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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 '개발'을 빌미로 유보되는, 과거 권위주의 군사정권 시절의 불행한 역사가 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에 국민들은 어느 정도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이주노동자 문제를 상담하다 보면 “대한민국이 ‘외국인’들의 인권까지 챙겨줘야 하느냐”는 인식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 저는 그런 인식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전화를 두 차례 받았습니다. 한 통의 전화는 불법체류 외국인이라고 퇴직금을 주지 않아 노동부에 진정된 S아무개 사장에게 걸려왔습니다. 전화를 해 온 S사장은, “아, 내가 노동부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불법체류자에게 퇴직금을 주느니 나라에 세금 내고 말지. 죽어도 그런 놈에게 돈을 그냥 줄 수 없어”라는 것이었습니다.
S사장의 논지는 ‘퇴직금을 월급줄 때마다 줬다. 임금체불 등의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벌금을 물지언정, 퇴직금 달라고 노동부까지 진정한 외국인들에겐 괘씸해서라도 돈을 못준다. 대한민국이 그런 불법체류자의 권리까지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노동부 갈 때 이천에 있는 외사과 형사 데리고 갈 테니까, 그때 꼭 그놈 데리고 와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S사장의 전화를 받으면서, S사장 문제로 방금 통화를 마쳤던 성남지방노동사무소 근로감독관의 말투를 떠올렸습니다. 왜냐하면 근로감독관의 말이나 태도가 S사장과 너무나 똑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근로감독관은 퇴직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사무소를 찾은 인도네시아 ‘쏘니’(Sony)와의 대화가 통하지 않았던지 저에게 전화를 해 왔었습니다. 원래 우리말이 서툰 쏘니를 위해 통역이 배석하기로 했었으나, 통역봉사를 하기로 했던 분이 급한 일이 있어 혼자 노동사무소에 갔던 그가 제 전화번호를 근로감독관에게 주어 통화를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근로감독관과 저는 한동안 전화로 진정 내용에 대해 실랑이를 벌여야 했습니다.
“회사에서 월급에 포함시켜 퇴직금을 줬다는데 진정했네요?”
“퇴직금이란 게 입사 후 1년이 지난 사람에게 주는 것인데, 만약 11개월 일하고 나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받았다는 퇴직금을 돌려 줘야겠네요? 대법원에서 여러 차례 퇴직금 관련한 유사 판례가 있다는 걸 잘 알고 계실 텐데 그런 말씀 하세요?”
“대법원 판례는 잘 압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하고 노동부 법 해석이 다른 건 아시죠?”
“무슨 해석이요?”
“노동부에서는 임금에 포괄 임금 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근로계약서에 퇴직금을 포함해서 준다면 인정하고 있습니다.”
근로감독관의 말은 S사장과는 달리 세련되게 법 해석 어쩌고 하고 있었지만, 업체대표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그 사장 보고 근로계약서 갖고 오라고 해 보세요. 그런 문서라도 있나”라고 답하며, 저는 노동부 법 해석이 대법원 법 해석보다 상위라는 말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근로감독관의 어처구니 없는 발언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외국인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적인 시각을 국수적인 태도로 합리화하고 변명하려는 우리 사회의 태도가 일반 고용주나 공무원들에게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그런 점이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짓밟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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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불임금과 퇴직금 문제로 쉼터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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