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회창측에 건넨 삼성 대선자금 추적"

김인주 사장이 전달한 10억원 주목... '삼성 비자금' 확인되면 공소시효 유효

등록 2005.11.18 19:25수정 2005.11.1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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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대선 당시 삼성 불법 대선자금 제공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삼성측의 자금 출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 자금이 삼성의 비자금으로 드러날 경우 공소시효가 남아있기 때문에 처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18일 참여연대가 고발한 '삼성 불법 대선자금' 사건과 관련해 "삼성측이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후보의 동생 회성씨에게 건넨 자금의 출처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김인주 사장이 전달한 10억원에 주목

검찰은 일단 김인주 구조조정본부 사장(당시 삼성 재무팀장)이 1997년 9월 이회성씨에게 전달한 10만원권 수표 1만매(10억원)에 주목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한 검찰의 '97년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이른바 세풍 사건) 수사기록에 따르면, 김 사장은 98년 11월 대검 중수부에 소환돼 자기앞수표 10억원을 전달한 경위를 검찰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97년 9월 초순 밤에, 누가 먼저 전화를 하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주차장에서 이회성을 만나 제가 007 가방(두께 15㎝ 정도로 상당히 두꺼움)에 담아간 자기앞수표 1만매(10억원)를 직접 전달하였습니다."

당시 검찰 수사팀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에서도 "김태원 한나라당 재정국장이 97년 9월 10~11일에 제일은행 강동역지점에 박○원(2억9천만원) 안○례(2억8천만원) 정○희(2억6천만원) 유○경(1억7천만원) 등 4명의 차명계좌로 10만원권 자기앞수표 1만장(10억원)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해 자금원을 추적한 바, 김인주 삼성그룹 재무담당 상무이사를 소환 조사해 97년 9월 초순경 이회성씨가 김인주 상무로부터 선거용 자금으로 10억원을 교부받았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적시했다.


특히 김인주 사장은 10억원의 교환자금은 삼성의 5~6개 계열사 기밀비 등으로 처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 사장이 줬다는 10억원의 출처가 삼성의 비자금인지, 이건희 삼성 회장의 개인 자금인지 등을 규명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은 당시 10억원을 신세계백화점에서 10만원권 헌수표 1만장으로 바꿔 이회성씨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이 계좌추적을 통해 출처를 확인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돈을 받는 사람이 돈세탁을 해서 사용하는데 이 경우는 주는 사람이 '친절하게' 돈세탁을 해서 준 셈이다.


검찰은 출처 확인 조사를 위해 김인주 사장과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 본부장을 재소환해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8∼10월 사이 이학수 부회장에 대해 두차례 소환 조사를 벌였고, 김인주 사장도 이미 한차례 소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특히 미국에 체류중인 이건희 회장의 소환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회성, 법정에서도 진술 "4차례 걸쳐 60억원 받았다"

검찰은 또 삼성이 지난 97년 대선 직전인 9∼11월 사이 4차례에 걸쳐 이회성씨에게 60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여나갈 방침이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당시 세풍 수사 기록에 따르면 이회성씨는 삼성으로부터 60억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97년 9월 초순경 압구정동 모 아파트 앞 주차장에서 10억원, 10월 초순경 같은 장소에서 10억원, 10월 하순경 같은 장소에서 30억원, 11월 초순경 같은 장소에서 10억원 등 총 60억원을 대선자금 지원 명목으로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씨는 이번 도청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당시 60억원이 아니라 30억원을 받았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하지만 이씨가 '60억을 받았다'고 말한 것은 검찰에서뿐만 아니다.

지난 99년 1월 23일자 제1회 공판조서에 따르면, "피고인은 삼성그룹측으로부터 97년 9월 초순경부터 같은해 11월 초순경까지 4회에 걸쳐 총 60억원을 대선자금 지원 명목으로 받은 사실이 있는가요"라는 검사의 법정신문에 "예, 있습니다"라고 분명하게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세풍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삼성의 경우 국세청을 동원한 강제모금이 아니기 때문에 개정 전 정치자금법으로는 처벌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관련 혐의를 공소사실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삼성이 제공한 비자금의 출처가 비자금으로 밝혀질 경우 공소시효가 10년이어서 시효완성까지 2년 가량이 남게 된다. 따라서 이건희 회장 등 관련자들에게 특경가법상 배임ㆍ횡령죄를 적용, 처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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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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