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적' 감춘 이상수, '이름' 감춘 임해규

[10·26 재선거 현장 ② 부천 원미갑] 인물론과 당대당의 박빙 승부

등록 2005.10.20 17:41수정 2005.10.2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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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국회의원 재선거가 본격 선거전에 돌입했다. <오마이뉴스>는 울산 북구, 경기 광주, 부천 원미갑, 대구 동을 등 4곳의 재선거 현장을 돌아봤다. 이 기사는 그 두번째로 부천 원미갑이다. <편집자주>
a 경기도 부천시 원미갑 후보. 왼쪽부터 이상수 열린우리당 후보, 임해규 한나라당 후보, 조용익 민주당 후보, 이근선 민주노동당 후보, 안동선 무소속 후보, 정인수 무소속 후보.

경기도 부천시 원미갑 후보. 왼쪽부터 이상수 열린우리당 후보, 임해규 한나라당 후보, 조용익 민주당 후보, 이근선 민주노동당 후보, 안동선 무소속 후보, 정인수 무소속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선관위


당대당이냐, 인물론이냐.

10.26 재선거가 치러지는 부천 원미갑의 선거 구도는 이렇게 압축된다. 이상수(59) 열린우리당 후보는 최근 실추된 여당 민심을 의식해 개인 인물론으로 승부를 내고있는 반면, 임해규(45) 한나라당 후보는 제1야당의 현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상대적으로 낮은 인물 인지도를 상쇄하겠다는 계산이다.

당초 부천 원미갑은 임해규 후보의 압도적인 우세가 예상되었으나 이상수 후보가 최근 오차범위까지 추격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상수 생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선에 도전하고 있는 이 후보는 참여정부의 창업공신으로 지난 대선 때 총무위원장을 맡아 불법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다.

선거가 종반으로 치닫는 가운데 13만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지역현안 해결사'로 향할지, '노무현 정권 경제실정론'이 먹힐지 각 후보들은 서서히 깨어나고 있는 부동층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a 문희상 의장등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19일 경기도 부천  원미갑정당사무소에서 지도부회의를 가진뒤, 거리유세를 펼치며 10.26재선거에 나선 이상수 열린우리당 후보를 지원했다. 뒤로 화장터 반대 운동을 펼치는 시민들이 무효화 요구 시위를 하고 있다.

문희상 의장등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19일 경기도 부천 원미갑정당사무소에서 지도부회의를 가진뒤, 거리유세를 펼치며 10.26재선거에 나선 이상수 열린우리당 후보를 지원했다. 뒤로 화장터 반대 운동을 펼치는 시민들이 무효화 요구 시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화장터' 몰표 기대하는 이상수

"이당 저당 상관없다, 화장터 철회가 표로 직결된다."

화장터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이상수 후보 지지자가 들고 있는 피켓 문구다. 기호 1번 이상수 후보는 '당'을 최대한 감추고 있다. "뉴타운 개발 심곡 1동까지 확대, 힘센 일꾼"이라고 적힌 현수막에도 당명은 눈에 띄지 않을 크기로, 한쪽 구석에 박혀 있다. 선거운동원들의 유니폼도 열린우리당의 상징인 노란색이 아니다. 이 후보의 지지를 선언한 '화장터건립반대투쟁위원회'의 상징색인 빨간색이다.


이상수 후보는 "사실 열린우리당 당적은 가장 큰 마이너스 요인"이라며 "인물로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측은 60년대 난개발로 인해 기반 시설이 낙후된 이 지역 주민들의 개발 욕구를 부추기고 있다.

또한 20%에 해당하는 '화장터 표심'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19일 간부회의를 부천 선거 현장에서 열어 이상수 후보를 차기 국회 건교위원장으로 내정(?)하는 등 '여당의 힘'을 과시했다. '지역선거'로 치르겠다며 중앙당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던 열린우리당 지도부도 결국 '한 석'의 가능성 앞에 마음을 바꾼 셈이다.


이웃 지역구인 원미을의 배기선 사무총장은 거리 유세로, 부천시장 출신인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선대본부장을 맡아 이 후보를 돕고 있다.

이 후보측은 화장터 건립지역 투표율과 부재자 득표율이 당락을 좌우한다고 보고 있다. 한 참모는 "화장터에서 40% 투표율만 나와도 확실하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30%에 달하는 호남인구의 선택이 민주당과 분산되는 것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거리에서 만난 충청도가 고향이라는 오창수(상업·40대)씨는 "자기 생각과 실천 의지가 강한 인물을 뽑겠다"며 "당보다는 개인을 보고 찍겠다"고 밝혔다. 오씨는 "주5일제가 되면서 부천 시민들이 주말이며 다 빠져나가 장사하기가 힘들어졌다"며 "다른 곳 사람들이 부천에 와서 쉬고 즐길 수 있도록 여가·문화 시설들이 많이 들어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정권 실정론 '반사이익'에 기댄 임해규

a 10.26재선거에 부천원미갑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임해규 후보가 19일 오전 한 아파트 앞에서 지역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임해규 후보는 부천에서 3선 시의원을 한 것이 강점이다.

10.26재선거에 부천원미갑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임해규 후보가 19일 오전 한 아파트 앞에서 지역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임해규 후보는 부천에서 3선 시의원을 한 것이 강점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부천은 지난 대선 당신이 한 일을 알고 있다"

기호 2번 임해규 후보 선거사무실에 걸려 있는 현수막 문구다. 임 후보측은 공천 확정→후보 등록→선거운동 시작 등을 거치면서 이 후보가 추격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10% 승부수"로 여유 있는 승리를 자신했다. 또한 최근엔 '천정배 효과'로 격차가 좀 더 벌어졌다고 판단했다.

임 후보측 관계자는 "현정권의 '경제 파탄'을 알리는데 집중하며 실수 없이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선대본부장인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이 수시로 와서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표가 한번 더 오면 더이상의 표 이동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임 후보에게 마이너스는 화장터 건립을 추진한 부천시장이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점이다. 또한 이 지역이 전통적으로 야성(野性)이 강해 한번도 신한국당이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당선되지 못했다.

하지만 임 후보는 "(열린우리당의) 당 지지도가 결국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며 "대선 비자금으로 자숙의 기간도 거치지 않은 사람의 정치적 재기를 부천 원미갑 유권자들의 자존심이 허락할 리 없다"고 자신했다.

택시기사인 주자혁(55)씨는 "화장터 때문에 투표율은 좀 될 것 같은데 워낙 당(열린우리당)이 그러니까…"라며 "이번엔 한번 (당을) 바꿔서 찍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씨는 "공약이야 야당이든 여당이든 선거 때 말뿐인 것 아니냐"며 불신감을 드러냈다.

'노무현 싫다고 한나라당 찍나' 군소 후보 양당 견제

기호 3번 조용익(39) 민주당 후보는 '민주세력의 세대 교체'라는 모토를 내세워 "노무현 대통령이 싫다고 한나라당을 찍겠습니까"라며 정권 심판론과 한나라당의 반사이익을 동시에 견제하고 있다. 부천 경실련에서 자문 변호사로 일해온 조 후보는 한화갑 대표의 특보역을 맡고 있다. 조 후보측은 국가관, 소신, 지역발전에 대한 비전 등을 내세워 양강 구도의 파열음을 내겠다는 의지다.

기호 4번인 이근선(46) 민주노동당 후보는 부천 지역에서 18년 동안 노동운동으로 잔뼈가 굵었다. 최근까지 세종병원 노조위원장을 맡았다. 이 후보는 당 차원의 공약인 "무상의료, 무상 교육, 부유세 실현"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 '조승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 후보측은 "이번 재선거는 모두 양당 소속의 의원들이 부정·비리로 치러지고 있는 만큼 선거가 그에 대한 심판이 되어야 한다"며 "조승수 의원이 의원직을 잃는 바람에 민주노동당의 진보법안 발의가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민주당 공천이 좌절돼 무소속으로 나온 안동선(70) 후보는 5선에 도전하는 이 지역 토박이. 안 후보는 장년·노년층과 전통적 지지층의 고정표를 다지는데 주력하고 있다. 안 후보 사무실을 방문한 한 60대 지지자는 "부천을 이만큼 만든 장본인이 안동선"이라며 "원미갑은 토박이들이 지킨다"고 공언했다. 이인제 자민련 의원이 안 후보의 선대본부장을 맡고 있고 변웅전 전 아나운서가 지원 유세에 나설 계획이다.

기호 6번을 달고 있는 무소속 정인수 후보는 20대의 젊음을 내세워 '나홀로 유세'에 나서는 등 "선거문화 혁명으로 정의와 공익 실현하려 출마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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