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조카 추천서 써주고, 자기가 심사하고

숙명여대 무용과 교수 친인척 특혜임용 시비... 아들에 강의 대물림

등록 2005.08.22 23:55수정 2005.09.0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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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숙명여대 무용과 정모 교수가 같은 학과 신규교수 임용과정에 처조카의 교원임용 추천서를 써주고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공정성' 시비를 낳고 있다. 사진은 숙대 전경.

숙명여대 무용과 정모 교수가 같은 학과 신규교수 임용과정에 처조카의 교원임용 추천서를 써주고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공정성' 시비를 낳고 있다. 사진은 숙대 전경. ⓒ 숙명여대 홈페이지

숙명여대 무용과 정모(58) 교수가 같은 학과 신규교수 임용과정에 처조카의 교원임용 추천서를 써주고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공정성' 시비를 낳고 있다. 정 교수는 무형문화재 27호 '승무'의 예능보유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

정 교수의 아들과 딸이 같은 학교 대학원 및 무용과에 잇따라 입학한 것과 관련해서도 특혜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정 교수는 안식년 동안 자신이 맡았던 학부와 대학원 강의를 아들에게 물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자 무용과 동문을 중심으로 정 교수의 친인척 '정실인사', '특혜' 문제가 집중 제기되면서 교수임용 재심사 및 철회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임용비리 의혹투서가 교육인적자원부와 청와대 게시판 등으로 번지자 숙대측은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공정하게 진행됐다"는 회신을 교육인적자원부에 보낸 상태이다.

처조카 추천서 써주고,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숙명여대는 지난 6월 29일, 2005학년도 2학기 무용과 신규교수로 차모씨를 임용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신규 교수임용 지원이 종료된 2005년 4월 말께부터 차씨 인척인 정 교수가 채용심사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정 교수는 이번 임용심사 교수 3명 중 한사람으로 1단계 서류심사와 2단계 공개강의·면접에 모두 참여했다.

무용과 출신 일부 동문들은 "정 교수가 채용심사에 참여한 것은 불공평하다"면서 "지원자 중에는 차씨보다 경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았는데 교육과 연구, 공연 등에서 경력이 부족한 차씨가 임용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임용발표 이전부터 정 교수의 처조카인 차씨가 임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계속 떠돌았고 결국 그가 임용되었다"며 "정 교수가 신규교수 임용과정에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교수임용에 지원했던 S씨는 "무용경연대회에서도 제자가 공연을 하면 그를 가르친 선생은 심사위원에서 빠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물며 교수임용 절차에 친인척이 관여한다는 것은 명백한 '비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판의 도마에 오른 차씨는 "교수채용이 한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채용과정에서 누군가 정보를 유출시켜주거나 하는 부정행위는 결코 없었다는 것이다. 정 교수도 "여러 교수가 심사에 참여해서 나온 결과이므로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아들은 대학원에 딸은 학부에 잇따라 입학

정 교수의 친인척 문제가 처조카의 교수임용 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의 아들은 2000년 숙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에 입학, 2002년 석사학위를 딴 뒤부터는 줄곧 학부 및 대학원 강의를 맡아왔다. 딸은 2003년 숙대 무용과에 입학했다.

일부 동문들은 "정 교수는 자신이 설립한 전통문화예술대학원에 아들을 정책적으로 입학시켰고, 특히 2003년 2학기 안식년에는 자신이 맡았던 강의 대부분을 물려줬다"면서 "형평성에 어긋나는 강의 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 교수가 딸을 특기자 전형으로 입학시키기 위해 2001년 숙대 무용경연대회에서 특상을 받도록 배후조종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숙대 무용대회에서 특상을 수상한 사람은 수능이나 내신 성적에 관계없이 실기점수(80%)와 수상경력(20%)만으로 무용과에 입학할 수 있게 된다.

이들은 "당시 무용경연대회 심사위원을 맡았던 한 교수도 정 교수 딸에게 많은 점수를 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특상을 받았는지 의아해 하더라"며 "아버지가 심사위원을 위촉하고, 그것도 대학입학과 직결되는 대회에서 그 자녀가 참가해 우승했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아들의 대학원 입학과 강의배정에 대해 "당시 아들 외에도 다수 남자 제자들이 대학원에 입학했다"면서 "다른 동문들에게도 강의를 배정했는데 특별히 아들만 집중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딸 입학과 관련해서는 "직접 심사를 한 것도 아니었고 입상심사에 부조리한 개입이 없었다"고 밝혔다.

무용과 동문들 "신규교수 임용 철회하라"

정 교수는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달초 서둘러 대책마련에 나섰다. 그는 2005학년 2학기부터 아들이 출강하지 않도록 조처한데 이어 딸의 휴학을 신청했다.

정 교수는 "무용과 출신 동문들의 비판을 생각해 다음 학기부터는 아들에게 강의를 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뒤 "딸도 1년 정도 휴학시켜 제자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지 않도록 배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녀에 대한 조처에도 처조카 교수임용 특혜 논란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동문들은 신임교수 임용 무효화와 함께 정 교수가 재심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신규교수 임용철회 서명운동, 학교 앞 1인시위 등을 통해 차씨 임용반대 여론을 무용계 내부로 확산시킬 예정이다.

한편 숙명여대측은 무용과 출신 일부 동문들이 교육인적자원부와 청와대 게시판에 임용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투서를 올리자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지난 10일 "교수채용은 합법적인 절차와 방법에 의해 공정하고 엄격하게 진행됐음을 확인했다"는 회신을 교육부에 보냈다. 이번에 신규 교수로 임용된 차씨는 다음 주중 정식 발령을 앞두고 있다.

"임용자격, 처조카에게 유리하게 만들었다"
차씨 임용이 부적절한 이유 세가지

숙명여대 무용과 일부 동문들이 정 교수의 처조카인 차씨가 신규교수로 임용되는 과정에서 문제삼는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추천서 문제 : 숙대 무용과 교수임용에서 최종 후보까지 오른 사람은 차씨, Y씨, S씨. 정 교수는 임용에 가산점이 부과될 수 있는 추천서를 처조카 차씨와 제자 Y씨에게만 써줬다. 따라서 S씨가 교육과 연구 등의 경력에서 다른 두 사람에 비해 뛰어났지만 추천서를 받지 못해 임용심사에서 불리했다고 보고 있다.

▲차씨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임용자격 : 숙대측이 제시한 무용과 교수 임용자격은 '석사학위 소지자' 이상. 그러나 현재 무용계에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많은 점을 볼 때 이같은 요건은 불합리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 교수가 처조카인 차씨를 위해 독단적으로 결정한 사항으로 보고 있다.

▲최종후보자 자질문제 : 최종후보 3명 중 Y씨는 공연안무 능력이 없었다는 것. '한국무용 실기 및 이론'으로 임용자격이 적시됐음에도 '실기’ 경험 없는 Y씨를 최종후보까지 올린 것은 차씨 임용을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였다는 것. 심사에 참여한 두 교수도 Y씨를 추천하지 않았다고 밝혀 정 교수 혼자 추천한 후보가 최종까지 오른 것은 그의 권력이 막강함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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