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동정론'이냐, 한나라당 '박풍'이냐

[10·26 재선거 현장 ① 울산 북구] 여론조사 전문가 "한나라-민노 5% 내 접전"

등록 2005.10.14 10:46수정 2005.10.2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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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국회의원 재선거가 본격 선거전에 돌입했다. <오마이뉴스>는 울산 북구, 경기 광주, 부천 원미갑, 대구 동을 등 4곳의 재선거 현장을 돌아봤다. <편집자주>
a 울산 북구의 유일한 재래시장인 호계공설시장 입구.

울산 북구의 유일한 재래시장인 호계공설시장 입구. ⓒ 오마이뉴스 윤성효


울산 북구에는 '지역감정' 또는 '탄핵풍', '박풍'도 없었다. 지난 해 4월 총선까지는 그랬다. 1년6개월전 17대 총선에서 조승수 전 의원이 46.9%로 당선했으며, 민주노동당이 두 차례나 구청장을 차지했고, 현재 구의회도 민주노동당이 다수파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9월말 재선거 결정 직후 '민주노동당 절대강세'에서 '민주노동당-한나라당 접전' 내지 '한나라당 추월'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선거 첫날 울산리서치연구소 고영호 소장은 '5% 내 접전'으로 분석했다.

지난 9월 30일 울산리서치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당장 오늘 투표를 한다면 어느 당 후보를 찍겠느냐는 질문에 민주노동당(35.6%)-한나라당(17.4%)-열린우리당(5.2%) 순이었다. 당선 가능성도 민주노동당(37.4%)이 한나라당(18.2%)과 열린우리당(4.4%)보다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열흘이 지나니 다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12일 울산방송이 밝힌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운두환(50) 후보 28.5%, 민주노동당 정갑득(47) 후보 33%, 열린우리당 박재택(58) 후보 7.5% 순이다. <한겨레>가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후보 41.8%, 민주노동당 후보 28.0%, 열린우리당 후보 9.3%다. 무려 13.8%나 격차다.

고영호 소장은 "대법원 판결 직후 민주노동당에 대한 동정 여론이 높았으나 지금은 정체되었으며, 후보가 늦게 결정된 탓도 있지만 민주노총 간부 비리문제도 한 몫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자리수인 열린우리당이 얼마만큼 두 당의 표를 잠식하느냐, 거기다가 노동계가 얼마나 투표에 참여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재래시장에서 느껴지는 한나라당 우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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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윤성효

이같은 여론조사는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12일 오후 울산 호계공설시장, 이곳은 북구의 유일한 재래시장이다. 시장 상인 다섯명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이번에 재선거 하는 것 아느냐고 물었더니 "몰라요"라는 답부터 "투표하러 갈지 몰라요"라는 답도 나왔다.


10년째 건어물 장사를 해오고 있다는 50대는 한 술 더 떴다.

"고마 한나라당 찍고 싶다. 행정부시장 하던 사람이 열린우리당으로 나온 모양인데, 누가 알아주나. 민주노동당도 이미지 안좋다. 1년 전에는 그래도 노동자가 되면 좋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동안 머했나 말이다. 민주노동당도 별거 없다 아이가."


70대 과일상 아주머니는 노골적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했다. "지난 해 내가 바빠서 투표하러 안 갔더마는 한나라당이 떨어졌다 아이가, 이번에는 꼭 갈끼다"라고. 나머지 사람들은 "투표하러 갈랑가도 모르는데…",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는데…"라며 대답을 피해갔다.

인근 식당에서 소주를 꺾는 중년 3명이 앉아 있었다. 옆 테이블에 앉아 늦은 점심을 시켜놓고 그들에게 선거 이야기를 물었다. 턱수염이 조금 난 50대는 "참 이번에도 선거한다면서? 민주노동당이 억울하게 되었다 아이가, 한번더 찍어줘야지"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두 사람은 "우린 이번에도 투표 안할 껀데"라고 해 말을 잘라버렸다.

전국체전 깃발이 나부끼는 북구청이 보이는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섰더니, 어르신들이 정자 밑에 앉아 있었다. 선거 이야기를 꺼냈더니 선거운동 하러 온 사람으로 여기면서 "누구 운동 하능교?"라고 오히려 물었다.

김학철(74)씨는 "이번에 선거 또 한다카데, 그런데 누가 나왔노?"라고 말했다. 이수원(68)씨는 "박근혜 대표가 몇 번 오면 선거분위기는 한나라당으로 한꺼번에 기울지 않겠나, 그라모 게임 끝나는 거지"라는 말도 나왔다.

이날 저녁 한 대형할인점 앞에서 만난 조헌우(19)씨는 "조승수 전 의원이 의원직을 잃을 만큼 잘못한 게 아니라고 하데요"라며 "부모님들이 한번더 밀어줘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던데요"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부터는 만 19세도 투표권이 주어지는데, 이곳의 만 19세 유권자는 1445명이다.

밀양에서 살다 재작년 이곳으로 왔다는 박호이(48)씨는 "북구에는 토박이는 얼마 안되는 것 같애요"라며 "아무래도 토박이는 한나라당이고, 바깥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민주노동당 성향이 강한 것 같구요"라고 말했다.

울산 북구청에서 만난 한 시민은 "울산에서 북구는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데, 여당 후보가 되어야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면서 열린우리당 지지 입장을 보였다.

현대차 공장 정문에서 만난 사람들

이번 재선거의 또하나의 관건은 현대자동차와 협력업체의 노동자와 가족들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이다. 이들이 전체 유권자의 7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노동당 정갑득 후보는 현대차노조 위원장 출신이다.

13일 퇴근길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민주노동당을 입에 담았다.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노동자 몇 명을 잡고 물었더니 "그래도 민주노동당밖에 없지 않나", "노동자가 기댈 곳은 한 군데 뿐"이라고 말했다.

김명수(49)씨는 "요즘 선거 이야기 좀 하는 편"이라며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지만 민주노동당 한번 더 찍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작업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 안기호 전 위원장은 "그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진보정당 지지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선거에 무관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와 정규직인 현대차노조가 이번 선거에 대해 어떻게 나올지도 하나의 변수다. 현대차노조 이상욱 위원장은 정갑득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해 "민주노동당 당원은 아니지만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노조 한 조합원은 "비정규직 현 집행부도 그렇고 정규직 집행부 안에서 민주노동당 당원이 아예 없거나 적은데, 이번 선거에 얼마만큼 힘을 발휘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울산리서치연구소 고영호 소장은 1년6개월전 17대 총선과 선거 분위기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작년과 비교할 수 없다. 탄핵이라는 큰 사건이 있지 않았나.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는 선거 한 달전까지만 해도 지지도가 40%까지 나왔다. 그 절반 정도가 한나라당보다는 민주노동당 후보한테 투표했던 것이다. 탄핵이 민주노동당에 유리했다는 말이다. 이번에는 그런 '사건'은 없다. 단지 의원직 상실에 대한 민주노동당 동정론이 살아날 것인지, 고정 지지층이 투표장으로 얼마만큼 가도록 하느냐가 관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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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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