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임금 항의하던 건설노동자, 분신 사망

"건설현장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원인"... 대책마련 시급

등록 2005.11.10 13:55수정 2005.11.1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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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인천광역시 부평구 삼산동 도로개설 현장 S건설 현장사무소에서 철근기능공 허모(47)씨가 체납된 임금 지급을 요구하다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허씨가 316만 원의 임금이 체불된 상태였으며, S건설이 9월분 노임을 원청업체로부터 이미 받았지만 인부들에게는 지급하지 않고 날짜를 미뤘고, 그런 이유로 허씨가 현장관리자에게 '돈을 왜 안주냐'며 항의하다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허씨가 일을 하던 공사 현장은 삼산2택지~부천 중동대로 간 도로개설 현장으로, 인천시 종합건설본부가 3개의 건설업체에 발주를 주고 S건설은 이들 업체로부터 일부를 하청 받아 공사를 하는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S건설 관계자는 "허씨에게 돈이 지급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임금이 체불된 것은 아니다"며 "회사에선 오야지(노동자 10명 정도를 데리고 일하는 팀장 위에 있는 작은 사장)에게 9월 말까지의 자금을 집행했으나 오야지가 허씨를 포함한 철근기능공 7명에게 임금을 다 지급하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10월 말부터 11월 3일까지의 자금 집행은 아직 안된 상태로 그것을 포함해 허씨에게 미지급된 돈이 316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허씨가 불만을 품고 현장사무소에 휘발유통을 들고 들어왔을 때 그곳에서 10월 말부터 11월 3일까지의 자금 집행에 대해 관계자들과 논의하는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S건설 관계자는 "이 사건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유가족과 합의를 통해 장례비를 포함한 위로금을 지급한 상태"라고 밝혔다.

"건설업계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죽음 불러"

허씨의 분신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노동당 인천시당과 지역 노동계는 "이 사건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며, 건설현장의 고질적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결국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라며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천지역건설산업노동조합 이준걸 위원장은 "법률상으로는 발주처-시공사-원청-하청(전문건설업체)의 구조로 건설공사를 시행하게끔 돼 있지만, 실제로는 하청이 다시 도급을 줘 그 밑에 이사(부금)-오야지-팀장-노동자로 이어지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공사가 진행된다"며 "허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하도급 구조로 인해 임금체불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걸 위원장 "이번 사건은 인천시 종합건설본부가 발주처인 관급공사로 인천시가 하청업체들의 불법 하도급 행위에 대한 관리 소홀 책임을 져야하며, 이번 임금 체불에 대한 책임자와 불법하도급 당사자를 처벌하고, 건설업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관급공사만이라도 불법하도급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 위원장은 경인지방노동청에도 "건설현장 임금체불 발생 시 오야지에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원청업체가 책임질 수 있도록 강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인천지역건설산업노동조합 등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 철폐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꾸려 기자회견, 인천시와 경인지방노동청 항의방문과 면담 등을 진행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 대응을 해나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구완모 노동국장은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또다른 희생자가 나타날 수 있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 등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지역인터넷뉴스사이트 ICNEWS(http://icnews.net)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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