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뭉칫돈, 골동품 시장에 몰린다

[데일리차이나]'중국의 피카소' 치바이스 작품, 제일 선호하는 투자 대상

등록 2005.09.16 20:37수정 2005.09.2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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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의 골동품시장 베이징의 판쟈위엔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상인.
중국 최대의 골동품시장 베이징의 판쟈위엔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상인.김대오
지금까지 중국 부자들의 뭉칫돈이 오간 곳은 부동산이었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보다 더 뜨겁게 부자들의 거대자본을 끌어 모으는 곳이 있으니 바로 골동품 시장이다.

중국정부가 문화 부흥을 꿈꾸며 문화재 보호에 나서며 예산을 늘리는 것도 이유지만 산업화로 사라져 가는 중국의 전통 문화재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에는 500만 명의 골동품 수집가들이 있으며 골동품 애호가는 68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04년 중국 골동품 시장의 규모는 약 100억 위엔(1조 3천억 원) 수준이지만 중국의 급성장으로 돈 많은 중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시장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앞으로 1000억 위엔(13조)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치바이스 화집에 실린 치바이스의 모습.
치바이스 화집에 실린 치바이스의 모습.중국예술출판사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인들에게 골동품 수집은 이미 단순히 애호의 수준을 넘어서 재테크의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베이징 최대의 골동품 시장 판지아위엔(潘家園)과 고문화의 거리인 리우리창(琉璃廠)뿐만 아니라 도심 곳곳 길거리에서도 골동품이 거래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풍부하고 유구한 문화적 전통을 가진 중국에서 500만에 달하는 수집가들이 있는데 가장 소장을 희망하는 작품은 과연 무엇일까?

중국소비넷(中國消費網) 보도에 따르면 수집가들은 평생 소장을 간절히 바라는 작품으로 치바이스(齊白石)의 작품을 뽑았다.

'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치바이스는 목공 출신으로 서민적인 민간예술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며 중국 근대 문인화를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서화와 전각예술에도 뛰어났으며 1957년 9월 16일 베이징에서 93세의 일기로 사망하기까지 평생 2만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최근 열린 한 치바이스 작품 경매에서 45개의 작품이 팔려 나갔는데 총 금액이 9000만 위엔(117억원)에 달했다. 작품 하나에 평균 2.6억 원이나 하는 셈이다. 경매에 참가하여 치바이스의 작품을 구입한 한 수집가는 중국소비넷과 한 인터뷰에서 치바이스의 작품은 가장 안정적으로 값이 오르고 있으며 아직도 최고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투자했다고 말했다.

치바이스의 유명한 새우 그림.
치바이스의 유명한 새우 그림.중국예술출판사
이외에도 치바이스는 정부로부터 1953년 '인민예술상'을 받고 1954년 제1기 전인대회에 인민대표로 참가하였으며 1955년 '국제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하여 중국 정부나 국제적으로 향후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 평가받고 있다.


"예술에서 스승을 닮으면 자기도 죽고 스승도 죽인다"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추구한 치바이스는 산수뿐만 아니라 화훼충어(花卉蟲魚)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또 마오쩌둥과도 후난(湖南) 동향인으로 긴밀한 친분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가난한 농민집안에서 태어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하며 철저하게 서민적이며 절제되고 검약한 삶을 살았던 치바이스! 하지만 자본주의화한 오늘날 중국에서 그의 작품은 최고 부유층들의 투자대상으로 철저하게 상품화되어 있다.

위다푸의 자서전적 연애담을 그린 작품집의 표지
위다푸의 자서전적 연애담을 그린 작품집의 표지중국문예출판사
'돈만 된다면 기둥뿌리도 잘라 내다 파는' 중국인들 그리고 천정부지로 값이 치솟는 골동품이 로또인 양 몰려드는 거대 자본의 투자자들.

길거리에서 가짜 도자기 골동품을 팔던 한 중국노인이 생각난다. "세상에 오래 될수록 좋은 것이 얼마나 있겠어"하며 도자기를 파는데 멀리서 되돌아보니 붓에 흙을 묻혀 열심히 도자기 곳곳에 바르고 있었다. 낡고 오래된 것처럼 보여야만 돈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근현대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국정넷포터에도 함께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근현대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국정넷포터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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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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