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전범 등 구 일본군 연금 연간 1조엔 이상

일본, 식민지에겐 배상도 연금도 모르쇠

등록 2005.08.29 20:48수정 2005.08.29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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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전범 등 구일본군과 유족에게 지급되는 연금은 연간 1조엔. 우리 돈으로 10조 가량이 된다.

일본정부는 A급 전범을 포함한 구일본군과 그 유족에게 지급하는 '군인연금'과 '유족연금'이 연간 1조엔을 넘고 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종군위안부와 강제연행 등 전쟁 피해자에 대한 배상에 대해서는 한일협정에 의거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 일본군과 유족에게 지불되는 '군인연금'은 연간 1조엔 넘어...

'군인연금'은 구 일본군과 그 유족에게 지급되는 연금의 일종으로 메이지 8년에 제정된 제도이다.

연합국군총사령부(GHQ)는 1946년 "군인연금은 군인생활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악랄한 제도"라며 이 제도를 전면 폐지했다. 그러나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이 체결되면서 일본에서는 전몰자와 전몰자 유족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가 확산되었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되어 1952년 일본에서는 '전상병자 전몰자유족등 원호법(이후 원호법)'이 제정됐고, 국가보상차원에서 전쟁 부상자나 유족에게 장애연금과 유족연금이 지불되기 시작했다. 이어 1953년에는 군인연금이 부활되면서 A급 전범을 포함한 구일본군까지 연금을 받고 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올해 군인연금 수급자는 유족을 포함해 118만 명으로 수령액만도 총 9680억 엔에 달했다. '원호법'에 의한 연금을 받는 유족은 약 4만명인데, 이같은 유족연금도 총 520억 엔이 지불되고 있어, 군인연금과 유족연금을 합치면 1조억 엔이 넘는다.


실제 수령액은 올 3월을 기준으로 최고 금액은 285만 엔, 최저 금액은 59만 3천엔이다. 평균지급액은 1인당 월 6만 8천엔으로 일본 국민연금의 평균 수령액이 평균 5만 2천엔인 것을 감안할 때 약 30% 정도 많은 연금을 받고 있다.

또 군인연금은 계급에 따라 연금 수령액에 차등을 두고 있어 계급이 높을수록 더 많은 연금을 받게 된다. 따라서 전쟁을 명령한 A급 전범과 그 유족에게 더 많은 연금이 지불되는 셈이다.


식민지 출신 구 일본군에 대해서는 배상책임 모르쇠, 전범 처벌은 함께

그러나 일제시대 강제 징용되어 구일본군에 속한 재일동포 등은 일본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군인연금법'과 '원호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일본 정부가 1952년 시행된 원호법에서 "일본국적을 상실한 식민지 출신 구일본군은 장애연금과 유족연금을 받을 권리를 상실한다"는 조항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1년 전인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이 체결되면서 일제시대에 강제 연행된 조선출신 구일본군은 일본국적을 자동상실했다.

이처럼 전후배상문제에서 '국적조건'을 두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일본 뿐이다. 독일의 원호법에서는 '거주지 조건'하에 배상문제를 처리했다.

그러나 전후 배상과 반대로 전범으로서의 처벌은 국적을 가리지 않았다. 원호법 시행과 같은 해인 1952년 전범재판에서는 "국적상실과 변경이 전범으로서의 의무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는 근거로 조선인 23명, 대만인 26명 등이 사형을 언도받았다.

일본, 한일협정으로 전쟁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모두 해결

한편, 일본 정부는 종군위안부와 강제연행 등 전쟁 피해자에 대한 배상문제에 대해서는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으로 한일 양국 정부간에는 청구권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무라야마 내각조차 지난 1994년 구일본군소속 대만인의 미불임금에 대한 지불을 결정하면서도 한국의 강제연행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미불임금에 대해서는 한일협정으로 모두 해결되었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일본 외무성은 지난 12일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국민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전후 배상처리문제와 관련해서는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과 양자간 조약으로 모두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개인청구권 문제도 "이미 당사자간에 법적으로 해결된 상태이므로 더 이상 일본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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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국제부에서 일본관련및 일본어판 준비를 맡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2년간 채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 대학원 한일 통번역을 전공하였습니다. 현재는 휴학중입니다만, 앞으로 일본과 한국간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기사를 독자들과 공유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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