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4월 16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해암빌딩내 14층에서 개최된 대북송금 송두환 특별검사팀의 현판식. 헌정사상 4번째 특검이었던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이후 숱한 논란 속에서 활동을 벌이다 2003년 6월 30일 해단식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하지만 아직 해체되지 않고 여전히 국가 예산을 써가며 존속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된 박지원 전 장관의 재판 때문이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대북송금 특검은 살아 있다. 다만, 하는 일 없이 국고를 축낼 뿐이다."
대북송금 특검이 살아 있다고 말하면 대뜸 이게 무슨 말이냐고 의아해 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 2003년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첫번째로 받아들인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북비밀송금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송두환 특별검사)는, 지난 2003년 6월 30일 공식 해단식까지 마쳤지만, 아직도 여전히 '공소유지'를 위해 활동중이다. 전과 다른 점은 '몸집'과 사무실을 줄였을 뿐이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대북송금 특별검사 예산·결산내역'에 따르면, 지난 2003년 3월에 출범한 대북송금 특검은 2004년과 2005년에도 예산을 사용한 데 이어 2006년에도 예산이 책정될 예정이다.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 바로 대북송금 사건에 병합된 박지원 전 문광부장관의 현대비자금 150억원 수수의혹 사건 재판 때문이다.
현대비자금 150억원 뇌물죄와 병합... 대법의 파기환송으로 1년 더 지연
송두환 특별검사가 2003년 6월 수사발표를 한 대북송금 사건의 경우, 임동원 전 국정원장,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 등 관련자들이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이들은 모두 사면복권까지 받은 상황이다. 그런데 박지원 전 장관의 경우에는 특검 수사 도중에 현대비자금 150억원 수수의혹이 추가로 드러나 사건이 그해 9월 병합되는 바람에 대북송금 사건의 '종지부'를 찍지 못한 것이다.
사건을 이첩받은 대검 중수부는 그후 박 전 장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죄) 혐의로 기소해 1·2심에서 모두 유죄를 받아냈다. 그러나 대법원 2부(당시 주심 유지담 대법관)는 2004년 11월 12일 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재판부가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면서 내세운 핵심 요지는 ▲해외 도피중인 김영완(미국 체류중)씨 진술서의 증거능력이 없고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이 도피중인 김씨를 국내로 데려와 법정에 세우거나, 이씨로부터 새로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하급심(2심 재판부)이 상급심(대법원)의 결정(무죄취지 파기환송)에 반하는 판결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예상이다.
그런데 검찰은 현재 그 두가지 중에서 어느 하나에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오마이뉴스>는 그동안 10여회에 걸친 집중취재를 통해 김영완-이익치씨의 공범관계 의혹을 제기했으나 검찰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를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검찰은 '시간 끌기'로 일관하고 있다.
우선 검찰은 범죄인인도협약에 따라 인터폴에 의뢰해 공범인 김영완씨를 체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영사에 위임한 증거조사 신청' 등에 의한 김씨에 대한 직접조사로 '증거능력'을 보강하겠다며 시간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으나 김씨에 대한 증거신청 조사는 4개월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지난 10월 28일에는 법원 인사로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바뀌었다. 지난해 11월 12일 대법원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해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는데,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의 전수안 재판장이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로 발령나면서 재판부가 바뀌어 박지원씨 사건은 1년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금까지 총 예산 28억3천, 공소제기 이후 예산만 11억6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