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사진 왼쪽)이 결국 그룹으로부터 퇴출됐다. 현대그룹은 5일 오후 현대아산 이사회를 열고, 김윤규 부회장을 해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오른쪽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이 결국 현대그룹에서 퇴출됐다.
5일 현대그룹은 현대아산 이사회를 열고 김 부회장의 해임을 공식 발표했다. 현대아산은 또 다음달 22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김 전 부회장의 등기이사직도 박탈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 1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현대아산 이사회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현정은 회장을 비롯해,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 심재원 부사장 등 3명의 현대아산 이사가 이사회에 참석했으며, 김 부회장의 보직 해임과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결의했다.
윤만준 사장은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부회장은) 남북경협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각종 개인비리와 직권 남용, 독단적 업무처리 등으로 회사와 사업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면서 "또 회사에 심각한 손해를 입혔기 때문에 (김 부회장의) 보직 해임을 결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윤 사장은 "김 부회장의 남북경협자금 유용 의혹과 김 부회장의 보직 해임과는 상관없다"면서 "통일부와 자세하게 협의를 가졌고,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의 보직해임에 따라 현대아산은 다음달 22일 오전 10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등기이사직도 박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김 부회장은 현대로부터 완전히 퇴출되는 것이다.
대북사업 '수장' 김윤규 부회장, 36년만에 불명예 퇴장
지난 69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김 부회장은 36년만에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맞게 됐다. 그의 퇴진은 사실상 대북사업 1세대의 완전 퇴장을 의미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김 부회장에 대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민간기업으로 대북사업을 처음으로 이끌었던 1세대"라며 "마지막이 좋은 모양새를 띠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고 정주영 회장 시절부터 대북사업에 참여했으며, 지난 89년 '소떼 방북'에서는 정주영 회장을 직접 수행했다. 또 98년 1월에는 현대 남북경협사업단장을 맡아 현대 대북사업을 총괄 지휘했으며, 2003년 고 정몽헌 회장이 자살한 후에는 대북사업의 실질적인 수장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현정은 회장 체제에서 김 부회장의 대북사업은 삐그덕거렸다. 올초부터 불거진 현 회장과의 갈등설은 그룹 감사실의 김 부회장 내부감사로 확인됐다. 그룹 감사실은 지난 6월 25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김 부회장이 조성했다는 내용의 내부 감사보고서를 현 회장에게 보고했다.
그룹 내에서 다양한 통로를 통해 퇴진 압력을 거부해 온 김 부회장은 결국 지난 8월 그룹으로부터 대표이사직 사퇴와 함께 10월 그룹 부회장 해임, 11월 이사직 박탈이라는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