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미국무부 차관보가 15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APEC 합동각료회의 2차회의'에서 동료 참가자들과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APEC 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이펙) 정상회의 개막을 이틀 앞두고, 16일부터 부시 미국 대통령 등 21개 정상들이 부산에 속속 도착한다. 또 이날 오전부터 부산대학교에서 국제민중포럼을 시작으로, APEC에 반대하는 국내외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 16일 부산을 찾는 정상은 모두 8개국. 부시 미 대통령을 비롯해 존 하워드 호주 총리,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리셴룰 싱가포르 총리, 알렌한드로 톨레도 페루 대통령, 쩐 득르엉 베트남 주석, 도널드 창 홍콩 행정장관, 임신의 대만 총통 대표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부시 미 대통령. 부시 미 대통령은 보잉747 특별기 편으로 이날 오후 김해공항에 들어온다. 이후 17일 경주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APEC 공식일정에 돌입한다.
1500명 대표단 파견한 미국, 호텔 통째로 빌려 '요새' 구축
이미 1500여명의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한 미국은 부시 대통령의 경호에만 300여명이 투입한다. 지난 주부터 부산에 상주해 온 미국 대표단 관계자들은 부산 A호텔 등을 통째로 빌려놓고 자신들만의 '요새'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300여 객실을 갖춘 이 호텔에 부시 대통령도 머물 예정이다. 이 곳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호텔로 들어오는 길도 외길이어서 반미 시위대나 차량에 대한 통제가 쉽다. 또 호텔 뒤에 산이 있고,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호텔 인근에 급파된 미국 함정으로 대피하기도 쉬운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이 머물 예정인 객실은 최고급 프레지덴셜 스위트 룸으로 크기는 98평 정도다. 하루 숙박비는 540만원이며, 호텔 쪽은 최근 14억원을 들여 이 방을 전면 개·보수했다.
APEC경호안전통제단 쪽에서는 각국 정상이 입국함에 따라 경호상의 이유를 들어, 언론에 이들의 입국 시간, 숙박 장소 등에 대한 자세한 보도를 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각국 정상들이 입국함에 따라 벡스코 등 APEC 행사장을 중심으로 부산 전역에 걸친 보안경호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경호안전통제단에 따르면, 이날 현재 부산을 중심으로 육·해·공 입체 경호작전에 투입된 인력은 모두 4만7천여명이다. 당초 알려졌던 3만7천여명보다 1만명이나 많아진 수치다.
각국 정상 이동 실시간 점검... 회의장 2㎞이내 선박 출입금지
경호안전통제단 쪽에서는 이번 회의가 지난 7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G8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다자간 정상회의이고, 최근 국제적으로 테러가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경비를 더욱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각국 정상을 태운 특별기나 민항기가 한반도 영공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공군 전투기가 따라붙고, 부산과 김해공항, 서울공항 등의 주변 상공은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됐다.
바다에는 해군 3함대의 군함과 해경의 경비정이 1, 2차 방어망을 구축했고, 수중침투를 대비해 대잠헬기가 배치됐다. 특히 2차 정상회의장인 누리마루 주변에는 해군 특수부대원들이 수중정찰을 펼치는 등 경계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든 선박은 2차 회의장 반경 2㎞이내에 들어오지 못한다.
정상들이 김해공항에 도착한 후 숙소로 이동하는 주요 도로를 비롯해, 회의장으로 이동하는 전용도로와 회의장 내부에 2천여대의 폐쇄회로 TV(CCTV)가 그물망처럼 설치돼 있다. 또 인공위성자동위치측정시스템(GPS)을 통해 이들 정상들의 이동 상황이 종합상황실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