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정통무협 단장기 270회

등록 2005.09.23 07:57수정 2005.09.2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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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능풍은 육중한 몸을 좌측으로 틀며 좌우 양손에 회수했던 일월신륜을 쏘아오는 금존불을 향해 날렸다. 일월신륜은 중원 십대병기 중 하나. 호선을 그으며 허공을 가르는가 싶더니 고막을 찢을 듯한 기괴한 음향을 토해냈다.

까르릉---끼이----


물러나는 육능풍을 향해 다가가던 금존불은 일월신륜이 호선을 그으며 뇌음장의 방원 안으로 파고들자 급히 가사를 떨쳐내며 우수의 다섯 손가락으로 지풍(指風)을 쐈다. 금색기류가 쏘아오던 일륜(日輪)을 휘감고, 월륜(月輪)을 때려내는 순간이었다.

육능풍의 손이 기이한 각도로 급하게 서너 차례 휘저어졌다. 그 순간 금존불에게 날아들던 월륜이 갑작스럽게 세 조각으로 분리되는 것이 아닌가?

파악---슈아악---!

태극 문양의 반쪽처럼 보이는 그 월륜의 세 조각은 금존불의 몸 가까이에 다가 오는 순간 다시 또 세 조각으로 변했다. 마치 언뜻 보기에는 초승달 모양처럼 보였다. 만월이 초승달로 변하자 그것은 모두 아홉 조각이 되어 난비했다. 이것이었다. 장안루에서 발견된 전독마조(電毒魔爪) 척응(慽膺)의 시신에 빽빽하게 그어져 있던 끔찍한 혈흔의 정체는 바로 그의 월륜이 남긴 자국이었던 것이다.

"으음…."

금존불의 입에서 절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급하게 신형을 뒤로 물러나며 쌍수를 어지럽게 흔들었다. 얼마나 다급하게 신형을 뒤로 물러나려 했는지 발밑에서 흙먼지가 뿌옇게 피어올랐다.


그럼에도 아홉 개로 분리된 월륜은 여전히 호접(胡蝶)과도 같이 기이한 움직임을 그리며 금존불의 대혈을 노리며 따라 붙었다. 뇌음사 독문의 보법(步法)과 신법(身法)으로 피해내고는 있었지만 월륜의 아홉 조각의 움직임은 빛살처럼 빨라져 점점 방비하기가 어려워졌다.

어떠한 호신강기라도 파괴한다고 알려진 일월신륜의 위력은 들었던 것보다 가공했다. 그저 피한다고 피해질 것이 아니었고, 막는다고 막아질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육능풍이 이제는 오히려 일정 거리를 두고 금존불을 향해 따라붙었다. 일륜과 월륜의 회수와 발출은 그의 쌍수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 거리를 두면 그 효력이 반감되기 때문이었다. 한 순간에 승기를 잡은 노련한 육능풍이 그 기회를 무산시킬 리 없었다.

금존불은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밀리다가는 제대로 손 한번 쓰지 못하고 패할 것 같았다. 월륜이야 그렇다 해도 문제는 일륜이었다. 큰 타원을 그리며 허공을 그리고 있는 일륜(日輪)은 본능적으로 피하는 길 밖에 없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을 막고자 한다면 그 막는 물건이 무엇이던 간에 모두 찢겨져 나갈 터였다.

또한 일륜에 월륜과 같이 어떠한 변화가 숨어 있을지 모를 일이었기에 더욱 조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물러나면서 쌍수를 쫙 펴더니 좌우로 흔들었다. 길게 늘어진 가사의 자락이 빳빳하게 변하며 맹렬한 경풍을 일으켰다. 본신의 진기를 가사(袈裟)에 실어 파고드는 월륜을 쳐냈다.

파파파팍!

소림의 반선수(盤禪袖)와 흡사한 모습으로 가사를 철판처럼 단단하게 만들어 병기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진기가 급격하게 소실되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런 것을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아홉 조각의 월륜이 불꽃을 튀기며 튕겨나갔다. 동시에 금존불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맹렬하게 회전하면서 일곱 줄기의 금빛 기류를 육능풍의 전신을 향해 쏘아냈다.

"음…!"

육능풍의 입에서도 침음성이 흘렀다. 튕겨 나온 월륜을 회수하려는 순간 쏘아오는 금빛 기류는 일종의 지강(指罡)이었다. 거기에는 한자 두께의 바위라도 순식간에 뚫어버리는 강맹한 위력이 있는 듯싶었다. 육능풍은 곰처럼 육중해 보이던 신형을 날렵하게 좌우로 흔들면서 금존불의 공격을 겨우 피해냈다.

이제 두 인물 간의 혈투는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두 인물 모두 이제는 미세한 실수를 하는 쪽이 피를 뿜게 될 터였다. 육능풍이 비스듬히 몸을 기울이면서 월륜을 회수하자 기이하게도 아홉 조각으로 분리되었던 월륜은 하나로 합쳐져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고, 그것은 일륜을 회수하기도 전에 다시 금존불을 향해 쏘아졌다.

금존불은 어차피 승부를 보고자 마음을 굳히고 있는 터라 진기를 십성(十成)까지 끌어올리며 쏘아오는 월륜을 보면서도 피하지 않고 육능풍에게 빠르게 다가들었다. 이미 변화를 읽힌 기병(奇兵)은 그 효과가 반감되기 마련이었다. 짐작한데로 월륜이 다시 금존불 앞에서 세 개로 분리되더니 다시 또 아홉 개로 분리되며 너울거렸다.

금존불의 가사가 빳빳해지며 파고드는 월륜을 거침없이 쳐냈다. 땅거죽이 파헤쳐지고 뿌연 먼지가 피어오르며 맹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까가강----

월륜이 힘을 잃고 튕겨나가는 듯싶었다. 그 순간 일륜이 육능풍의 손을 떠나 허공을 갈랐다. 일륜은 기이한 타원을 그리며 튕겨지는 월륜을 맞추고, 월륜의 아홉 조각은 다시 힘을 찾은 듯 빛살과 같이 다가오는 금존불의 전신을 난도질하려는 듯 쏘아갔다. 월륜의 움직임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직선이었다.

"아미타불…!"

금존불의 입에서 천둥과도 같은 고함이 흘러나왔다. 월륜의 변화를 이미 짐작했기에 일륜에 최대한 신경을 쓴 게 잘못이었다. 일륜의 변화가 더욱 가공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월륜이 그렇게 변화할 줄 몰랐던 것이다. 게다가 일륜 역시 월륜과 부딪치는 순간 두 개로 늘어났다. 월륜이 조각으로 분리된 것과는 달리 일륜은 모양을 유지하며 두 개의 일륜으로 나뉘며 좌우로 크게 타원을 그렸다.

금존불은 그 짧은 순간 마음을 굳혔다. 그는 쏘아오는 아홉 조각의 월륜을 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육능풍에게 신형을 날리며 다시 가사를 흔들며 쌍장을 내뻗었다. 가사로 월륜을 막으며 비장의 한 수로 승부를 보려한 것이다.

헌데 내민 그의 쌍장에서는 막강한 경력이 발출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양 손바닥에는 동전만한 금색 원이 보이는가 싶더니 그곳에서는 금색 빛줄기가 쏘아 나왔다. 하지만 그 빛은 너무나 굉렬하여 금빛으로 보이지 않고 마치 하얀 두 줄기 실처럼 보였다.

"헛! 금단혈(金丹穴)…!"

육능풍의 입에서 다급성이 터지며 몸을 비틀었다. 피하고자 한 것이지만 두 줄기 실 같은 빛은 육능풍의 오른쪽 어깨와 좌측 옆구리에 박히고 있었다.

"우욱----!"

육능풍의 신형이 휘청거렸다. 금단혈은 뇌음사 전설의 비공(秘功). 금단신공이 극성에 이르면 익힐 수 있는 것이되, 그것은 내부에 갈무리되어 있는 금단신공의 정화(精華)를 외부로 발출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전설 속의 영물이 내단을 발출하는 것과 같이 자신의 본원진기를 버리는 행위와도 같아서 아무리 위급해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족히 이삼년 동안은 본신의 진기를 되찾기 어려웠고, 또한 금단신공을 극성까지 익힌 인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서장 뇌음사에 기오막측한 필살의 무공이 있다고 알려지기는 했어도 무림에 나타난 적이 거의 없었던 무공이었다.

하지만 육능풍만 당한 것은 아니었다. 일륜에서 튕겨진 월륜은 철판보다 더 단단한 금존불의 가사를 찢으며 금존불의 몸을 뚫고 지나갔고, 그 충격에 휘청거리던 금존불을 향해 두 개의 일륜이 맹렬하게 짓쳐들고 있었다.

내공이 급격하게 소실된 금존불이 다시 쌍장을 들어 하나를 쳐내는 순간, 또 하나의 일륜은 금존불의 왼쪽 팔목을 잘라내고 목줄기를 훑으며 지나갔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짧은 순간 일어난 일이어서 그 혈투를 지켜보던 반당마저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였다.

"끄르… 르…."

금존불이 무언가 말하려 하는 듯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가래 끓는 소리만 흘러나왔다. 이미 그의 목줄기에는 끔찍한 혈선이 그어져 있었다. 그리고는 곧 이어 그어진 혈선에서 주르륵 핏물에 배어 나왔다. 이미 일륜이 금존불의 목을 반 이상이나 절단시켜 놓은 것이다.

금존불의 입가에도 선혈이 흐르더니 무너지듯 풀썩 주저앉았다. 그의 시선은 육능풍에게 가 있었지만 이미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숨을 쉬려고 하는 듯했지만 코에서까지 피가 흘러나왔고, 목줄기에선 더욱 많은 피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희미한 미소를 띠우는가 싶더니 움직임을 멈췄다. 좌화(坐化)한 것이다.

그것을 보던 육능풍 역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끄응… 무섭군…!"

그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말로만 듣던 금단혈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요 대혈을 피해 몸으로 맞는 것이 고작이었다. 다행이라면 적절한 임기응변으로 심장과 복부에 있는 사혈을 피했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 정도가 아니었다면 죽는 쪽은 자신이었을 것이다.

"괜찮으십니까?"

독고상천이 그의 곁으로 다가들었다. 초산과 반당, 그리고 진독수 역시 걱정스런 눈빛으로 육능풍 주위로 몰려들었다.

"괜찮아 보이나? 그래도 다행이군. 두 놈을 사로잡았으니…."

육능풍은 진독수가 한 쪽에 뉘여 놓은 정운학과 남화우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가야해… 시간이 없어… 초산. 자네는 빨리 노부가 시킨 데로 여전주에게 보고를 하게. 우리는 천마곡으로 간다고 본보에도 전갈을 주고 말이야…."

"가실 수 있겠소?"

반당이 말했다. 언제나 무감각한 어조였지만 어쩐지 매우 걱정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육능풍이 반당과 진독수를 번갈아 보며 웃었다.

"최소한 죽지는 않아. 자네들은 노부 마음을 알고 있지 않은가?"

육능풍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하지만 철혈보를 위하는 그의 마음만큼은 주위 사람들의 가슴에 깊이 파고들고 있었다.
(제 66 장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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