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손끝으로 날아들다

남한산성 산행길에서 만난 새를 부르는 아저씨

등록 2005.11.14 18:10수정 2005.11.1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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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 번 남한산성을 찾은 일이 있지만 항상 그때마다 차를 갖고 가거나 아니면 버스를 타고 산성 속의 마을 한가운데로 들어갔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산성 안의 성벽을 따라 돌며 아래를 내려다보다 돌아왔었다. 근래에 두 번, 마천동에서 시작되는 산길을 따라 걸어서 남한산성에 올랐다. 아는 사람들 여럿과 함께 한 13일의 산행에선 산중턱에서 새를 손끝으로 불러모으는 한 아저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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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아저씨가 새들과 소통하는 특별한 염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새들을 부르는 아저씨의 숨은 비밀은 손바닥에 올려놓은 새의 먹이이다. 그러나 먹이만으로 새를 부를 순 없는 노릇이다. 사람이 내민 손바닥의 먹이는 새들에겐 매우 위험스런 유혹이기 때문이다.

새들이 그 위험을 마다하고 아저씨의 손끝으로 날아드는 것은 보면 아저씨는 먹이로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새들과 나누는 것이 분명했다. 지나는 배고픈 길손에게 밥 한끼를 스스럼없이 나누는 우리네 인정과 같은 것이다. 같은 먹이도 마음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위험한 유혹이 되기도 하고 따뜻한 나눔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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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우리의 일행 중 홍순일씨가 아저씨가 쌓아놓은 신뢰에 기대어 새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새들은 우리들이 갖고 있던 땅콩은 멀리 외면했다. 대신 아저씨가 자신이 챙겨온 먹이를 나누어 주었다. 아저씨의 보증은 곧바로 새들에게서 효험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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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야생의 자연은 항상 우리와 일정 거리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거리가 이렇게 좁혀지기도 한다. 그때면 우리는 손끝으로 날아든 자연이 신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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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홍순일씨 얘기에 의하면 새가 먹이만 낚아채서 곧바로 날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먹이를 물고는 한번 자신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더라고 했다. 이제 새는 팬 서비스의 예의까지 익혔음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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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새에게 먹이를 주며 모두가 즐거워했다. 나눔은 즐거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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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홍순일씨의 딸 하은이도 손끝에서 새의 무게를 느껴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아저씨가 입술을 모아 휘파람을 불면서 새들을 불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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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홍순일씨의 아들 진표는 새가 손끝에 앉자 놀라서 손을 오므렸다. 그러자 아저씨가 손을 잡아주었다. 덕분에 진표도 새에게 먹이를 나누어 줄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김동원의 글터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김동원의 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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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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