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추격 뿌리치려면 북과 손잡아야

이기섭 정보통신부정책국장의 중국방문기를 읽고

등록 2005.09.01 19:03수정 2005.09.0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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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가 정부 부처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7월 12일부터 15일까지 3박4일 동안 중국 북경과 상해에서 진대제 장관이 주재하는 해외 IT주재관 전략회의를 열고 중국 IT산업을 체험하고 대응전략을 모색했다. 이기섭 정보통신부 전파방송정책국장이 최근 노컷 뉴스에 그 중국 경제발전 체험담을 발표하였다.

그는 최근 5년간 중국 IT산업은 연평균 28%의 고속성장을 하고 있고 2008년에는 아·태시장의 3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여 처음 방문한 소주공업기술원구는 개발된 후 10년 동안 매년 연평균 40%의 경이적인 초고속성장을 지속하며 무서운 속도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그 충격을 '딥 임팩트'라고까지 표현하며 13억 중국시장이 역류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그는 이런 중국이 이미 우리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 된 조건에서 중국의 경제가 나빠지면 우리도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중국의 성장을 견제만 할 것이 아니라 주동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미 경쟁상대가 안 되는 저가형 제품보다는 하이테크분야와 하이엔드마켓에서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시장을 차별화하는 길만이 우리 경제의 살 길이라고 지적하였다.

중국경제 성장에 따라 중국민들의 구매력이 커질 것이고 그에 따라 시장도 같이 커지면서 로우엔드제품은 물론 하이앤드(High End:성능이 높고 가격이 제일 비싼 제품군)제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중국과 공생해야 한다는 점은 공감이 된다. 중국은 사회주의 시책을 많은 부분 포기하면서 교육과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중국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중국은 한참 더 경제를 키워야 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중국의 시장이 커져 우리의 수출도 더 잘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쟁은 인정사정이 없다. 자본주의 질서에서는 경쟁의 패배는 곧 파산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를 완전히 파산시킬 수도 있는 '딥 임팩트'라는 말이 사실 실감난다. 중국이 꼭 그럴 의도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논리와 경쟁의 논리 상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처럼 가다보면 우리 경제는 결국 중국 경제에 치명상을 당할 수 있다.


중국은 아직도 무한한 노동력을 가지고 있다. 굶어 죽어도 좋으니 도시에서 살고 싶다면 농촌에서 끊임없이 산업예비군들이 도시로 경제특구로 밀려들고 있다.

또한 중국은 수출로 벌어들이 막대한 달러를 이용하여 석유회사건, 자동차 회사건 세계적인 기업을 거침없이 사들이고 있다. 이는 투자적 가치도 있겠지만 기술과 자원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더 강하다.


거기다가 중국은 위안화를 조금 절상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리보다 월등한 환율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기초과학기술 수준이 오히려 우리보다 훨씬 높다. 유인우주선을 펑펑 발사하는 것만 보아도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중국이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있는 것은 이런 기초과학이 튼튼하게 뒷받침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가 30년 걸려 이룬 성과를 단 10년 만에 이루어버렸다. 앞으로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유학생들, 대학생들과 같은 인재들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사회주의적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 즉 자신보다는 사회와 나라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참다운 삶이라는 인생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이 부분이 많이 약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된다.

이런 애국심에 능력과 실력에 따른 수익이 보장되는 경쟁욕이 결합된다면 중국의 엘리트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게 된다. 미국에 유학을 하는 베트남과 중국대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도 곳곳의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세계 경쟁사 제품을 분석하고 다닌다. 그들은 나라에서 돈을 대주어 유학을 보내주었기에 반드시 나라를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고부가가치, 기술경쟁력, 상표 가치를 높여 중국과 격차를 아무리 벌리려고 발버둥을 쳐도 쉽지 않을 것이다.

올해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기술연구분야에 대한 투자를 압도적으로 많이 하였다. 이것 때문에 향후 일본과의 기술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이 과연 한국의 추격만을 우려해서 이런 대대적인 투자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본도 바로 중국의 추격을 걱정하여 그 대책을 백방으로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일본과는 점점 벌어지고 중국에는 추월당하는 비극적인 사태가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금 정부관계자가 중국의 '딥 입팩트'를 막을 수 있는 제 1의 요격미사일이라고 말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기술경쟁력 구축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고부가가치와 상표 가치를 높이는 것도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저가상품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삼성의 휴대폰이 고가형만 추구하다가 세계의 다른 기업들에게 올 해 들어 연이어 추월당한 것만 보아도 고부가가치만 가지고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인구가 많아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는 나라들은 바로 이 실속 있는 저가형 시장을 급속하게 넓혀가고 있다. 이것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중국의 휴대폰 보급률은 아직도 30%가 안 된다고 한다. 돈이 없어서 못 사는 사람들이 70%가 넘는다는 것이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남미로 넘어가면 더욱 넓은 저가형 시장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 이를 포기하고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본다.

중국과 저가상품 가격경쟁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값의 지대와 노동력 그리고 자원 때문이며 일본과 독일 등의 기술 선진국에 설비기계와 핵심부품을 여전히 의존하고 있는 것 때문일 것이다. 물론 불리한 환율도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이것을 한 순간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바로 북과의 경협이다. 최근 북과 기술과 광물자원을 공동으로 개발하자는 협정을 맺었다. 북은 광물이 많고 기초과학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빨리 북과 손을 잡아 설비기계 기술도 개발하고 원가도 낮추어야 한다. 북은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환율면에서도 중국보다 유리하다.

요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에너지 자원 문제도 북을 관통하는 파이프라인을 러시아의 극동 에너지기지인 블라디보스토크로 보내야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북에도 석유가 많은 양 매장되어 있으며 일부 광구에서는 이미 생산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기에 북과의 통일은 에너지 문제 해결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해줄 것이 분명하다.

특히 북의 값싼 노동력은 큰 도움이 될 것이며 북을 관통하는 물류 인프라는 물류비를 결정적으로 낮추어 줄 것이다.

고부가가치 기술 경쟁력도 북과 손잡고 개발하다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북의 기초과학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조미평화센터 김명철 소장은 북은 이미 오래전에 전투기를 자체 생산했을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인공위성을 단번에 성공시킨 유일한 나라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힘으로 한 때는 세계적인 중공업을 일군 나라며 지금도 그 중공업 기지를 가지고 있다.

70년대 북한의 트랙터는 작지만 힘이 강하고 평지만이 아니라 산악지형도 탱크처럼 거침없이 오르내리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동유럽과 남미와 같은 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 때 우리는 경운기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북은 미국과 군사적인 대결 때문에 그런 과학자들을 대부분 국방과학분야로 돌렸다고 한다. 따라서 북의 기초과학 기술의 발전은 중지된 것이 아니라 첨단과학으로 지금까지 계속 성장하였을 것이다. 북의 국방과학은 미국도 알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북은 같은 민족이기에 그런 기술을 우리에게만은 공개할 수 있다. 일본이나 미국에 공개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혹자는 개성공단이 확대되면 남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까봐 걱정을 하기도 하는데 중국이나 인도, 동남아시아 신흥 회사들과 저가 경쟁에서 낙오되어 회사가 없어지는 것보다 북에 투자해서 살아남는 것이 백번 천 번 낫다. 그래야 고용창출도 늘게 된다.

이는 대만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세계화시대에 접어들자 급속하게 가격경쟁력을 잃게 되어 위기에 빠졌다가 중국에 대대적으로 투자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다들 대기업으로 성장했던 사례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반백년도 넘어 분단 60년을 맞이하면서도 아직도 우리는 북을 동포가 아닌 적으로 규정한 국가보안법마저 폐지하지 못하고 있다. 북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에 별의별 악담들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지 위정자들과 극우보수세력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남한의 경제성장에 미국의 도움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진심으로 남한을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는 것도 또한 분명하다. 사회주의권의 남하를 막고 태평양을 자신의 호수로 만들기 위해 남한이 친미기지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거저 도와준 것도 아니다. 우리 노동자들이 극심한 저임금에 시달리며 '나이키 신발'을 만들어 미국이 떼돈을 벌게 해준 측면도 있다. 한국전쟁에서 미군이 학살한 무고한 양민들과 파괴하고 약탈해간 우리의 수많은 문화재며 재산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톡톡히 배상을 받아내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친일친미세력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미국과 일본도 이제는 우리를 도와줄 처지가 전혀 못 된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후진타오 주석이 대중 수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어찌하지 못해 부시가 화를 버럭 내자 이를 달래기 위해 보잉기를 사준다, 뭐도 사준다 하는 '선물보따리'를 싸들고 미국으로 날아가겠는가. 신흥산업국가의 무서운 추격에 미국과 일본도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한국의 경제위기 따위가 눈에 들어오기나 하겠는가.

어려울수록 한 핏줄과 손을 잡아야 한다. 그래도 서로 의지할 곳은 한민족이다.

지금 통일을 하지 못하다면, 세계 유일의 분단과 냉전의 섬으로 남아있는 한반도는 전쟁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당장 통일을 이루어 북녘동포들과 가슴을 열고 머리를 맞대어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향후 10년 안에 우리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어느 모로 보나 통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 '망하느냐 흥하느냐'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자주민보에도 함께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자주민보에도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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