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후 3시경 퇴근 후 바로 집으로 가서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차에 탔다. 비록 퇴근 후 잠시 짬을 내었을 뿐이지만, 오롯이 사진을 찍기 위해 길을 나선다는 게 나를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유영수
사진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한 후부터 매일 아침저녁으로 아니 틈만 나면 하늘을 쳐다보는 나지만, 이리도 아름다운 하늘의 풍경은 아마도 처음이 아닌가 싶다. 날씨는 조금 흐렸지만 작열하는 태양과 구름 사이에 벌어지는 술래잡기 또한 볼만했다.

차를 몰고 월드컵공원 하늘공원으로 향하는 도중에도 나는 하늘에서 눈을 쉬 떼지 못했다. 이런 나에게 평소 집사람은 '그 놈의 하늘은 뭐가 그리 좋다고 맨날 감탄을 연발하느냐'고 반문한다. 같이 어딜 가다가도 하늘을 쳐다보다 문득 '야! 진짜 멋있다, 그치?'하고 묻곤 하기 때문이다.

물놀이하는 아이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움에 흠뻑 취해있는 모습이다.
물놀이하는 아이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움에 흠뻑 취해있는 모습이다.유영수
하늘공원에 올라 노을을 담기엔 조금 이른 시각이었기에 먼저 월드컵공원으로 향했다. 호숫가 주변에는 물러나는 여름을 아쉬워 하는 듯 많은 시민들이 주말 오후의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호수 중앙에는 분수가 예쁘게 물을 뿜어대고 있었고, 그 옆에는 옹기종기 아이들이 모여 관리인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물놀이에 빠져있다. 저만치 멀리서 카메라를 잡고 렌즈를 들여다 보니 작열하는 태양과 구름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해안가의 풍경을 연상케 한다.

유영수
오랜만의 출사여서인지 보이는 모든 것, 그리고 찍고자 하는 모든 피사체가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곁에 두고 산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 아닌가 싶다.


잠시 시간을 보내다 하늘공원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미 식사시간을 넘긴 터라 뱃속에서는 밥 달라고 난리가 났지만, 나에겐 시장함 정도는 문제가 아니었다. 평소 배 고픈 것은 절대로 못 참는 나이지만 사진에 몰두할 때만큼은 예외일 수밖에 없다.

붉은 노을과 아름다운 구름이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붉은 노을과 아름다운 구름이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유영수
하늘공원으로 오르는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올라가고 있었다. 하늘과 구름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광경을 좀 더 높은 곳에서 감상하려는것 같았다. 개중에는 다리가 아프다며 남자친구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아가씨도 있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높이 올라갈수록 펼쳐지는 아름다운 세계에 푹 빠져 힘들어 하지 않는 듯 보였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는 하지만, 아직도 엄연히 여름은 여름인가 보다. 조금씩 땀이 나기 시작하고 다리가 아파온다. 그러나 하늘공원에 다다랐을 때 눈 앞에 펼쳐질 장관을 생각하니 힘든 것쯤은 감수할 만하다.

절정에 다다른 노을은 한강까지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절정에 다다른 노을은 한강까지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유영수
드디어 하늘공원에 오르니 역시 지상에서 볼 때의 그것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를 쓰고 높이 더 높이 올라가려 안간힘을 쓰는가 보다. 눈 앞에 드리워지는 운무를 감상하기 위해 높은 산에 오르는 것이며,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세계를 누리기 위해 많은 부와 명예를 가지려 애를 쓰는 것도 일맥상통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녁노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하늘공원에 오른 것만 벌써 세번째. 올 때마다 너무 날씨가 흐려 제대로 된 노을을 볼 수 없었다. 이날도 워낙 구름이 많이 껴 있었기에 큰 기대는 안 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을 했고 혹시 노을을 보지 못하더라도 행복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자연을 담아내는 것 자체가 행복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유영수
저녁 7시를 넘기면서 저 멀리 행주대교 쪽의 태양이 노을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하늘공원 전망대에 다다른 사람들도 저마다 감탄사를 연발한 후 다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붉은 기운이 마치 해오름의 그것처럼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구름들을 붉게 물들인다.

언제나처럼 앵글을 들여다 보고 있는 나는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었지만, 감동한 나머지 입은 헤 벌린 채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혼자 감상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가운데,  태양은 마지막 열정까지 불태우며 스러져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가운데, 태양은 마지막 열정까지 불태우며 스러져가고 있다.유영수
열심히 노을을 찍고 있는데 한쪽에 있던 사람들이 "와! 무지개가 보인다"라며 환호성을 지른다. 노을이 지는 쪽을 응시하던 나는 고개를 돌렸다. 여의도 방면에 정말 무지개가 보였다. 처음엔 조그맣게 올라오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하늘로 높이 막대를 그리며 길어진다.

무지개는 점점 더 선명하게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무지개는 점점 더 선명하게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유영수
금방 사라질 듯한 노을을 향해 셔텨를 누르랴 점차 그 아름다움을 선명히 드러내는 무지개를 찍으랴 나는 바쁘기만 하다. 무지개를 지켜보던 어른들은 '무지개를 보면 행운이 깃든다'며 저마다 소원을 빌고 있다. 나 또한 요즘은 쉽사리 볼 수 없는 무지개를 보고 있노라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컷 담아 본 올림픽대로의 야경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컷 담아 본 올림픽대로의 야경유영수
몸은 지칠대로 지치고 배고픔은 형언하기 힘들 지경이지만 자그마한 디카를 손에 쥔 나의 입가엔 행복이 묻어났다. 자연이 준 아름다운 선물을 메모리카드에 가득 담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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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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