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대회당, 정치의 전당인가 예술의 전당인가

[데일리차이나]돈 맛 안 중국 인민대회당의 외도

등록 2005.09.27 14:41수정 2005.09.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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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국회의사당은 근엄한 권위를 지닌다. 양복을 입지 않고는 본회의장에 들어서지도 못한다. 그러나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품위를 찾아보기가 참 힘들다. 물잔, 문서뭉치를 의장석을 향해 던지고 툭하면 몸싸움에, 근거 없는 흑색선전도 난무한다. 물론 국회 밖에서도 맥주병도 던지고 폭탄주를 마시며 입에 담기 힘든 욕지거리로 성희롱을 일삼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사당이 표리부동한 권위가 문제라면 중국의 국회의사당인 인민대회당(人民大會堂)은 지나친 상업화가 문제다. 전국인민대표들이 모여 국사를 논해야 할 신성해야 할 곳이 돈맛을 알아서 도를 넘는 외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국 10주년을 기념하여 1959년 9월 24일 건설된 인민대회당은 중국의 상징인 톈안먼(天安門)광장 서편에 위치하며 중국의 변화를 진두지휘하는 중국공산당의 정책들이 입안되고 결정되어 왔다.

톈안먼광장에서 바라 본 인민대회당의 모습이다.
톈안먼광장에서 바라 본 인민대회당의 모습이다.김대오
혁명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1위엔에서 100위엔까지 앞면을 모두 마오쩌둥 초상으로 도안을 바꾼 제5판 런민삐에서 100위엔의 뒷면에 인민대회당이 혁명의 고향인 징깡산(井岡山)을 밀어내고 자리잡게 된 것은 그 만큼 이곳이 중국의 사회민주주의의 산실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민대회당은 개혁 개방 이후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으로 변해가는 중국인의 모습처럼 과거 권위적인 면모를 버리고 거액의 대관료를 챙길 수 있는 각종 문화 공연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2004년 한 해 동안 인민대회당에서는 우리나라의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2004 베이징 한·중 우호의 밤(韓中友好之夜) 공연을 포함하여 총 52차례의 공연이 있었다. 그 중에서 상업적인 공연은 모두 42차례로 전체의 80%나 된다.

중국뉴스주간(中國新聞周刊)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의 공연장 중에서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바오리(保利)극장의 하루 대관료가 4만위엔(520만원)인데 비해 인민대회당의 하루 대관료는 최하 12-15만위엔에 달한다고 한다. 인민대회당은 1년에 공연 대관료로 약 10억 원 정도를 벌어들이는 셈이다.

인민대회당에서의 대중문화공연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인민대회당' 이라는 명성이 갖는 지명도와 상징적인 의미가 워낙 크고 5000석에 달하는 객석이 있어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공연을 찬조하는 기업들도 인민대회당 공연은 기업홍보와 마케팅효용 가치가 높아서 선호하고 공공기관의 단체관람이 많은 베이징의 특성과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기질이 어우러지면서 인민대회당에서의 공연은 관객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민대회당에서 공연을 맡아 본 경험이 있는 연출자들은 인민대회당이 공연장으로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폭이 76m, 길이가 60m, 높이가 33m, 전체면적아 9만3000㎡에 달하기 때문에 울림현상이 큰데 그것을 막기 위해 천정에 몇 백만 개의 구멍을 뚫어 놓아서 음향효과를 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레알마드리드 축구선수단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운동복 차림으로 인민대회당을 방문한 것을 놓고 중국 네티즌 사이에 인민대회당의 위상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인민대회당은 정치의 전당인가 아니면 예술의 전당인가"하는 중국에서의 논쟁은 자본주의화하며 변모해 가는 중국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실용주의를 앞세워 권위와 명분보다는 실리를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과 지나친 상업화와 자본주의적 논리에 사회주의적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정부는 인민대회당이 본연의 정치적 역할에 충실하면서 문화예술 공연의 수요를 만족하기 위해 인민대회당 서편에 국가대극장(國家大劇院)을 건립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근현대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국정넷포터에도 함께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근현대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국정넷포터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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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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