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은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생 관련사건에 대해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박노빈 현 에버랜드 사장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허태학 전 사장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법원이 4일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변칙증여 사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함에 따라,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재용 상무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도덕성과 정당성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또 법원에서 1년여 넘는 법적 공방과 심리를 통해 삼성의 경영지배권 승계과정이 불법이라는 판단을 내림으로써, 이미 배임 교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이 회장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삼성 에버랜드 주식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의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도 진행할 예정이어서, 삼성 경영진은 대규모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 삼성 경영 승계구도의 불법성 첫 인정
| | | 에버랜드 전환사채 변칙 증여사건은... | | | |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변칙 증여는 지난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2월 이재용 상무는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60억8000만원을 물려받는다. 이 상무는 증여세 16억원을 내고, 나머지 44억8000만원으로 삼성엔지니어링과 에스원 등 계열사 주식을 사들인다. 이들 계열사 상장으로 60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이 상무는 에버랜드와 삼성생명, 전자 지분 등을 사들인다.
96년 11월 당시 에버랜드의 허태학 사장 등 이사들은 이 상무 등 남매 4명에게 에버랜드 CB 125만4777주를 배정한다. 전체 지분 가운데 62.5%에 해당하며, 주당 금액은 7700원이었다. 검찰은 이들 주식값이 최소 8만5000원임에도 헐값에 이들 이씨 남매에 배정해, 회사에 969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 하루를 앞두고, 지난 2003년 12월에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과 박노빈 전 상무만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지난 1월에 이들에게 각각 징역 5년과 3년을 구형했었다. / 김종철 기자 | | | |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이혜광 부장판사)는 이날 삼성 에버랜드 CB를 싼값으로 발행해 이 회장의 장남 재용씨에게 지분을 변칙적으로 증여한 혐의로 기소된 허태학 전 사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박노빈 전 상무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가 이날 밝힌 판결문을 보면, 허 사장 등은 재용씨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당시 시중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값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해, 재용씨에게 재산상 이득을 주었고 그만큼의 회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를 확인했다.
대신, 검찰이 당시 에버랜드 주식 값이 8만5000원이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검찰이 주장한 970억원에 달하는 손실금액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허 사장 등에 적용된 법률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이 아니라, 형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만 인정됐다.
이번 판결은 비록 회사 손실 금액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에버랜드 주식의 헐값 배정에 대해서 법원이 처음으로 불법으로 규정한 사례가 된다.
따라서, 이미 참여연대 등으로부터 배임 교사 혐의 등으로 고발된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등 삼성 최고 경영층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천정배 법무부 장관도 기자들과 만난자리에서 법원이 유죄판결을 내릴 경우, 이 회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삼성 이씨일가 지배구조 '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