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에 '친일'은 없다

[뉴스가이드] 그들은 사주를 구하기 위해 장지연을 선택했다

등록 2005.08.30 09:03수정 2005.08.3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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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선> 4면(왼쪽)과 <중앙> 1면은 언론인 장지연이 친일인사명단에 포함된 사실을 다루면서 민족문제연구소의 선정 잣대에 흠집을 내고 있다. 이들 신문은 장지연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언론인' 방응모와 김성수의 곡필 행적을 상쇄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조선> 4면(왼쪽)과 <중앙> 1면은 언론인 장지연이 친일인사명단에 포함된 사실을 다루면서 민족문제연구소의 선정 잣대에 흠집을 내고 있다. 이들 신문은 장지연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언론인' 방응모와 김성수의 곡필 행적을 상쇄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조·중·동이 폭풍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가 어제(29일) 발표한 친일인사 3090명의 명단에 사주였던 방응모·김성수·홍진기씨가 나란히 올랐기 때문이다. 민족지를 자처했던 그들로서는 시련을 몰고오는 폭풍이 아닐 수 없다.

조·중·동이 오늘 1면 머리기사로 올린 소식도 폭풍이다. 하지만 '친일 폭풍'이 아니다. 미국 정유시설을 강타한 허리케인 소식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친일 폭풍' 소식을 아예 1면에 올리지 않았다. 사설을 통해 입장을 밝히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침묵한 건 아니다. 종합·해설 면을 통해 친일인사 명단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두 신문이 친일인사 명단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앞세운 인물은 장지연이다. 두 신문과는 달리 '친일 폭풍'을 1면 2단 기사로 올리기는 했던 <중앙일보>도 장지연을 내세웠다.

조·중·동이 장지연을 디딤돌 삼아 제기한 문제는 '잣대'다. 생애 전체를 보지 않고 공과를 종합평가하지 않은 채, 편협한 사관에 의해 일방적으로 작성된 게 친일인사 명단이라는 것이다.

조·중·동이 장지연에 기댐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크다.


장지연이 친일인사명단에 포함된 이유는 '언론인'으로서의 친일곡필 행위 때문이다. 매일신보에 일본 총독 부임 축하 글을 싣고, 일본이 동양3국의 맹주라고 지칭한 글을 쓴 점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그에겐 '시일야방성대곡'이란 반일의 징표도 있다.

장지연을 둘러싼 빛과 그림자 덕에 조·중·동은 '생애'와 '공과'를 두루 살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울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주장이 먹혀들 경우 최소한 방응모·김성수의 친일행적에 대한 물타기 여지를 확보할 수 있다. '장지연 카드'가 성공한다면 다른 '언론인' 방응모와 김성수의 곡필 행적도 상쇄될 수 있다.


a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사명단 발표가 "정부서 예산 지원 받아 순수성에 의구심"이 든다고 보도한 <동아> 30일자.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사명단 발표가 "정부서 예산 지원 받아 순수성에 의구심"이 든다고 보도한 <동아> 30일자.

이들 신문이 택한 또 하나의 '돌파 전략'은 색칠하기다.

<조선일보>는 "친일인명편찬사업은 교육인적자원부 소속 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 지원금 8억원과 친정부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가 모금한 7억 5000만원 등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도 "정부서 예산 지원 받아 순수성에 의구심"이 든다고 보도했다.

조·중·동은 이와 함께 열린우리당 신기남·김희선 의원 부친이 친일인사 명단에서 제외된 것을 문제 삼았다.

이로써 친일인사 명단 발표는 정치 놀음이 돼버렸다. 정부여당과 코드를 맞춘 단체가 정부 비판세력을 제어하기 위해 친일인사 명단을 작성한 것이 돼 버렸다. 그래서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친일인사 명단) 발표 행위 자체가 정치적인 행사로 오해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동아일보>는 "최근 한 인터넷 매체에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라는 글을 실어 논란을 일으켰던 동국대 강정구 교수도 (친일인명사전) 편찬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점을 강조했다.

'친정부'에 '용공' 의혹까지 덧씌움으로써 '친일 폭풍'은 '광풍(狂風)'으로 비틀어졌고, '규명' 대상은 '논란' 거리로 변질됐다. <동아일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론몰이'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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