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모래밭에서, 열심히 고구마를 줍다보니 벌써 날이 어둑해졌어요. 작은 봉지 두 개에 가득 채웠어요.권성권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드문드문 가는 길목마다 고구마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 분이 고구마 뿌리를 잡아채면 작지만 빨간 고구마 줄기가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그 좋은 기분을 놓칠 새라, 그 분의 어머니는 그것을 받아들고서 뿌리와 잔 순들을 꺾으면서 내게 던져주었다.
"우와, 정말로 있네요."
"그렇다니까요."
"할머니, 힘드신 데, 제게 주세요. 제가 해서 담을게요."
"아직 괜찮아요. 이 정도 힘은 있어요."
"재밌지요, 어머니?"
"그러게, 정말 좋은데."
"이 밭 주인, 정말 인심 좋지요, 어머니."
정말로 그랬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제 아무리 습기에 강한 고구마라 할지라도 메말라 버릴 테고, 홍수가 나거나 강물이 범람한다면 분명 물에 씻겨 내려갈 것인데도, 이 모래 땅에 고구마를 심었다니, 이 모래밭 주인은 대단한 사람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아낌없는 수고로 고구마를 길러냈다면 하나도 빠짐없이 담아가도 모자랄 판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남겨 두고 갔다니, 정말로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열심히 돌아다닌 보람이라도 있었던 듯, 해가 다 떨어질 무렵이 돼서는 검은 봉지 두 개에 고구마가 가득 찼다. 그것이면 배불리 먹지는 못해도, 저녁 식사 후 후식으로 충분할 듯싶었다. 더군다나 큼지막한 고구마가 아니라 세 입 정도로 입에 넣으면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에, 딸아이에게도 참 좋을 듯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