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홍' 두번째 일기장에 감춰진 비밀은?

검찰, 로비 수사 본격화 "강 경정의 석연찮은 행동에 주목"

등록 2005.09.08 16:46수정 2005.09.0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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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홍모씨의 전방위 로비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서울 마포구 소재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건물 전경.

홍모씨의 전방위 로비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서울 마포구 소재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건물 전경. ⓒ 오마이뉴스 안홍기


검찰ㆍ경찰ㆍ언론 등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브로커 홍씨의 로비명단이 적힌 일기장 외에 올 4월부터 8월 검거직전까지 도피생활을 하면서 작성한 '제2의 일기장' 내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브로커 홍씨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석동현)는 8일 "수사의 출발점은 결국 일기장"이라고 전제한 뒤 "홍씨의 두번째 일기장에 기재된 전 경찰 광역수사대장(경정)의 석연찮은 행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전 광역수사대장의 석연찮은 행동에 주목"

검찰에 따르면 홍씨는 지난해 말 법정 구속됐다가 올 3월 30일 출감했다. 그러나 4월 초 경찰이 다시 네팔인력 송출업체 사기 사건으로 홍씨에 대한 수사에 나섰고, 홍씨는 강모 전 광역수사대장과의 개인적 교분관계를 믿고 사기사건 해명 차원에서 로비명단이 기록된 일기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이 일기장은 2003년 1월부터 2004년 구속되기 전까지 2년간 작성된 것이다.

홍씨는 자신의 일기장으로 인해 사건이 확대되자 4월 하순경 돌연 잠적했다. 홍씨는 도피 기간 내내 일기를 또 썼고, 이 일기는 홍씨가 8월 13일 검거될 당시 소지하고 있다가 경찰에 압수됐다. 두번째 일기장에는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강 경정 등 경찰관 여러 명의 명단과 금품 제공 액수가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강 경정은 홍씨에게 꿀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사 실무 책임자인 강 경정을 전보 조치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다시 강 경정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씨가 도피기간에 작성한 두번째 일기장에는 도대체 무슨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즉답을 피한 채 "경찰도 이 부분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라며 "오죽하면 경찰에서 강 경정을 교체했겠느냐"고 여운을 남겼다.

특히 이 관계자는 '강 경정의 죄질이 무겁냐'는 질문에 "'이럴 수가 있느냐' 정도"라며 "자기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얘기를 왜곡시킬 개연성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을 아꼈다.


일단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강 경정의 "석연치 않은 행동"은 홍씨와 깊이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씨가 검거될 당시 경찰은 두번째 일기장 외에 소지품에서 A4 용지 2~3장 분량의 일종의 폭로성 자술서를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홍씨가 도피하면서 강 경정에 대한 섭섭한 심경을 적은 것으로, 수사중인 경찰을 압박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가 사실로 드러난 만큼 이도 수사대상"이라고 말했다.

홍씨가 도피 과정에서 전 경찰 간부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이 홍씨를 검거할 당시 전 경찰서장 A씨가 홍씨와 승용차에 동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 경정이 홍씨의 도피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두번째 일기장에서) 홍씨가 도피 중에 강 경정을 만난 내용이 기재돼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홍씨가 강 경정을 믿고 로비명단이 적힌 일기장을 순순히 내준 점, 검거 당시 강 경정에 대한 '섭섭한 심경'을 적은 자술서를 소지하고 있던 점 등으로 미뤄볼 때 강 경정이 홍씨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로비를 받았을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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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연루자, 줬다는 사람이나 받았다는 사람 모두 부인"

한편 검찰은 홍씨로부터 금품·향응 로비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검찰 관계자에 대한 수사와 관련, "줬다는 사람이나 받았다는 사람이 모두 혐의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홍씨로부터 100만원 상당의 현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A부장검사는 지난 98년 고향에 들렀다가 우연히 알게된 홍씨가 6년 뒤 2004년 1월 사무실에 찾아왔지만 현물을 받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씨는 당시 A부장검사에게 인사차 들러 고급 양주인 '발렌타인 30년산'을 놓고 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A부장검사의 경우 "전혀 대가성이 없기 때문에 감찰 사안"이라며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홍씨로부터 6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일기장에 기록된 B부장검사는 지난 84년 부산지검 초임 검사시절 전임 검사 소개로 홍씨를 알게된 뒤, 홍씨와 술자리를 함께 했고 자신의 사무실에 찾아온 것도 인정했다. 그러나 홍씨가 자신에게 청탁한 사실이 없고, 현금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경찰 조사에서 600여만원 중 300여만원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던 홍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일기장에는 100만원씩 6~7차례 돈을 건넨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홍씨가 경찰 진술에서 그 중 절반은 술을 마신 뒤 자기가 '2차'를 가는 데 쓴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런데 검찰에 와서는 이마저도 전부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에 따르면 홍씨는 A부장검사에게 제공했다고 일기장에 기록한 돈을 자신이 술집 종업원과 '2차'를 나가거나 안마시술소에서 전부 사용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홍씨가 자주 가는 안마시술소 여종업원까지 소환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홍씨가 일기장에 기록한대로 검찰 직원들을 찾아간 사실과 저녁에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신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현금을 제공한 사실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며 "일기장에 '100만원 줌'이라고 기록이 돼 있다고 해도 자금추적을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못되기 때문에 사실확인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 쪽은 줬다고 해야 하는데, 양쪽이 다 안 주고 안 받았다고 하기 때문에 대질조사의 성질도 아니다"며 "당사자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달리 확인하기 어려운 속성 때문에 이번주부터 집중적으로 당사자를 설득하면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주중으로 경찰로부터 홍씨 로비에 대한 수사자료를 전부 넘겨받을 예정이다.

검찰은 그러나 홍씨로부터 로비를 받은 검찰 관계자가 10여명에 이른다는 경찰측 주장과 관련, "경찰측에서 사건을 너무나 크게 본 것 같다"며 "일기장에는 현재 거론되는 3명 외에 10여명이 더 등장하지만 나머지는 홍씨가 수사를 받으러 갔던 검찰 관계자들의 이름"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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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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