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 관성적으로 가지 않기를..."

14일 오전 한나라당 혁신안 놓고 이명박-원희룡 회동...비주류에 힘 실릴 듯

등록 2005.11.14 08:57수정 2005.11.14 11:03
0
원고료로 응원
[기사대체 : 14일 오전 10시50분]

이명박 서울시장은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관료주의에 빠진 모습을 보이며 기존 관행 때문에 관성대로 가려고 한다면 이를 일신하기 위해 당의 전면에 나선 사람들의 면모도 일신할 수 있다"며 지도부 쇄신을 주문했다.

이 시장은 당 운영위원회를 통과한 혁신안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을 14일 오전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원 의원은 "이 사장은 '당이 필요하다면 무엇인들 못 하겠냐'고 하면서 당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원 의원은 국민참여선거인단 중 일반국민선거인단에 책임당원도 투표권을 가질 수 있는 것에 대해 "국민사기극"이라고 반발하며 전날(13일) 손학규 경기도지사에 이어 유력한 대권 후보인 이 시장을 방문했다.

회담 비공개 부분 브리핑에 원 의원과 동석한 정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당의 면모 일신까지는 아니고, 다만 당이 관성적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뜻으로 말씀하신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 부시장은 이어 "시장님께서 당이 국민과 함께 잘 가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쌀협상 비준안 등 국가적 차원에서 가야할 길이라면 한나라당이 중심을 잡고 가야지, 표를 의식한 행보가 과연 역사 속에 어떻게 남을지를 봐야 한다"며 "당이 중심을 잘 잡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원 의원이 전했다. 박근혜 대표의 '비준안 처리 연기검토' 발언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 시장은 "재선거나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도 '한나라당 간판이면 다 당선된다'는 생각으로 안주하면 민심의 심판이 있기 때문에 공천도 제대로 된 사람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원희룡 "이 시장이 힘 합쳐주시기로 했다"

이 시장은 "현재로서는 시장 업무에 전념하고 있어서 당직자처럼 당의 현안에 입장을 갖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한나라당이 민심을 얻는 데에서 문제되는 점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당내에 위기의식을 가진 분들도 있지만, 안면을 생각해 '서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으로 당이 뒷걸음치는 것에 경각심을 안 가진 분들도 있다"고 우려했다.


원 의원은 "이 시장은 당 현안뿐만 아니라 당이 나가는 방향에 대해서 분명하고 치열한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오늘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폭넓게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당내 문제점들에 관심을 갖고 힘을 합쳐달라고 했고, 이 시장도 힘을 합쳐주시기로 했다"며 "이 정도 됐으면 당이 방향을 바로 잡을 능력은 갖고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논의를 추후에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시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혁신안 수정안에 대해 "대권 후보로 지칭되는 사람들의 이해가 어떻게 되느냐의 관점에서 (문제제기를) 하면 안 된다"며 "어떤 규정이 누구에게 '유리하다,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시장은 이어 "국민이 볼 때 '당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의 관점으로 가야지, 자칫 잘못하면 대권 후보간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으로 오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시장은 "그러면 국민들에게 서로 투쟁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어 이를 피해야 한다"며 "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당 운영위원들이 좋은 뜻을 갖고 풀어나갈 것"이라고 원 의원에게 '당에 대한 신뢰'를 당부했다.

이 시장과 원 의원은 각자 일정 때문에 30분 정도 머무른 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