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문희상·박근혜 누군가는 다친다

[재선거 D-1] 지도부 몸 달았다... 우리 '부천'-한나라 '대구'-민노 '울산'

등록 2005.10.25 12:47수정 2005.10.2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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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5일 국회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세균 원내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다.

25일 국회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세균 원내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0·26 재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당 지도부는 '전략' 지역을 찾아 마지막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부천 원미갑, 한나라당은 대구 동구을, 민주노동당은 울산 북구에 각각 사활을 걸고 있다. 경기 광주는 정진섭 한나라당 후보와 홍사덕 무소속 후보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정 후보로 승세가 기울어졌다고 '안심'하는 모습이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화장터 이해관계가 첨예한 부천 역곡 주변 상가를 돌며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박기춘 사무부총장은 "부천의 경우 이상수 후보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오차범위 내 격차를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지지도 면에선 대구가 유리하지만 부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4·30 재보선에서 영천의 '악몽'을 기억하는 탓이다. 소위 '박근혜의 눈물'로 역전되는 TK 지역정서는 아무래도 높은 벽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마지막 날을 대구에서 보낸다. 박 대표의 4번째 지원 유세, 이회창 전 총재의 방문 등은 대구 동구을에 대한 지도부의 위기 의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나라당 자체조사로도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는 수준이다.

박 대표는 이날 마지막 유세 포인트를 '투표율'로 잡았다. 공공기관 유치라는 뚜렷한 이슈를 장악한 이강철 열린우리당 후보에 비해 한나라당은 '반 노무현' 등 정서적인 측면에 기대왔다. 따라서 위기 의식을 고조해 한나라당 전통적인 지지세력의 결집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노동당은 울산 '올 인'이다. 점차 정갑득 후보가 한나라당의 윤두환 후보를 따라잡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초박빙의 상황이다. 단병호·노회찬·심상정 등 간판급 의원들이 울산에 눌러 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조승수 의원의 '석고대죄 시위'는 상대방 후보들의 항의로 일단 거둬들였다.


마지막 날 민주노동당의 유세 전략은 '비정규직' 문제다. 5천 표 정도가 예상되는 울산 북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상대로 투표 참여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평소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노조에 대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감정이 안좋은 게 사실. 노동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단병호·심상정 의원은 하청공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거리를 누비며 한표 한표를 직접 호소하고 있다. 정 후보 측은 '300표'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문희상 책임론...교체론·보완론·면책론

비록 4석짜리 재선거지만 이번 선거결과에 양당 지도부의 명운이 걸려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특히 선거운동 시작 전부터 '중앙당 불개입'과 '지역선거'를 강조하며 한발 뺀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비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타격은 치명적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내년 5월로 예정된 최고위원들의 임기를 앞당겨 조기 전당대회를 결의한 터라 지도부 '책임론'과는 무관한 상황이다. 민주노동당은 내년 초 새 지도부를 구성해 5월 지방선거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한 석이라도 얻게 되면 문희상 체제는 내년 차기주자들의 복귀 전까지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다. 선거운동에 나서지 않겠다던 문 의장이 경기도 부천을 자주 방문하는 것도 그런 조바심 때문이다.

문 의장은 "당초의 비관적인 예상을 깨고 우리당 후보들이 선전하고 있다"며 "최종적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의원 여러분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하지만 '제로 의석'이 되면 어떤 식으로든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교체론 ▲보완론 ▲면책론 등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이 지도부 교체로 이어지는 경우,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하다. 전면 교체가 성급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문희상 체제가 유지되는 선에서 차기 주자들의 역할을 강화해 현 체제를 '보강'하는 안도 가능하다. '문희상 이후' 대안이 없다는 이른바 대안 부재론이 일면서 현 지도부에 면죄부가 부여될 수도 있다.

한 주요당직자는 "강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문 의장이) 그만두면 이후 한 명의 상임운영위원만 더 그만 둬도 바로 전당대회로 가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도 아닌데 지금 전당대회를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배수진'을 쳤다.

열린우리당의 당헌·당규상 5명의 선출직 상중위원 중 3명이 사퇴하면 자동적으로 조기전대를 열도록 되어 있다. 염동연 상중위원이 중도하차하는 바람에 현재 1명이 공석이다.

a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책임론..."생명보험금 타고 끝내는 꼴"

반면, 한나라의 경우 한 석이라도 놓치면 안되는 상황이다.

부천이나 울산은 내준다 하더라도 경기 광주와 대구 동구을은 '필승'이 요구되는 선거구다. 두 곳 다 공천 잡음이 컸고, 특히 영남 교두보인 대구의 패배는 대선 위기론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상직적인 승부처다.

선거 결과의 책임은 고스란히 박근혜 대표의 몫으로 돌려질 공산이 크다. 일찌감치 박 대표는 재선거 올인 전략을 취했고, 노무현 정권 심판론으로 대립각을 세워왔다. 더욱이 박 대표의 인기가 전 같지 않고, 차기 경쟁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이 보폭을 넓혀가는 상황이다.

특히 비주류인 홍준표 의원과 소장파 의원들이 주도한 혁신안이 흐지부지되고 박 대표가 조기전대를 수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론도 동시에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MB(이명박)계로 통하는 한 의원은 "사실상 감성에 의존한 선거운동방식이 한계에 도달한 것 아니냐"며 "박정희 향수도 과거지향적이라 국민들은 이제 식상하다"고 '박풍'의 유효기간이 다했다고 평했다.

그는 또 "박빙으로 이긴다 하더라도 열린우리당이 죽을 쑤는 상황에서도 한나라당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도 "과연 이 기회에 한나라당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으로 나갈지 의문"이라고 현 지도부를 불신했다.

또한 박 대표가 제기한 '국가정체성 논란'에 대해서도 "당론을 모으지 않은 상태에서 전면전으로 나가는 바람에 논리도 정연하지 않고 '색깔론'으로 매도당하고 있다"며 "박 대표가 너무 다급했던 게 아니냐"고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한나라당 소장파들이 마냥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새정치수요모임(회장 박형준 의원) 소속의 한 의원은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특정인이 타격을 받아 제거되는 방식은 옳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안 그래도 박 대표의 인기가 사그러 들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물러나면 생명보험금을 타고 끝내는 꼴"이라며 "우리의 입장은 누가 되었든 한나라당 대세론이 일찍 뜨는 걸 경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장파의 경우 박 대표와 줄곧 '거리'를 유지해 왔지만 최근 이명박 대세론의 조짐이 보이자 이번 선거에서 박 대표를 적극적으로 도우며 '한시적 연대'를 표방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26일 밤 10시를 전후해 양당 지도부의 희비가 교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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