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재벌그룹 2곳, 지주회사로 갈 것
삼성 이건희 회장 지배구조 바뀌어야"

[인터뷰①]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LG그룹이 상대적 모범"

등록 2005.09.08 17:38수정 2005.09.0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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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단독으로 만나, 두산그룹의 비자금 파문, 삼성 'X파일'과 헌법 소원 등으로 다시 불거진 재벌개혁 등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단독으로 만나, 두산그룹의 비자금 파문, 삼성 'X파일'과 헌법 소원 등으로 다시 불거진 재벌개혁 등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최근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들도 요즘 상당히 변하고 있다"면서 "유력한 그룹 가운데 2곳 정도가 지주회사로 가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특히 삼성의 지배구조를 언급하면서, "(삼성) 전체가 하나의 지주회사로 가기는 어렵겠지만, 분야별로 지주회사를 한다든가 하는 등의 여러 아이디어가 있을 것"이라며, "금융이나 전자 소그룹 등으로 (분리해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위원장은 지난 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단독으로 만나, 두산그룹의 비자금 파문, 삼성 'X파일'과 헌법 소원 등으로 다시 불거진 재벌개혁 등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는 재벌들의 재무구조와 투명성 등이 개선됐다고 평가하면서, "현재 재벌들은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공정위에서 바라는 지배구조의 선진적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 발전하려면, 이건희 회장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 바꿔야"

지난 7월 공정거래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삼성그룹에 대해선 "그동안 삼성스타일을 봤을때 (헌법소원 제기가) 의외였다"면서 "유감스럽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삼성이 현재의 발전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건희 회장 일가 중심의 소유지배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4대 재벌 가운데 유독 삼성만이 지배구조 개선의 의지가 보이지 않다는 의견을 두고, 강 위원장은 "삼성도 아마 내부에서 상당히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기업이) 선진화되고, 현재의 잘나가는 발전 기조를 장기간 유지하려면 어차피 좀더 건실한 소유지배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그것이 삼성을 도와주는 것이고, 국익을 위하는 것이며 사실은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면서 "삼성도 변할 것이고, 내부에서 변하고 있다. 안 변할 수가 없다"고 전망했다.

또 최근 'X파일' 사건으로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삼성 구조조정본부에 대해서도, "삼성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구조본이 중요 정보를 스스로 시장에 공개함으로써, 투명경영에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10대 재벌 가운데 가장 지배구조가 개선된 그룹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의 순환출자를 통해 지배하고 있는 점에선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전제하고, "다만 그 중에서도 좀 나은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집단이라면 LG그룹"이라고 강 위원장은 말했다. 지주회사 체제로 바뀐 LG의 경우 계열사간 순환출자가 없어졌고, 책임경영 부분에서 어느 정도 개선됐다는 것이다.

재벌 개혁의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그룹에 대한 소유지배구조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함에 따라, 향후 삼성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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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강 위원장과 가진 인터뷰 전문.

- 요즘 두산그룹 형제의 난이나 삼성 'X파일' 사건 등 재벌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시선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재벌개혁에 대한 목소리도 높은 것 같고, 물론 기업들간 차이가 있지만 투명성 등에서 개선됐다고 하는데.
"요즘 삼성 'X파일'이나 두산그룹의 비자금 사건 등으로 분위기가 그리 좋지 않은 것 같다. 사실 과거의 문제인데…. 현재 재벌들은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재무구조도 개선됐고, 투명성도 좋아졌고, 주주를 존중하는 마인드도 높아졌고….

하지만 아직 공정위에서 바라는 지배구조의 선진적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여러 정책들을 내놓고 있고, 법을 집행해 나가면, 앞으로 (재벌들의 지배구조도) 훨씬 더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지배구조가 나름대로 개선이 이뤄졌다고 보는 것 같다. 만약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중에 몇점 정도를 줄 수 있나.
"지배구조가 여러 요인들이 맞물려 있어, 계량적으로 측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2003년에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재벌 지배구조와 관련해 내놓은 수치가 있는데, 우리 상장회사의 기업 내부견제시스템은 38점이고, 외부견제시스템 작동 수준이 평균 45점에 불과하다. 현재 용역이 진행 중인데, 크게 나아지지는 않은 것 같다."

"LG와 GS그룹이 가장 지배구조 개선...유력재벌 2곳 지주회사로 갈 것"

오마이뉴스 남소연
- 삼성, LG, SK, 현대차 등 10대 재벌그룹의 경우 지주회사 등 지배구조에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나은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재벌이 있는지.
"기본적으로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끼리 순환출자를 하고 있는 점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 다만 그 중에서도 좀 나은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집단이라면 LG그룹이다. LG는 지주회사 체제로 가면서, 계열사간 순환출자가 없어졌다. 그 정도면 상당히 개선된 것이고, LG에서 나온 GS 그룹도 홀딩스라는 지주회사로 갔다.

SK도 작년까지 어려웠는데, 지주회사 체제로 가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계열사들끼리 느슨한 연계체제를 이루고 있다. 그룹 이미지나 브랜드 정도만 공유하면서 독립경영을 도입하겠다고 하니까 개선되고 있는 것 같다.

이밖에 한진이나 현대중공업의 경우도 우리 기준에 맞는 수준의 지배구조 개선을 이루고 있다. 이들 기업의 지배구조 수준도 지주회사와 비슷할 정도로 올라와 있다. 그리고 유력한 그룹 중에 2개 정도가 지주회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 재벌들도 요즘 상당히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 유력 그룹이라면 5대 재벌 가운데 하나인가.
"(웃으면서) 그것은 모르겠다. (그룹 내부의) 믿을 만한 사람이 전해오니까…."

- 두산그룹의 경우 대규모 분식회계와 함께 부당내부거래 등이 지적되고 있는데, 공정위 차원의 조사는 어떻게 되나.
"(두산의) 대규모 분식회계나, 횡령, 배임 등에 대해선 현재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각종 자료가 검찰로 넘어가 있는 상태에서 공정위 차원의 조사는 현재로선 어렵다. 검찰 조사가 끝나고 난후에 두산의 부당지원행위 등에 대해 조사를 할 예정이다."

- 두산의 경우는 그동안 100년이 넘는 동안 가족 공동 경영기업으로 잘 알려져 왔는데.
"두산은 가족경영체제로는 모범적인 기업집단으로 생각해왔다. 이번에 내부에서 분식회계와 비자금 등의 비리가 폭로돼 나도 충격을 받긴 했다. 그래도 그동안 상당히 가족경영을 잘해온 기업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삼성 스타일을 보면 헌법소원 낼지 몰랐는데, 의외였다"

- 삼성 이야기를 빼놓기가 어려운 것 같다. 지난 7월에 공정거래법의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규정을 두고 삼성이 헌법소원을 내면서 강하게 반발했는데.
"우선 삼성에 대해 소감을 말하면, 삼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으로 좋은 기업이다. 공정위로서도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계속 유지 발전되길 바라고 있다. 다만 우리는 삼성의 소유지배구조가 여전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장기간에 걸쳐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작년에 공정거래법을 개정했는데, 그중에 삼성이 아파하는 것이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축소 문제다. 부당내부거래 등 다른 부분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이미 부당내부거래 부분에 대해선 3년간 조사를 면제해주고 있을 정도다.

대신 작년 법 개정 과정에서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쳐진 것 같은데 나는 (삼성이)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감스럽다. 사전에 우리에게는 (헌법소원을) 내겠다고는 했다. 내는 것은 자유니까…."

- 공정위에서는 삼성의 헌법소원 자체가 적법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했는데.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직접적인 침해를 받아야하고(직접성), 자신의 권리가 침해받아야 한다(자기관련성). 또 현재 권리가 침해받아야 하는 등(현재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삼성의 경우 삼성물산은 자기 관련성 부분에서, 의결권 제한 부분도 미래에 제한될지 불확실한 측면에서 현재성 등이 결여돼 있다고 생각한다.

요건 자체를 갖추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고, 또 작년 법 개정과정에서도 국회에서 위헌 여부가 논의 됐었다. 당시에도 합헌이라는 판단에 따라 법이 만들어진 것이고, 이번 헌법소원도 자신이 있다.

그리고, 삼성의 스타일은 그동안 의견이 다른 경우에는 끝까지 삼성쪽 희망대로 (되도록) 노력을 한다. 하지만 법개정이 되면 순응하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이번에 헌법소원까지 낸 것을 보고 의외라고 생각했고, 유감스럽다."

"삼성 구조본은 사업경비 등 정보를 공개해야"

오마이뉴스 남소연
- 삼성 'X파일' 사건을 두고, 구조조정본부에 대한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삼성의 경우 다른 재벌과 달리 구조본의 위상과 역할이 매우 강한데.
"구조본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순기능도 있었다. 그런데 총수의 기업집단 지배나 사적활동을 보좌하는 등의 역기능도 컸다. 중복투자 방지 등 효율적인 기업집단 운영을 위해 구조본을 운영하더라도, 사업이나 경비 내역 등 중요 정보는 시장에 공개하는 것 옳다고 생각한다. 구조본의 역기능을 시장의 감시를 통해 견제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삼성은 국민경제에 차지하는 비중도 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구조본이 중요정보를 스스로 시장에 공개함으로써, 투명경영에 앞장서 줬으면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앞으로 이 점을 (삼성쪽에) 계속 촉구해 나갈 생각이다."

- 위원장은 현재의 삼성 지배구조가 공정위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위원장이 생각하는 삼성 지배구조의 대안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전자와 금융을 분리한다든지, 전자그룹만 독립기업화 한다든지.
"삼성의 대안은 삼성이 결정할 일이다(웃음). 우리 보고 (지배구조 대안을 내놓으라고) 하면 지나친 간섭으로 보일 수 있다. 대기업 집단의 경우 과도한 순환출자로 경제력 집중의 폐해가 있고, 시장 경쟁에 왜곡이 생기니까 (공정위가) 지배구조 문제를 규율하는 것이다.

우리가 기업들에게 (지배구조에 대해) 내놓은 유형이 있다. 지주회사도 있고, 브랜드 이미지만을 공유한 느슨한 연계체제, 제일 바람직한 것은 아예 순환출자 끊고 독립경영으로 가는 방안도 있다. 그중에 무엇을 선택하든지, 아니면 현재의 체제가 좋아 그대로 가고자 한다면 시장 경쟁에 왜곡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어려우니까, (공정위에서) 소유지배구조 개선이 될 때까지 규제하는 것 아닌가."

"삼성 내부에서 상당히 고민하고 있다...안 변할수 없다"

- 삼성 쪽에선 지주회사로 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삼성이) 전체를 하나의 지주회사로 가기는 어렵겠지만, 분야별로 지주회사를 한다든가 하는 등의 여러 아이디어가 있을 것이다. 금융이나 전자 소그룹 등으로 (분리해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사의 경우는 수없이 많은 회사를 거느린 지주회사인데, 금융 쪽은 딱 하나의 지주회사가 있다. 또 다른 사업분야 쪽 지주회사가 있는데, 금융과 다른 사업분야간 상호 순환출자가 없다."

- 위원장 생각은 삼성이 분야별 지주회사 체제로 가야한다고 보는 것 같은데.
"(웃으면서) 꼭 그런것만은 아니고…. 삼성이 알아서 할 일인데, 서너 가지 대안이 있으니까 참고해서 자기 형편에 맞춰서 만들어 가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 삼성을 뺀 나머지 재벌들은 지주회사든, 느슨한 연계체제 든 위원장 뜻대로 지배구조 개선이 된 것 같은데, 유독 삼성만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웃음) 삼성도 아마 내부에서 상당히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기업이) 선진화가 되고, 현재의 잘나가는 발전 기조를 장기간 유지하려면 어차피 좀더 건실한 소유지배구조로 바꿔야 한다. 난 그렇게 본다. 그것이 삼성을 도와주는 것이고, 국익을 위하는 것이고, 사실은 국민을 위하는 것이다."

- 이건희 회장을 직접 만나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할 생각은 없는가.
"기회를 만들어 달라(웃음)."

- 재벌들이 향후 지주회사체제 쪽으로 갈 것으로 보는 것 같은데.
"아마 그렇게 (지주회사 체제로) 갈 것이다. 재벌들도 어떻게든 (자신들 스스로) 변신을 해야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 삼성이 변할까라는 회의론도 많다.
"삼성도 변할 것이다. 내부에서 변하고 있다. 안 변할 수가 없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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