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삼성 봐주기 계속되고 있다"

['삼성국감' 주도하는 3총사 ①]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등록 2005.10.06 11:59수정 2005.10.0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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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국회 국정감사가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번 국감의 최대 이슈는 단연 삼성이었다. 국회 재경위와 정무위, 법사위 등에서는 삼성문제가 다뤄졌다. 이건희 회장이 사상 처음으로 증인으로 채택됐고, 삼성 지배구조 문제부터 분식회계 의혹에 이르기까지 삼성과 관련된 공방이 연일 이어졌다. 이들 공방에 빠지지 않은 여성 초선 의원 3인방이 있다. 이미 '국감스타'로 자리매김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박영선, 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 등을 차례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심삼성이라구요?"

인터뷰 내내 진지한 표정이던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기자가 "시중에서는 '심의원을 보고 심삼성'이라고 하는데…"라고 물었을 때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신기해 하던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그는 "민주노동당 의원 가운데 재정경제위 소속이 혼자이고, 삼성문제가 이슈가 되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면서 "삼성이나 이건희 회장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심 의원의 해명성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감이 이른바 '삼성 국감'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어찌보면 그의 공로(?)가 매우 컸다고 볼 수 있다. 국감 첫날인 지난달 22일 국세청 국감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인 재용씨를 비롯한 재벌 3세들이 비상장 회사를 통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내면서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는지를 실질적으로 분석해 내놓았다.

이후 매일 10여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국감 자료집을 내는 것 이외, 그가 발간한 삼성 관련 별도의 분석 보고서만 대여섯 건이 넘는다. 이 가운데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 이른바 예금보험공사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보고서'.

심 의원은 "이미 삼성상용차와 자동차 등에 대해 예보차원에서 조사를 마친 보고서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었다"면서 "의원실 보좌관 등이 추석연휴를 반납하고, 직접 예보에 찾아가 수시간에 걸쳐 내용을 직접 컴퓨터에 입력한 후에 전문가 등과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추석연휴 반납하고 밤새 '삼성보고서' 분석... "3천여억 분식은 사실"


이어 23일 예금보험공사 국감에서 '삼성 보고서' 공개와 삼성 상용차 분식회계와 정부의 분식회계 은폐 의혹 등을 제기했다. 국감장은 발칵 뒤집혔고, 다른 당 일부 의원들은 최장봉 예보 사장을 상대로 호된 질책을 이어갔다.

26일에는 삼성상용차 분식회계 금액이 3124억원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데 이어, 지난 5일 재경부 국감에서는 삼성상용차의 재무제표를 입수·분석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삼성의 분식 의혹이 더 이상 의혹이 아닌 사실이 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와 처음 만났을때 심 의원의 얼굴 표정은 약간 피곤해 보였다. "전날 보좌관 등과 함께 밤을 새면서 (삼성상용차의) 분식회계를 뽑아내느라 밤을 지샜다"고 말한 그는, '삼성 국감'의 신호탄 격인 삼성 상용차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 3124억원이라는 분식 금액부터 설명을 했으면 한다.
"예보의 삼성상용차 부실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분석해 보니, 97년에만 2217억원, 삼성중공업 부실자산 인수에 따른 분식 907억원 등을 합해서 나온 금액이다. 예보는 금액의 차이가 있지만, 조사 당시 삼성(상용차)의 분식 혐의를 적발하고도 무혐의 처리했다."

- 어떤 방법으로 분식이 이뤄졌다고 보나.
"기업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재고자산을 조작하거나, 매출 채권을 과다로 계산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한다. 97년 삼성상용차에서도 이 같은 방법들이 사용됐다. 예를 들어 매출 채권의 경우 다른 자동차 회사들의 채권 회수기일이 평균 1.5개월이었다. 하지만 삼성상용차만 유독 15.9개월이나 됐다. 사실상 부실채권이나 다름없다."

- 매출 채권 이외의 부분은 어떻게 나왔나.
"삼성상용차의 건설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경영지원 담당이나 총무팀, 예비군 중대 등의 경비 전액을 '건설중인 자산'으로 분류해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늘리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아무리 비용을 줄이려고 했어도, 이는 회계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자세히 보면 알수 있는 것으로 상식 밖이다."

지난 5일 오전 재정경제부 국감에서 심 의원쪽은 다시 상용차 분식을 재확인했다면서, 상용차의 제무제표 분석 결과 등을 공개했다. 삼성쪽이 직접 공시한 96~99년 제무제표 등을 분석해 보니, 각종 유형자산을 건설 중인 자산으로 분류하면서 비용을 축소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삼성상용차의 부실과 파산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에서 비롯됐다. 사실상 퇴출 대상이었던 상용차의 경우 삼성이라는 막강한 배후가 있었기 때문에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보증을 받을수 있었다. 물론 3000억원이 넘는 국민 세금이 상용차 부실로 날아간 셈이 됐다. 이 회장이 책임져야 한다."

"삼성자동차 손실금 이건희 회장이 책임져야"

오마이뉴스 이종호
삼성자동차 부실 문제도 그의 손길을 비켜가지 못했다. 삼성자동차 처리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이었다. 단지 그룹 총수 오너의 의지만으로 이미 포화상태에 있던 자동차 사업에 무리하게 진출했다가 실패했고, 결국 국민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가중시킨 사건이라고 했다.

"엄청난 돈만 쏟아붓고, 4년만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국민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지어놓고, 그 부담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 99년 퇴출당시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을 70만원으로 산정하면서 400만주를 내놓았는데.
"이 회장의 사재출연은 자신이 자동차사업 진출을 결정하고, 사업을 이끌다가 실패한 장본인으로서 당연히 져야할 책임이었다. 하지만 자동차 사업이 정리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 회장이 내놓은 주식 처분이 아직 안되고 있다는 것인가.
"99년 8월에 삼성과 채권은행 사이에 합의서가 만들어졌다. 그것을 보면 이 회장은 삼성생명주식 350만주를 내놓고, 계열사들은 이 주식을 2000년 12월 31일까지 팔아서 2조4500억원을 현금을 내놓기로 했다."

삼성차 책임론 끈질긴 추궁, 채권단의 소송제기로 이어져

- 그것이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 만약 주가가 70만원이 되지 않아 부족 금액이 발생하면, 이 회장은 추가로 50만주를 내놓고, 계열사들이 자본출자 등으로 완전히 보전해야하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채권단이 거둬들인 돈은 7497억원에 불과하다."

- 그렇다면 현재까지 채권단이 받지 못한 돈이 얼마나 되나.
"엄밀히 말하면 7497억원도 확정적으로 회수된 돈이 아니다. 서울보증보험이 가지고 있는 생명주식(118만주)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회수금 2조4500억원에다가, 그 동안의 이자를 합치면 4조7000억원정도 된다."

그는 삼성자동차 손실금 문제는 이건희 회장의 책임이 핵심이라고 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이 회장이 400만주의 주식을 내놓고 모든 책임을 벗어나려고 한 것은, 삼성생명의 미상장에 따른 위험부담을 삼성계열사에 떠넘긴 것이고, 이들 계열사들은 다시 그 부담을 채권단에 넘김으로써 국민들만 그 부담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따라서 채권단은 국민 세금을 거둬들이는 차원에서 삼성과의 소송에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한다."

그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는 '소송 진행'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6일 재정경제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서울보증보험 사장이 삼성을 상대로 곧 소송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금액도 이자 등을 합해 4조원이 훨씬 넘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의 금산법 경위조사 내용은 삼성구하기"

최근 삼성 논란의 핵심인 금융산업구조개편에관한법률(금산법)의 개정에 대해서도 심 의원은 날을 세웠다. 특히 청와대에서 금산법 개정과 관련해 삼성생명과 카드를 분리해 대응한다는 방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심 의원은 "청와대에서 내놓은 금산법 개정 경위 조사 내용은 한마디로 위기에 빠진 삼성구하기로밖에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가 이처럼 '쎄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뭘까.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금산법의 취지는 에버랜드를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에서는 순환출자의 핵심인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소유는 인정하면서,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은 시간을 두고 처분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법 취지에 전혀 맞지 않은 판단이라고 본다."

심 의원은 목소리 톤이 다시 올라갔다. 그는 "절충과 타협은 이해당사자간의 정당한 요구가 부딪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금산법 위반 상태인 삼성과 절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흔드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에 친절한 노무현 대통령이 아닌가"라며 "앞으로 민노당 차원의 독자적인 금산법 개정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한 '삼성 때리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의 답은 명쾌했다.

"무엇을 때린다는 것인가. 삼성이 그동안 보여온 편법과 불법적인 상속에 대한 올바른 문제제기이며, 좀더 크게 보면 국민경제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담담한 그의 표정은 여전했다. 두툼한 자료를 손에 들고, 그는 다시 국감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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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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