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심삼성이라구요?"
인터뷰 내내 진지한 표정이던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기자가 "시중에서는 '심의원을 보고 심삼성'이라고 하는데…"라고 물었을 때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신기해 하던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그는 "민주노동당 의원 가운데 재정경제위 소속이 혼자이고, 삼성문제가 이슈가 되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면서 "삼성이나 이건희 회장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심 의원의 해명성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감이 이른바 '삼성 국감'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어찌보면 그의 공로(?)가 매우 컸다고 볼 수 있다. 국감 첫날인 지난달 22일 국세청 국감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인 재용씨를 비롯한 재벌 3세들이 비상장 회사를 통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내면서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는지를 실질적으로 분석해 내놓았다.
이후 매일 10여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국감 자료집을 내는 것 이외, 그가 발간한 삼성 관련 별도의 분석 보고서만 대여섯 건이 넘는다. 이 가운데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 이른바 예금보험공사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보고서'.
심 의원은 "이미 삼성상용차와 자동차 등에 대해 예보차원에서 조사를 마친 보고서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었다"면서 "의원실 보좌관 등이 추석연휴를 반납하고, 직접 예보에 찾아가 수시간에 걸쳐 내용을 직접 컴퓨터에 입력한 후에 전문가 등과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추석연휴 반납하고 밤새 '삼성보고서' 분석... "3천여억 분식은 사실"
이어 23일 예금보험공사 국감에서 '삼성 보고서' 공개와 삼성 상용차 분식회계와 정부의 분식회계 은폐 의혹 등을 제기했다. 국감장은 발칵 뒤집혔고, 다른 당 일부 의원들은 최장봉 예보 사장을 상대로 호된 질책을 이어갔다.
26일에는 삼성상용차 분식회계 금액이 3124억원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데 이어, 지난 5일 재경부 국감에서는 삼성상용차의 재무제표를 입수·분석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삼성의 분식 의혹이 더 이상 의혹이 아닌 사실이 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와 처음 만났을때 심 의원의 얼굴 표정은 약간 피곤해 보였다. "전날 보좌관 등과 함께 밤을 새면서 (삼성상용차의) 분식회계를 뽑아내느라 밤을 지샜다"고 말한 그는, '삼성 국감'의 신호탄 격인 삼성 상용차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 3124억원이라는 분식 금액부터 설명을 했으면 한다.
"예보의 삼성상용차 부실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분석해 보니, 97년에만 2217억원, 삼성중공업 부실자산 인수에 따른 분식 907억원 등을 합해서 나온 금액이다. 예보는 금액의 차이가 있지만, 조사 당시 삼성(상용차)의 분식 혐의를 적발하고도 무혐의 처리했다."
- 어떤 방법으로 분식이 이뤄졌다고 보나.
"기업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재고자산을 조작하거나, 매출 채권을 과다로 계산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한다. 97년 삼성상용차에서도 이 같은 방법들이 사용됐다. 예를 들어 매출 채권의 경우 다른 자동차 회사들의 채권 회수기일이 평균 1.5개월이었다. 하지만 삼성상용차만 유독 15.9개월이나 됐다. 사실상 부실채권이나 다름없다."
- 매출 채권 이외의 부분은 어떻게 나왔나.
"삼성상용차의 건설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경영지원 담당이나 총무팀, 예비군 중대 등의 경비 전액을 '건설중인 자산'으로 분류해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늘리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아무리 비용을 줄이려고 했어도, 이는 회계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자세히 보면 알수 있는 것으로 상식 밖이다."
지난 5일 오전 재정경제부 국감에서 심 의원쪽은 다시 상용차 분식을 재확인했다면서, 상용차의 제무제표 분석 결과 등을 공개했다. 삼성쪽이 직접 공시한 96~99년 제무제표 등을 분석해 보니, 각종 유형자산을 건설 중인 자산으로 분류하면서 비용을 축소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삼성상용차의 부실과 파산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에서 비롯됐다. 사실상 퇴출 대상이었던 상용차의 경우 삼성이라는 막강한 배후가 있었기 때문에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보증을 받을수 있었다. 물론 3000억원이 넘는 국민 세금이 상용차 부실로 날아간 셈이 됐다. 이 회장이 책임져야 한다."
"삼성자동차 손실금 이건희 회장이 책임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