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지식인은 늦가을의 매미?

[데일리차이나] "지식인은 무산계급을 위해 복무하고 국사(國事)에는 침묵하라!"

등록 2005.09.05 18:42수정 2005.09.0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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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은 ‘무산계급 혁명에 의한 평등의 실현’이라는 사회주의 본연의 논리로써 당시 특권의식을 갖고 무산계급 위에 군림하며 자신에게도 적대적인 간부와 지식인들을 그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만이 많았던 젊은이들을 선동하여 일거에 축출하려 했던 것이다. 마오쩌둥 시대는 그야말로 “지식분자=반동분자”의 등식이 통하는 지식인의 대대적인 탄압기였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지식인은 과거제도를 통해 지배계층의 이데올로기를 학습 받도록 강요 받아 왔고 또 그렇게 권력의 자리에 오르면 그 부와 권력이 세습되었기 때문에 지배체제에 대하여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는 구조 하에 살아 왔다.

또한 명나라를 세우는 주원장에서부터 청대 강희, 건륭에 이르기까지 100여 차례에 거쳐 수많은 지식인들이 문자옥(文字獄) 등으로 숙청당하는 탄압을 받아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감히 지배 권력에 대하여 감히 “뿌(不)”라고 말할 수 있는 지식인은 없었다.

마오쩌둥 시대 인민공사와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3천만 명의 민중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도 누구 하나 마오를 비판할 수 없었다. 잔혹하게 숙청당한 56만 명의 지식인들을 제외하고.

문화대혁명 초창기인 1968년 9월 5일, 런민르빠오(人民日报)에 “상하이기계대학의 노선 투쟁을 통해 본 이과대학의 교육혁명”에 관한 보고서가 게재되었는데 마오쩌둥(毛澤東)은 이에 대한 논평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고 그들을 농업과 공업 노동자들과 결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완고한 주자파(走資派, 자본주의 길로 걸어가려는 사람)와 자산계급이 기술을 권위로 삼는 것은 민중의 커다란 분노를 불러 오고 있는데 이는 반드시 타도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농민, 노동자, 군인이 현장에서 지식인을 재교육시켜야 한다는 이 마오쩌둥의 지시는 이른바 ‘지식분자에 대한 재교육운동’의 도화선이 되며 당시 거세게 불고 있던 ‘샤팡’(下放, 지식인이 농촌이나 노동현장에 가서 노동을 체험하게 하는 것)을 가속화하며 나아가 지식인에 대한 대대적인 추방과 숙청에 기름을 붓는 작용을 하게 된다.

월급 이외에 강연 등을 통하여 경제적 수입을 올리는 대학교수들. 그러나 대부분이 경제 관련의 강좌들이다.
월급 이외에 강연 등을 통하여 경제적 수입을 올리는 대학교수들. 그러나 대부분이 경제 관련의 강좌들이다.김대오
개혁 개방 이후 중국에서 지식인의 위상은 과연 달라졌는가? 중국의 지식인 논쟁은 뜨거운 감자처럼 늘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1990년대 초 소설가 왕슈어(王朔)는 중국 사회의 위선은 불의와 부패와 타협하면서 겉으로는 깨끗한 척하는 지식인의 위선에서 비롯된다는 독설을 통해 지식인 논쟁에 불을 지폈다. 지식인이 갖고 있던 기존의 권위와 위선을 정면으로 공격한 왕슈어는 ‘부활한 홍위병’으로 불리며 기존의 제도와 질서에 대해 도전하는 ‘왕슈어 현상’을 만들기도 하였다.

또한 상하이 변호사사무소소장 궈궈딩(郭國汀)은 2003년 2월 대기원(大紀元)에 실은 <중국의 지식인은 죽었다> 라는 제하의 글에서 중국의 낙후는 지식인의 비판적 기능을 수용하지 않는 정치체제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신좌파로 불리는 칭화대학의 쾅신니엔(曠新年)교수는 1989년 6.4 톈안먼(天安門)사건 이후로 중국의 지식인들은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르다)의 상태에 있다고 말한다. 이는 성숙되지 못한 비판의 표출로 크나 큰 희생과 부작용이 있었다는 뼈저린 반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을 직시하고 또 비판하며 정치적 고민과 연구들을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 그 요구들을 소리 높여 외칠 때는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은 지식인을 ‘지식분자’라고 부른다. ‘분자’라는 말은 화학적인 개념에서처럼 어떤 운동이 지속되는 상태에 있다는 의미이다. 즉 지식분자는 계급이 고정되지 않고 언제든 반동, 우파, 파괴분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계심과 회의적인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인식은 현 후진타오체제하에서도 별 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지식인들은 늦가을의 매미처럼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다.(금약한선 : 禁若寒蟬) 민주와 자유 등 정치적인 국사(國事)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을 강요당하며 그저 경제적 대우와 사회적 지위가 조금 개선되는 것에 안도하며 멀리 있는 여름이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근현대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국정넷포터에도 함께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근현대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국정넷포터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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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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