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떡값 의혹만으로도 큰 문제"

천정배 장관 'X파일 공대위' 면담... "수사 주춤거리는 일 없을 것"

등록 2005.08.23 15:12수정 2005.08.2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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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3일 오전 'X파일 공대위' 대표자들과 면담을 가진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이건희 회장 수사를 촉구하는 대표들의 요구에 "특정 기업과 특정인을 거론할 수는 없다"고 전제했지만 "사회적 강자로 인해 수사를 주춤거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23일 오전 'X파일 공대위' 대표자들과 면담을 가진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이건희 회장 수사를 촉구하는 대표들의 요구에 "특정 기업과 특정인을 거론할 수는 없다"고 전제했지만 "사회적 강자로 인해 수사를 주춤거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검찰의 중요한 목표는 어떤 외부 권력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것이다. 외부 권력이란 국가권력도 될 수 있지만 기업, 언론, 심지어 시민사회까지 포함할 수 있다."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23일 오후 'X파일 공대위'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이어 천 장관은 이건희 삼성 회장 수사를 촉구하는 단체 대표들에게 "특정 기업과 특정인을 거론할 수는 없다"면서도 "사회적 강자로 인해 수사를 주춤거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원칙적으로 X파일의 주된 내용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단체 대표들은 '떡값 검사'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대해 천 장관은 "그러한 의혹 제기를 받는 것만으로도 검찰로서는 큰 문제"라며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사실을 확인해 적절히 대처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사회적 강자로 인해 수사 주춤거리는 일은 없을 것"

이날 면담에는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장주영 민변 사무총장,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박석운 민중연대 상임집행위원장 등 5명이 참여했다.

우선 이 위원장은 "노동계 대표로서 삼성의 정경유착, 뇌물공여에 대해 확실히 수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불법도청에 대한 수사도 중요하다, 그러나 최고 재벌과 대통령 후보, 검찰과 언론이 연루된 사건 역시 수사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는다면 검찰이 왜 있어야 하는지 질책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전·현직 삼성장학생 검사들에 대해 드러내지 않고 있다"며 "추가 인력을 투입해서라도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집행위원장은 "외부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에 맞선다는 것은 중요한 점이다, 그러나 삼성 장학생들 등 내부로부터의 영향력이 더 큰 문제"라며 "이 영향력에 대해서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대표들의 요구에 천 장관은 "이번 X파일 사건을 통해 과거의 잘못된 악습인 정·경·언 유착, 권력 남용 척결을 국민들의 열망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천 장관은 이어 "과거 사건을 단서로 수사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며 세풍 사건 등의 수사자료를 이용한 조사 가능성을 암시했다.

a 23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천정배 법무부장관과 마주앉은 'X파일 공대위' 대표자들은 불법도청 및 삼성의 불법뇌물공여 사건 등 정·경·검·언 유착의혹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23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천정배 법무부장관과 마주앉은 'X파일 공대위' 대표자들은 불법도청 및 삼성의 불법뇌물공여 사건 등 정·경·검·언 유착의혹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23일 오전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X파일 공대위' 대표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23일 오전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X파일 공대위' 대표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과거 사건 단서로 수사 가능한지 여부 검토중"

30여분 동안의 면담을 가진 뒤 김 사무처장은 "수사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러나 자본권력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원칙적으로 자본권력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장관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고 이날 만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다만 빠른 수사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국민의 불신이 증폭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대표단은 '수사 촉구서'와 '검찰의 삼성그룹 총수관련 주요 사건 처리 결과' 자료를 장관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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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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