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안, 이번엔 과연 성공할까

역대 정권 번번히 좌절... 전문가들 '졸속' 비판

등록 2005.09.13 20:58수정 2005.09.1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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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13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윤광웅 장관과 각군 참모총장을 비롯한 수뇌부가 참석한 가운데 육군 병력을 50만명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첨단 기계화군으로 전환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국방개혁안'을 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번에는 제대로 될까. 국방부는 13일 오후 참여정부의 야심찬 군 구조개혁 청사진을 담은 '국방개혁안'을 발표했다. 오는 2020년까지 육군 병력을 50만명 수준까지 줄이고, 군을 첨단화·기동화 한다는 게 이번 개혁안의 골자다.

또 육·해·공군 편제를 개편, 육군은 현행 1·3군사령부를 통합해 '지상작전사령부'로 만들고, 2군사령부는 '후방작전사령부'로 전환한다. 해군의 잠수함부대와 해군항공전단은 각각 잠수함사령부와 해군항공전단으로 격상되고, 공군은 북부전투사령부가 창설된다.

아울러 육군 출신이 독식해 오던 합동참모부 요직과 합동부대장 자리가 '순번제'로 각군에 골고루 배분된다. 육군 병력이 크게 줄어듬에 따라 장성급 보직도 50개 가까이 없어진다.

징병시스템도 크게 바뀔 예정이다. 국방부는 단기적으로 유급지원병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모병제로 전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무려 304만명에 이르는 현재 예비군은 2020년 150만명으로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고, 소집기간도 8년에서 5년으로 단축된다. 대한민국 국군 창설 50년만에 대대적 '수술'이 감행되는 셈이다.

구체적 예산조달 계획 없어... 안보공백론·내부 반발 문제

국방부는 올해 1월부터 8개월간의 연구와 논란 끝에 13일 국방개혁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국방개혁안'은 벌써 일부 전문가와 야당으로부터 '졸속'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방부가 향후 15년간의 거창한 계획안을 수립하면서도 구체적인 예산확보에 대해서는 별다른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국방부는 18만명에 이르는 병력 감축을 마치 대단한 결단처럼 내세우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더 줄여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 참여정부가 내놓은 국방개혁안이 신뢰받지 못하는 것은 역대 정권에서 번번히 좌절돼 온 '국방개혁의 역사' 탓이 있다.

'국민의 정부'의 경우 출범 초기부터 국방장관 직속으로 '국방개혁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켜 3단계 국방개혁작업을 시작했다. 국방개혁추진위는 그때 이미 △육군 1·3군사령부 해체 △지상작전사령부 창설 등 이번 '국방개혁안'과 똑같은 개혁을 시도했다. 하지만 안보태세 불안과 한·미간 지휘체계 혼선 등을 이유로 반발이 커지면서 국방개혁추진위원회 개혁은 흐지부지됐다.

이보다 앞선 노태우 정권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노태우 정권은 1990년 8월 군구조개선위원회, 이른바 '8·18계획'을 만들어 군 지휘체계 개편에 나섰다. 당시 육해공 통합작전지휘를 위해 합동참모회의가 신설되는 등 일부 성과도 있었으나, 문민정부로 넘어가면서 역시 개혁은 제자리로 돌아가고 말았다.

국민들이 13일 발표된 국방개혁안의 실현 가능성에 의심을 갖는 것도 이같은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불신을 받는 과거사를 빼놓더라도, 국방개혁안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예산 확보의 어려움이 있다. 국방부는 오는 2020년까지 국방개혁안에 소요되는 예산을 전력투자비 289조원과 부대운영비 394조원 등 총 683조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올해 국방비(20조8000억원)를 기준으로 매년 11%씩 인상돼야 확보가 가능하다. 하지만 국방비를 매년 11%씩 인상하기 위해서는 대국민 설득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안보불안을 가라앉혀야 하는 문제가 있다. 지난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병력감축에 따른 '안보공백론'을 내세운 야당 공세로 개혁이 좌절됐다. 117만에 달하는 북한 병력이 줄어들지 않는 이상 국군 병력을 무턱대고 줄일 수 없다는 게 당시 반박 논리였다. 지금도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 논리를 제기하고 있어 국방개혁안이 자칫 '국민의 정부'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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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문가들 "예산 늘리고 병력 더 줄여야"

군 내부의 반발도 문제다. 참여정부의 국방개혁안에는 육군 감축에 따라 장성급 보직 50여개가 줄어드는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던 군 내부의 '인사적체' 현상이 국방개혁안을 계기로 더 심화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윤광웅 국방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13일 "미래 주역인 중견 간부들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개혁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방예산을 늘리는데 동의하면서도, 더 병력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사문제 전문가로 국회에 입성한 송영선(비례대표)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주자이다.

이번 국방개혁안을 '졸속'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는 송 의원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289조원의 전력증강비는 우리 군을 '첨단화'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2020년 전력증강비 대 경상운영비가 4:6의 구조를 유지한다면 50만 대군체제를 기동화·효율화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오는 2020년까지 육군을 16만명 수준까지 줄이는 대신 해군과 공군을 각각 7만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재 2만7000명 수준인 해병대를 5만명으로 늘리고, 304만 예비군은 10만 즉응대기군으로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야만 확보된 예산으로 첨단화·기동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김진욱(21세기 군사연구소) 소장은 또 다른 점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김 소장은 현재 마련된 국방개혁안이 법제화되는 과정에서 왜곡될 수 있고, 나아가 전쟁 발발시 군의 탄력적 대응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정부의 국방개혁안이 정치권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는 안 된다"며 "자칫 정치권에서 국방개혁이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소장은 "전쟁이 일어나면 군은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법으로 순번제 등을 못박아 버리면 탄력성이 떨어질 수 있다, 구체적인 개혁안을 법제화하더라도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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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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