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석 규모의 그랑큐브 객석을 가득 메운 재일교포 관객들.오마이뉴스 김당
'하나 마투리'를 낳은 것은 이른바 '6·15 정신'이다. 2000년 6월 15일 남북 정상회담 및 공동선언을 계기로 교민이 가장 많은 오사카에서 먼저 민단과 총련 사이에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이어 그해 12월 양측이 화합의 축제를 열기로 합의하자 일본측이 오사카돔을 무료 대관함으로써 2001년 3월에 처음으로 3국 합동의 첫 '하나 마투리'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번 행사는 2003년에 이은 세 번째 '하나 마투리'다.
세 번째 행사이지만 공동행사에는 늘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혼자 결정하면 편한데 매사를 의논해서 해야 하니 피곤하다는 것이다. 다름에서 오는 낯섬과 거부감도 있다. 60년을 다르게 살고 이제 겨우 세 걸음을 떼었을 뿐인데 낯설지 않으면 오히려 어색할 법하다.
민단과 총련은 6·15 정신에 입각해 기획과 조직사업을 공동으로 했고 3천석 규모의 행사장(오사카 국제회의장)에 참석할 관중에게 배포할 입장권도 사이좋게 1500장씩 나누었다. 그러나 '작은 차이'는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우선 교민들이 입장할 때 제공하는 행사안내 팜플렛부터가 달랐다. 민단 것은 이번 행사에 찬조금을 낸 기업들의 광고전단으로 가득 찬 40쪽짜리 책자인데 비해 총련 것은 달랑 식순만 적혀 있는 2쪽짜리 전단이었다. 그러나 전자는 일본어와 한자로만 돼 있었고 후자는 한글과 일본어를 병기했다. 전자가 외화내빈이었다면 후자는 초라해 보였다.
민단계열인 금강학원 소학교와 건국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무용은 화려했으며 총련계열에서는 유일한 고교과정인 조선고급학교 학생들의 군무(群舞)는 평양에서 본 군무처럼 절도있고 단단해 보였다. 그러나 무대 뒤의 대기실에서 서로 정성껏 머리를 땋아주는 모습에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10대들의 때묻지 않은 천진난만함이 그득 배어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오사카의 13개 총련계 학교와 민단계 학교 가운데 동오사카 조선중급학교·북오사카 조선초중급학교(민족악기 연주)와 오사카 조선고급학교(군무), 금강학원 소학교와 건국학원 중·고등학교(무용)가 참여했다.
민단·총련 대표들, 6·15 때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번쩍 드는 장면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