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언론에는 방폐장 유치 '찬성'만 있다

[분석] 선물 폭탄에 찬성쪽 주장 9배나 더 많이 보도하기도

등록 2005.10.11 14:38수정 2005.10.1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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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폐장 유치 지역을 결정할 주민투표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앞으로 유치 경쟁이 더욱 더 치열해질 것이다. 이 시점에서 그 동안 지역의 주요 신문들은 방폐장 문제를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이다.

그 시기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 보았다. 첫 번째 시기는 유치 신청을 한 지자체들이 주민 투표를 공표한 9월 16일까지이고, 두 번째 시기는 공식적인 찬반 활동이 금지되었던 10월 4일까지다. 그리고 마지막 시기는 주민투표를 발의한 10월 4일 이후 본격적인 찬반 활동이 가능해진 시기다.

첫 번째 시기: "방폐장 당연히 유치해야"

이 시기는 해당 지자체들이 방폐장 유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시기다. 그래서 언론의 보도도 많았다. 그런데 이 기간에 보도된 <영남일보>와 <매일신문>의 기사가 지나치게 찬성 쪽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있었다.

<평화뉴스>의 매체비평팀에서 나온 9월 14일자 자료에 따르면 "최근 2주간 보도를 보면 '반대 목소리'는 오간데 없고 오직 '찬성'과 '찬성을 위한 독려'에 치우쳐 있다. 어쩌면 찬성률을 더 높이기 위해 혈안이 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영남일보는 9월 1일부터 6차례에 걸쳐 기획 기사 '방폐장이 살길이다'를 실었는데, 방폐장 유치의 장점만을 부각 시켜 보도했다. 이 기사는 방폐장을 유치하면 "3000억+α, 낙후 주름 편다, 경제회복 돌파구, 제2의 영일만 기적 기폭제"가 된다고 보도했다. 또한 '해외 실태'를 설명한 기사에서는 일본, 스웨덴, 프랑스의 예를 언급하며 "건설 지역마다 고속 발전했다"는 산업자원부의 주장만 그대로 보도했다.

그리고 매일신문도 9월 13일부터 3차례에 걸쳐 기획 기사 '방폐장, 그것이 궁금하다'를 실었는데, 역시 방폐장 유치를 찬성하는 쪽의 입장만 집중적으로 전달했다. 이 기사는 우선 "방사선량 겨우 TV 2시간 켜둔 수준… 유출 걱정은 기우"라고 보도했고, 다음날에는 "3천억+α 선물 폭탄… 세계적으로도 유래 없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마지막 기사에서는 "호남 특유 몰표 나올라"라고 보도해 은연 중에 지역 감정까지 부추기는 듯했다.


두 번째 시기: "방폐장 유치 반대는 없다"

이 시기는 방폐장 유치를 신청한 지자체들이 주민 투표를 공표한 기간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찬반 활동은 금지된 시기였다. 언론의 보도량도 조금 줄었다. 하지만 찬성 쪽에 치우친 보도는 여전했다.


영남일보는 이 기간에 사설과 기고 등의 의견 기사를 3꼭지 보도했는데 모두 찬성 쪽 주장이었다(<사설> 피할 수 없는 우리 세대의 과제- 9월 17일, <취재수첩> 방폐장, 주민들의 선택에 달렸다- 9월 20일, <기고> 방폐장 현명한 선택으로- 9월 23일).

또한 방폐장 유치 찬반 활동을 보도한 기사 4꼭지를 살펴 보면, 찬성 쪽 의견은 기사량이 210줄인 반면 반대 쪽 의견은 24줄뿐이었다. 찬성 쪽 의견을 9배나 더 많이 보도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추석 표정을 전한 9월 20일자 기사에서는 반대 쪽 주장은 단 1줄도 없고 찬성 쪽 주장만 61줄에 걸쳐 보도했다(남은 건 票心…찬반 막판 홍보- 9월 16일, "방폐장 오면 어떻게 되는데?" 추석 최대 화제로- 9월 20일, 汎영덕유치위 "찬성기류 확산" 반대측은 "불법선거 감시 만반"- 9월 21일, '방폐장' 양성자가속기 사업 어떤 게 진실?- 9월 23일).

그리고 매일신문도 이 기간에 사설 등의 의견기사 2꼭지를 찬성 쪽 주장으로 채웠다(<사설> 放廢場 투표…백년대계를 위한 선택- 9월 16일, <계산동에서> 방폐장 '주민수용성' 허점- 9월 27일).

또 매일신문은 유치를 희망하는 쪽은 지자체의 특별 지원책 등을 주요하게 보도한 반면, 유치를 반대하는 쪽은 '위장전입설' 같은 부정적인 면을 부각 시켜 보도하기도 했다(영덕군 "농수산물가격하락 땐 손실보상" 李지사 "지자체보조사업비 20% 더 지원"- 9월 29일, "이래도 찬성표 안줄테요" 경주시 "방폐장 건설지 특별 지원" 검토- 9월 30일, 방폐장 유치지역 '反核' 시민단체 위장전입說- 9월 22일, "反核 문화행사 위법소지 있다"- 9월 29일).

세 번째 시기: "방폐장 유치는 계속 된다"

이 시기는 방폐장 유치를 위한 주민투표가 발의되어 찬반 활동이 가능해진 시기다. 열흘 정도 지난 지금, 언론의 보도 태도에는 변화가 없어 보인다.

영남일보는 지난 9월 29일 자사의 독자위원회에서 "방폐장을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는 일방적 보도만 하는 것은 편향된 보도 자세"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큰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영남일보는 이 기간에 "방폐장 유치에 정치권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고 비판하는 칼럼을 한 차례 실었다. 그리고 방폐장 유치를 반대하는 쪽에서 일본 방폐장이 있는 아오모리현의 시의원을 초청해 '로카쇼무라 방폐장'의 문제점을 알렸는데, 자세한 내용은 보도하지 않고 기자회견 사실만 간단히 보도하는 데 그쳤다(<영남타워> 방폐장 투표와 대구 동을 재선거- 10월 6일, "방폐장 유치" "절대 안돼" 포항 찬-반단체 활동 분주- 10월 8일).

그리고 매일신문도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10월 4일과 5일자에 보도한 방폐장 유치 찬반 활동 기사에서 찬성 쪽 주장은 67줄을 보도한 반면, 반대 쪽 주장은 27줄만 보도했다. 또 로카쇼무라 방폐장이 있는 일본 아오모리현의 시의원이 포항에 와서 기자회견을 한 기사는 싣지 않고, 같은 날 포항 지역 재향군인회 등이 방폐장 유치 결의대회를 가졌다는 기사를 보도했다(4개 후보지 유치전 본격화- 10월 4일, 거리 곳곳 '찬-반 선전전' 戰意- 10월 5일, "방폐장 지역발전 위해 꼭 필요" 재향군인회 등 유치 결의- 10월 8일).

언론은 공정하게 보도해야

방폐장 유치 문제는 지역의 최대 현안이자 갈등 요소이기 때문에 지역민들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기본이다. 따라서 언론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로 지역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데도 언론은 불공정한 보도로 지역민들의 의사를 특정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언론의 이러한 행위는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할 것이다. 더 나아가 지역민들의 충돌과 갈등만 증폭 시킬 우려가 크다. 언론의 공정한 보도 태도가 필요한 때이다.

덧붙이는 글 | 안태준 기자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모니터팀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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