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톈안먼광장 옆 인민대회당에 내걸린 중국 국장의 모습이다.김대오
무산계급 중심의 사회주의를 추구한다는 중국의 국가이데올로기가 국장에 잘 반영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오늘날 달라진 환경에서 중국이 과연 이같은 무산계급 중심의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많다.
8-9억에 달하는 노동자와 농민은 '성장과 발전의 파이'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채 자본가들에게 값싼 노동력 내지는 값싼 먹거리를 제공하는 '시다바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처지에 머물고 있다.
연평균 소득이 668위안(9만원) 미만인 절대 빈곤 농촌인구가 2600만명에 달하고 있다. 세계은행의 절대빈곤 기준선인 1인당 1일 1달러로 치면 중국의 절대 빈곤층은 2억명 이상이나 된다.
최근 유엔개발계획(UNDP)의 발표에 따르면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중국의 지니계수(사회평등지수로 완전평등사회 0, 완전불평등사회 1)가 0.45에 달했다. 또 극빈층 20%의 수입과 소비는 전체의 4.7%에 불과한 반면 상위 부유층 20%의 수입과 소비는 전체의 5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노동자 농민의 프롤레타리아혁명이 다시 한번 일어날 만도 하다. 중국 내에서도 5년 내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극심한 빈부격차로 폭동이 일어날 수 있음을 누차 경고하고 있을 정도다.
무산계급 중심의 국가이데올로기와 이에 반하는 자산계급 주도의 현실에 대해 중국정부는 2002년 11월 16차 전국대표회의에서 '싼거다이삐아오(三個代表)'를 들고 나섰다. 국가이데올로기도 '위스쥐진(與時俱進)', 시대와 함께 전진한 것인가 보다.
노동자 농민은 '선진생산력' '선진문화'라는 그럴 듯한 명분에 의해 사영 기업인과 지식인들에게 역사의 주인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개혁 개방 이후 시장경제를 주도하는 신흥세력인 자본가들이 중국공산당의 핵심세력으로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중국은 표면적으로 내셔널리즘이 과잉된 상태처럼 보인다. 노동절, 국경절이면 가가호호 국기가 게양되고 보통 70만 개의 국기와 국장이 팔려나간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대다수의 중국인들은 민족주의나 국가주의에 별 관심이 없다. 특히 노동자 농민은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한 판국에 국가와 민족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발전에서 소외된 소수민족 지역의 사람들은 더 더욱 반내셔널리즘 색채를 띤다. 한 신장(新疆) 사람은 중국인이냐고 묻는 질문에 "나는 중국인이 아니라 신장인이다"고 대답할 정도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라면 중국 국장의 도안을 톱니바퀴 대신 빌딩으로, 쌀과 밀의 이삭 대신 런민삐(人民幣, 중국돈)와 주식으로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근현대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국정넷포터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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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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