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학생들, 돈 없어요"

국공립대학생 행동의 날 취재기

등록 2005.10.09 16:20수정 2005.10.0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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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법인화 저지! 교육의 공공성 쟁취!'를 위한 전국 국공립대학생 공동행동의 날 행사에 경상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상경길에 올랐다. 오전 8시 30분 경상대에서 버스 한 대가 서울로 출발했다. 한 1학년 후배가 이야기했다.

"학비 마련을 위해 알바 하는 친구들, 참가하고 싶어도 서울로 올라갈 참가비가 없어서 못 온다는 애들... 어쩔 수 없어서 동기들과 같이 하지 못했네요"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오후 3시로 예정되어 있는 집회지만, 지역 대학의 특성상 이른 아침 일찍 출발해서 함께하지 못한 이들을 아쉬워했다.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도중, 경상대 풍물패 활동 중인 동기 김민욱(공대, 금속재료3)이 말했다. 서울 친구들에게 보여줄 식상하지 않는 신선한 구호 하나 만들었다고, 연예인 신정환의 말투를 흉내내며, "국공립대 학생들은~ 돈이~~ 없어요~" 두 번 외쳤다. 버스 안에서 사람들이 따라 하면서 순식간에 웃음바다로 변했다.

어떻게 생각해낸 거냐고 묻자 "우린 무겁고 중요한 내용을 말하지만, 내용은 재미있어야 해야지. 돈 없는 게 틀린 말이 아니라 사실이잖아"하고 웃었다.

서울에 낮 1시 30분에 도착했는데 오후 3시 40분이 넘어서야 '법인화 저지! 교육의 공공성 쟁취!'를 위한 전국 국공립대학생 공동행동의 날 행사가 시작됐다. 정부의 공교육의 포기 정책에 맞서 국립대 법인화 저지, 공공성 강화를 외치는 학생대표들의 발언이 이어졌고, 중간 중간에 여러 대학에서 준비한 문예 공연이 이어졌다.

a 경상대 풍물패 연합의 판 굿 공연

경상대 풍물패 연합의 판 굿 공연 ⓒ 강무성

a 경상대 풍물패 연합의 공연 상모 돌리기

경상대 풍물패 연합의 공연 상모 돌리기 ⓒ 강무성

a 국공립대 학생들은 돈이 없어요. 구호를 외치고 있는 경상대 풍물패

국공립대 학생들은 돈이 없어요. 구호를 외치고 있는 경상대 풍물패 ⓒ 강무성

a 국립대 법인화 반대, 공교육 쟁취

국립대 법인화 반대, 공교육 쟁취 ⓒ 강무성

경상대 풍물패의 차례가 되자, 행사 본무대 양쪽에 '교육의 공공성 쟁취' '국립대 법인화 저지' 내용이 적힌 만장을 세우고, 국립대 법인화 반대의 의지를 담아 판굿 공연을 선보였다. 판굿이 끝나자 경상대 풍물패 식구들은 버스 안에 준비했던 "국공립대 학생들은~ 돈이~~ 없어요~" 구호를 외치자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은 같이 외치며, 웃음을 지었다.

a 광화문 부근에서 모여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학생들

광화문 부근에서 모여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학생들 ⓒ 강무성

종묘에서 집회가 끝나고,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하고 시민선전전도 진행했다. 서울 시민들에게 유인물도 나눠주고, 피켓 등을 들고 40분 정도 거리를 걸었다. 각 대학의 총학생회장들이 마이크를 잡으며 시민들에게 법인화 반대와 교육의 공공성 쟁취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이종대 총학생회장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법인화 반대를 외쳤다.

a 이종대 경상대 총학생회장

이종대 경상대 총학생회장 ⓒ 강무성

"저는 빈농의 자식입니다. 내 새끼 대학 졸업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제 부모님의 소박한 꿈입니다. 제가 국립 경상대학교를 다니게 된 것도 그런 부모님의 심정에 보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국립대는 국가가 국민에게 책임져야 할 최소한 의무이자 보루입니다. 지금의 정책은 저의 부모님 같은 수많은 이들의 소박한 꿈마저 앗아 가려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칼날입니다. 이제 국가가 재정을 책임 못 지겠으니 너희가 알아서하라고 하는 국립대 법인화... 돈 없는 이는 공부할 권리조차 잃어야 하는 것입니까? 국립대는 줄여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려가야 하는 것입니다."


6시쯤 광화문 부근에 도착해 한총련, 교대협 등 함께 집회를 공동 결의대회를 시작했고, 7시쯤에 해산했다. 진주에는 자정을 넘긴 00시30분이 되어서야 출발지였던 경상대에 도착했다.

서로에게 인사를 하고 헤어지려고 하는데, 한 후배가 다시 내게 물었다. "선배, 차비 있으세요? 참가비 낸다고 새벽에 택시비 모자란데, 같은 방향이면 같이 가는 것 어때요?" 결국 그녀석과 함께 동행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른 후배가 며칠 전 했던 말이 생각났다.


"동생이 올해 고3인데, 아무래도 내년은 휴학해야겠어요. 부모님도 원하시는 눈치고, 어쩔 수 없지만 현실이잖아요." 종묘에서 연예인의 말투를 흉내 내면서 외쳤던 '국공립대 학생들은 돈이 없어요' 구호가 다시 씁쓸하게 입 안에서 맴돌았다.

덧붙이는 글 | 유뉴스에 송고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유뉴스에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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