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언제, 누구에게 항복했나?

[데일리차이나] 9월 3일은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기념일

등록 2005.09.03 03:08수정 2005.09.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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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은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기념일이자 타이완의 국군의 날이다. 우리가 8월 15일을 기념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9월 3일을 항일전쟁에서 진정한 승리를 쟁취한 날로 기념하고 있다.

8월 15일 일본 천황 히로히토가 발표한 '정전조서'는 다만 미국과 영국을 향하여 원자폭탄에 의해 일본민족이 위협을 받고 인류의 문명이 파괴되기 때문에 정전한다는 내용뿐이고 '항복'은커녕 '패전'이라는 언급조차 없으며 더 더욱 타국의 영토를 침략하고 주권을 빼앗았다는 점에 대하여 그 어떤 언급도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정전조서 이후로도 일본군의 저항과 발악이 계속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1945년 9월 2일, 일본의 시게미쯔 외상과 우메즈 참모총장이 항복문서에 공식적으로 조인하며 연합군(미국, 영국, 중국, 소련)에 무조건 항복한 다음 날이 일본과의 전쟁에서 진정으로 승리한 날이라고 여겨 9월 3일을 기념하고 있는 것이다.

2004년 8월 15일, CCTV-10(과학-교육채널)가 8월 15일을 항일전쟁 승리 기념일로 잘못 보도하여 물의를 일으킬 정도로 중국인들도 9월 3일이 항일전쟁 승리 기념일인 사실을 가끔 혼동한다. 중국은 1949년 신중국 건립 이후 그 이듬해인 1950년 단 한 번만 8월 15일을 항일전쟁 승리 기념일로 기념하고 1951년부터 9월 3일을 기념일로 제정하여 지켜오고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하여 올해 4월 상하이에서 있었던 중국대학생들의 반일시위 모습.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하여 올해 4월 상하이에서 있었던 중국대학생들의 반일시위 모습.김원식
특히 올해는 전승 60주년을 맞이하여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의 대규모 기념행사가 개최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역사교육 자체만으로 적지 않은 반일정서를 불러오는 중국에서 정부 차원의 이번 기념행사는 중일간의 교과서왜곡, 신사참배,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 등과 맞물려 또 한번 거센 반일 기운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9월 3일의 항일전쟁 승리 기념일은 서 있는 각자의 지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는 역사에 대하여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인식하려고 노력하는 중국 정부의 일면을 읽을 수 있게도 한다.

미국이 투하한 원자폭탄이 마치 하나의 면죄부가 된 것처럼 그들의 제국주의적 식민지배 과정에서의 야만적 침탈에 대한 과오 인정과 사죄와 배상문제는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다만 원자폭탄에 의한 엄청난 희생과 인류문명의 파괴가 걱정되어 정전한다는 식의 8.15 정전선언에 별다른 의미를 둘 수 없다는 중국의 날카로운 역사인식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는 민감한 과거사에 대하여 우리도 좀 더 세밀하고 객관적인 인식과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교과서 왜곡에서 보여주는 끊임없는 역사왜곡과 독도망언 그리고 부활하는 일본군국주의의 망령들을 지켜보며 일본이 언제 우리에게 항복했으며 우리는 언제 항일전쟁에서 승리했는가를 자문하게 된다.


일본은 그들의 식민지배에 대하여 사죄하기는커녕 식민지배가 한반도의 근대화를 앞당겼다는 망발이 끊이지 않는 현실이다. 일본이 우리의 주권침탈과 식민지배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죄하고 배상하는 협정에 조인한 날을 위하여 우리도 항일전쟁 승리 기념일을 미래의 어느 날로 비워놓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근현대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국정넷포터에도 함께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근현대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국정넷포터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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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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