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값 검사' 실명 공개 노회찬 의원 줄소송

검찰 'X 파일' 내용 수사 불가피... 시변 "X파일 내용 공개 반대"

등록 2005.08.25 18:01수정 2005.08.25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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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옛 안기부 도청테이프에서 '삼성 떡값'을 받은 것으로 거론된 전현직 검사들이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을 상대로 줄이어 민형사상 소송을 시작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고발로 'X 파일' 내용 수사에 대해 압박을 받고 있는 검찰로서는 '떡값 검사'들이 정식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본격적인 테이프 내용 수사에 돌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송이 본격화되면 원고나 피고 뿐 아니라 'X 파일'에서 '떡값'에 대해 대화를 나눈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과 홍석현 주미대사가 법정 참고인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강민·김진환 변호사 "명예훼손 피해 1억원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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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23일 오후 국회 예결위에서 삼성 '떡값'을 받은 검사들이 98년 '세풍 사건' 수사 당시 요직에 있으면서 삼성을 앞장서 보호했다고 주장하면서, 현재 'X파일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 지휘권의 공정성을 문제삼았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97년 당시 서울지검장을 지낸 안강민 변호사는 25일 노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고, 이와는 별도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서울중앙지법에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냈다.

안 변호사측은 "이른바 'X파일'이라는 도청물에는 정작 안 변호사의 이름이 나오지도 않는데 시기를 막연히 추측해 자의로 이름을 끼워 넣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지검 2차장 검사를 지냈던 김진환 변호사도 이날 노 의원이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과 5대 일간지 및 노 의원의 홈페이지에 정정 광고문 게재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김 변호사는 "불법 도청테이프에 본인의 실명이 나오지 않고 추석때 떡값을 주었다거나 준다는 것도 아니며 '연말에나 보자'는 언급이 유일한데도 본인을 떡값 검사로 기정 사실화하여 실명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무차별 공표했다"며 "또 세풍수사와 아무 관련 없는 본인이 이를 통해 삼성을 비호하였다는 터무니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하였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우리나라에도 법이 살아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고, 더욱이 깨끗하고 성실하게 직무에 충실하고있는 후배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한 김 변호사는 "형사고소를 제기하면 전직검사의 고소를 제대로 수사하겠느냐는 정치적 공세를 할 것이 예상되므로 우선 민사소송을 제기하되, 노 의원이 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사과·정정이 없다면 형사고소의 제기를 검토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노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X 파일'에서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안 변호사를 포함한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시변 "'X 파일' 공개는 인권유린... 우리도 피해자 될 수 있다"

한편 서울변호사회에 이어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이하 시변, 공동대표 이석연)은 25일 'X 파일' 내용 공개를 반대하고 나섰다.

시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도청 테이프 내용 공개는 결과적으로 국가기관의 파렴치한 범죄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고, 장차 언제든 우리들이 같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며 "국가권력과 다수의 영합 하에 소수 인권이 박탈당하고 유린당하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테이프 내용을 공개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관련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정상적인 법치국가라면 이런 내용의 입법이 허용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시변'은 중도 성향을 표방하고 있는 변호사단체로 개혁 성향의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보수 성향인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헌변)'에 이어 지난 1월 출범했다.

민주노동당 "비리인사가 고소?... 'X 파일' 내용 수사 신호탄"

'떡값 검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 인사들이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을 고소한 것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자숙하고 진실을 고백해야 할 비리 혐의 검찰인사들이 노 의원을 고발했다"면서 "어떠한 법리적 공방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조승수 의원단 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민주노동당은 이들의 협박과 고발이 노회찬 의원과 민주노동당의 발을 묶어 결국 진실을 은폐하는데로 가고자 하는 검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우리는 비리 세력의 반발을 예견하고 있었으며, 어떠한 협박과 압력에도 진실의 길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조 부대표는 특히 "우리는 안강민 등의 고발이 진실 공방의 또 다른 장을 열어준 것이라고 본다"며 "비리 인사의 지켜줄 만한 명예인지 아닌지는 이 과정을 통해 다시 한번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부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이번 고소가 삼성 'X파일' 내용에 대한 본격수사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서울지검은 '떡값 검사'들이 '제 식구'라는 단 한가지 이유로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생각은 처음부터 버리고, 철저한 진상규명에 앞장설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X 파일'에 등장하는 홍석현 주미대사와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떡값 검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홍석조 광주고검장의 퇴직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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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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