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진압하면 필사적으로 싸울 것, 진압자제해 달라"

[전화인터뷰] 점거농성 박정훈 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장

등록 2005.11.03 01:04수정 2005.11.0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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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점거농성 중인 박정훈 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장.

점거농성 중인 박정훈 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장. ⓒ 비대위

점거농성 10일째를 맞고 있는 박정훈(37) 전국금속노조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지회장은 "만약 강제진압을 한다면 우리는 해고자 복직을 위해 단호하게 대항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B동 크레인에서 고공 점거농성 중인 박정훈 지회장은 2일 저녁 8시경부터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박 지회장은 인터뷰에서 현대하이스코의 직접 대화와 함께 경찰의 강제진압 자제를 거듭 요청했다. 박 지회장은 특히 "농성 조합원들이 폭발할 수 있는 여러가지 물건들을 가지고 있다"며 "청와대와 경찰, 노무현 대통령에게 간곡하게 당부하고 싶다, 강제진압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박 지회장은 '해고자 복직이 이뤄지지 않고 원청이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자진 해산하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밝혔다. 박 지회장은 "현재 라면과 초콜릿 등으로 하루에 두 끼를 먹는다"면서 "지금은 조합원들이 '배고픔보다 추위를 못참겠다'고 말할 정도로 춥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배고픔보다 추위가 더 고통스럽다"

다음은 박 지회장과의 일문일답.

- 점거농성 10일째를 맞고 있는데 의식주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현재는 하루 두 끼 먹고 있다. 들어올 때 가져온 라면 한 봉지를 두 사람이 먹고 있다. 그리고 '핫 브레이크' '초코파이' '생쌀'을 먹으면서 견디고 있다. 농성을 시작하면서 가져온 음식이 소량 밖에 안돼 최소한의 것만 소지하고 있는 상태다."


- 일부 음식물을 어제 전달받았다고 들었다.
"10월 31일 시민대책위, 가족대책위, 민주노동당이 준비한 음식물을 경찰이 가져왔지만 하이스코 직원들이 막아 반입되지 않았다. 그 이후 11월 1일 경찰이 조용히 공장 바닥에 놔두고 가길래 체포 위험을 무릅쓰고 내려가서 가져왔다. 직접 전달받은 것은 아니다."

- 조합원들의 건강상태는 어떤가.
"농성 10일째가 되면서 갑작스런 환경 때문에 설사를 하는 조합원이 있고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몸살 감기를 앓고 있는 조합원도 4명이 있지만 크게 아픈 사람은 없다. 아침에 일어나 함께 체조도 하면서 최대한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배설문제는 가져온 검정 봉지을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화장지가 다 떨어져 밖에서 화장지를 반입해 줬으면 좋겠다."


- 농성 중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인가.
"심리적으로는 강제진압 부분이 있다. 매일 긴장하면서 교대로 잠을 자고 있다. 이 곳은 기름때가 많은 곳이어서 온 몸이 까맣다. 이런 상황에서 10일 이상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어 피곤이 쌓였다. 침낭 하나씩을 가지고 왔는데 갈수록 춥다.

바닥에서 찬공기가 올라오고 있다. 지금은 조합원들이 '배고픔 보다는 추위를 못참겠다'고 말할 정도다. 아무래도 먹고 자는 게 가장 힘든 부분이다. 먹는 문제의 경우 현대하이스코가 인도적 측면에서 음식물을 반입해줬으면 좋겠다. 음식물 반입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대화를 원만하게 풀 수 있을 것이다."

- 단수로 어려움이 있을 텐데.
"경찰과 현대하이스코 직원들이 소방호스로 뿌린 물을 받아두었다가 마시고, 씻고 있다."

"사측 대화 나서지 않으면 자진해산 없다"

a 30일 오전 경찰특공대는 점거농성 공장의 벽면을 3m가량 뜯어내고 옥상으로 통하는 문을 차단했다(사진 원안). 사진은 지난 28일 사측 직원들이 물을 뿌려대고 있는 모습.

30일 오전 경찰특공대는 점거농성 공장의 벽면을 3m가량 뜯어내고 옥상으로 통하는 문을 차단했다(사진 원안). 사진은 지난 28일 사측 직원들이 물을 뿌려대고 있는 모습. ⓒ 광주드림 안현주

- 경찰이 강제진압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공장내부 상황은 어떤가.
"10월 28일부터 경찰이 천정을 뜯었다. 날마다 천정을 통해 안쪽을 감시하고 있다. 그리고 공장안 사무실이 있는데 현대하이스코 직원 10명 정도가 계속 감시를 하고 있다. 그래서 천정이 뚫린 부분에 있던 크레인을 옮겼다. 자체 방어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오늘 특공대가 도끼를 들고 천정을 뜯어냈다. 소방호스를 옥상에 올려놓고 매트리스를 현장 안으로 들어놓기 위해 쌓아놓았다.

우리는 해고되어 가족생계도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 목소리를 전국에 알려내고 시민사회단체에 도와달라고 호소하기 위해 올라왔다. 수차례 대화를 요구했지만 현대하이스코가 무시하고 한번도 교섭에 나서지 않은 것을 알려내려는 절박한 마음으로 농성에 돌입했기 때문에 원직복직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

- 자진해산은 어떤 경우에 가능한가.
"우리는 해고자 복직과 현대하이스코가 노조를 인정하고 직접 대화에 나서기를 요구하고 있다. 민·형사상 문제는 하이스코가 최소화해야 한다."

- 해고자 복직과 원청이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자진해산은 없다는 뜻인가.
"그렇다. 원청인 현대하이스코가 직접 대화에 나서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 현대하이스코는 법적으로 제3자라고 주장하면서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책임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대하이스코는 불법파견을 했다. 우리가 일하면서 눈으로 목격하고 몸으로 경험했다. 불법파견이라는 근거자료가 부족할 수 있으나, 현대하이스코는 지난 99년 2월 ISO9001을 인증받으면서 작성한 '품질경영메뉴얼'에 작업표준, 업무, 근무표준, 업무분장, 지휘감독체계 등 하청업체 직원들의 작업 등을 서류로 제출했다.

책임이 없다면 이 내용을 밝히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하이스코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노동청이 불법파견 여부 조사를 하기 전 하청 노조원들에게 '이렇게 답변하라'고 왜 교육을 시켰겠느냐. 백번 양보해서 합법적이라고 할지라도 하청사가 폐업하면서 대기업이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또 대기업으로서 윤리적, 도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 화염병과 시너를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강제진압시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자체 방어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농성 당시 가져온 것도 있고 여기서 준비한 것도 있다. 여러가지 폭발할 수 있는 물건을 가지고 있다. 인명피해가 나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우리 노동자가 개만도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다면 강제진압하지 않겠느냐. 그러나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강력하게 싸울 것이다."

- 강제진압시 인명피해도 배제하기 어려운데.
"우리는 지난 4개월 동안 대화와 원직복직을 요구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장으로서 자식으로서 충실한 역할을 하기 위해, 크레인을 점거했다. 경찰이 강제진압을 하더라도 복직할 때까지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사측과 대화하기 위해 여기까지 올라온 우리는 절박하다.

그래서 간곡히 당부했다. 수 차례에 걸쳐 대화로 풀자고 했다. 20m 높이에 있고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다. 벽은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다. 만약 강제진압을 한다면 우리는 해고자 복직을 이루기 위해 단호하게 대항할 수 밖에 없다."

- 경찰 특공대가 상주하고 있는데 당부할 게 있다면.
"강제진압을 한다면 우리든 경찰이든 누구든 인명피해가 있을 것이다. (조합원들의 투신 등)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합원들은 필사적으로 싸워 보자는 것이다.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찰측에 당부하고 싶다. 여러 기관의 많은 노력에도 현대하이스코는 여전히 우리를 무시하고 오만함을 보이고 있다. 경찰과는 직접 관계가 아니기에 싸울 이유가 없다. 공권력은 어려운 사람들을 보호해야 진짜 공권력이다. 노사관계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도록 중립적인 입장에서 강제진압을 최대한 자제해달라. 청와대와 경찰청, 노무현 대통령께 다시 한번 당부한다. 강제진압을 자제해 달라."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사랑하고, 고맙다'고 전해달라"

a 가족들이 공장 앞에서 애타하고 있다.

가족들이 공장 앞에서 애타하고 있다. ⓒ 김성철

- 정규직 노조가 적극적으로 사태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조합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같은 노동자다. 사측 논리에 의해 갈등하면 안된다. 정규직들이 직접 도와주지 못하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싸울 수는 없다. 조합원들의 생각은 차이가 있다. 감정이 불붙어 있다. 정규직노조도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사측이 아예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데 대해 우리도 사람인데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지금이라도 정규직이 적극 나서서 노력한다면, 문제해결이 더욱 빨리 쉽게 해결될 것이다. 같은 노동자로서,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으로서 연대의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한다. 현대 자본이 노조를 무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힘을 합쳐서 불법행위와 오만함을 막아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경찰측에 다시한번 호소한다. 현대측과 우리가 직접 자유롭고 평화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현장으로 돌아갈수 있도록 중립을 지키고, 공권력에 의한 강제진압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 그러면 고맙겠다.

가족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왔다. 미안하다. 그러나 해고자 복직해결을 위해 크레인에 올라오지 않으면 생계를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다. 밖의 상황을 보고 있다. 촛불시위, 음식물 반입, 집회 등을 벽면 구멍을 통해 보면서 눈물이 난다. 조합원들이 가족들에게 '우리를 믿고, 미안하고, 사랑하고, 고맙다'고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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