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일부. 어머니의 젖가슴을 보듯 어루만지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김정봉
그렇다면 성내고 슬퍼하기보다는 애달픈 마음을 누르고 오히려 흥겨운 마음으로 고향의 것, 그들이 살며 보아온 것들을 담아 허전함을 달래려고 했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 달항아리에는 우리의 것이 그대로 담겨 있는지 모른다.
동양삼국 도자기의 특징을 중국은 형태에서, 일본은 색채에서, 한국은 선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면서 중국도자기는 형태의 완벽성과 위엄, 일본도자기는 색채의 화사함과 장식성, 한국도자기는 가슴을 저미게 하는 곡선에서 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고 한다. 중국도자기는 보기에 좋고, 일본도자기는 사용하기에 좋지만 한국도자기는 그것을 어루만지며 사랑하고 싶어진다 하였다(유홍준 문화재청장 특강-조선백자와 한국문화의 정체성 중에서 발췌).
이런 곡선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초가 지붕의 둥근 선, 우아한 아름다움이 있는 저고리 배래선, 치마 단 아래 살짝 보이는 뽀얀 버선코, 불국사 대웅전 돌계단의 소맷돌, 부석사 안양루에서 볼 수 있는 겹겹이 쌓인 흐릿한 능선 등은 이런 곡선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서산마애삼존불의 순박한 미소와 신라수막새의 부드러운 미소는 형태의 완벽성과 위엄, 색채의 화사함과 거리가 먼 또 하나의 곡선미의 원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