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퇴치, 여전히 절박한 과제

[데일리차이나]중국 농촌, 여성 문맹 여전히 심각

등록 2005.09.08 15:52수정 2005.09.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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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을 하다 보면 중국에서 쓰는 한자가 우리와는 좀 다르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문자개혁위원회(文字改革委員會)가 1956년 문맹(文盲) 퇴치를 위해 기존의 한자를 간략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든 2,235자를 그 이전에 쓰던 번체자(繁體字)와 구분하여 간체자(簡體字)라고 부른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당시 중국의 문맹률이 80% 이상에 달했으니 문자가 어려운 것이 국가 발전을 저해한다는 중국정부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9월 8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국제 문맹퇴치의 날'이다. 우리에게는 이날 문맹퇴치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 이름이 '세종대왕상' 이어서 의미가 깊은 날이기도 하다.

중국 통계국이 2000년 실시한 제5차 인구조사 발표에 따르면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문맹인구는 8507만 명으로 문맹률은 6.72%이다. 그나마 1990년 15.88%에서 많이 낮아진 수치다. 세계에는 아직도 약 10억의 문맹자가 있는데 문맹이 가장 많은 나라는 인도고 그 뒤가 바로 중국이다.

베이징의 왕(王)씨 할머니는 문화대혁명 때 학교가 폐쇄되면서 배움의 길을 놓쳐 글을 깨우치지 못하고 지낸다고 한다.
베이징의 왕(王)씨 할머니는 문화대혁명 때 학교가 폐쇄되면서 배움의 길을 놓쳐 글을 깨우치지 못하고 지낸다고 한다.김대오
중국 문맹인구의 특징은 지역성과 남녀 차이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중국 문맹인구의 90%는 농촌에, 50%는 서부 내륙지역에 분포하며 70%가 여성이다. 특히 중국 서부 내륙 지역의 기초 교육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빈부격차를 고착화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문명퇴치 운동'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빈부격차와 지역불균형 문제와 궤를 함께 한다. 중국 정부는 9년 의무교육제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기초교육 개혁과 발전을 강화하기 위해 체계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문명퇴치는 필수조건이라는 인식 하에 정부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베이징에만 여전히 60만 명의 문맹자가 있으며 매년 50만 명의 문맹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농촌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배움의 길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전통적인 문맹의 개념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간단한 문장을 읽거나 쓰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그 개념이 훨씬 더 확대되어 앨빈 토플러는 21세기의 문맹을 "단순히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식을 수용하고 재구성, 재학습 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규정하였다.

'한 자녀 낳기' 인구정책 이후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빈곤지역에서는 여전히 기초적인 문자교육조차 어려운 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확대된 문맹의 개념이 아니더라도 중국정부가 발표하는 수치가 고무줄 통계라는 점을 가만하면 실제 중국의 문맹인구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맹 퇴치"라는 1950년대의 낡은 구호가 21세기 중국에 여전히 절박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근현대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국정넷포터에도 함께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근현대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국정넷포터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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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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