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아버지 혼자서 들깨를 베고 계셨습니다. 멀리서 아버지를 부르니 손을 흔들며 웃으십니다. 밭으로 갔더니 들깨 베어낸 대궁 위험하다며 들어오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십니다. 대궁 잘못 밟으면 신발 찢어진다고 걱정하시는 겁니다.
"어머닌 어디 가셨어요?"
"밤 팔러 갔다."
"언제 가셨는데요?"
"아홉시 반 차 탔으니 점심때 지나야 올 게야."
새벽마다 동네 산을 돌아다니며 떨어진 알밤을 주워 모아 시장에 내다 파시는 겁니다. 굽은 허리로 밤 한 말씩을 들고 시장에 내다 파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모릅니다. 이젠 넉넉지는 않지만 용돈 보태 드릴 테니 편히 쉬시라고 해도 건성으로 알았다고 대답만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