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수사팀은 어떻게 무배서 수표 꼬리를 밟았나

삼성, 백화점 통해 입수된 무배서 수표를 한나라당에 줬으나...

등록 2005.09.14 13:46수정 2005.09.1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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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수사기록에 따르면, 지난 97년 국세청을 동원해 대선자금을 강제모금한 세풍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가 이회창 전 대통령후보의 동생 이회성씨가 삼성그룹으로부터 불법자금 10억원을 수수한 사실을 처음 확인한 것은 98년 11월 27일이다.

당시 검찰 수사팀은 이승구 중수1과장 앞으로 보낸 98년 11월 27일자 '수사보고'에서 "김태원 한나라당 재정국장이 97년 9월 10~11일에 제일은행 강동역지점에 박○원(2억9천만원) 안○례(2억8천만원) 정○희(2억6천만원) 유○경(1억7천만원) 등 4명의 차명계좌로 10만원권 자기앞수표 1만장(10억원)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해 자금원을 추적한 바, 김인주 삼성그룹 재무담당 상무이사를 소환 조사해 97년 9월 초순경 이회성씨가 김인주 상무로부터 선거용 자금으로 10억원을 교부받았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배서 안된 10만원권 수표 1만장 역추적

8월부터 개시한 세풍 수사에서 당시 수사팀은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삼성의 주도면밀한 대선자금 지원 사실을 밝혀냈다.

우선 김태원 재정국장이 박○원 등의 차명계좌에 입금한 10만원권 자기앞수표 1만장은 모두 사용자의 이서가 되지 않은 것으로 서울, 경기지역의 전 은행에서 각 개인명의의 소액으로 발행된 것이었다. 쉽게 얘기해서 '돈세탁'을 한 것이었다. 통상은 받는 사람이 돈세탁을 해서 사용하는데 이 경우는 주는 사람이 '친절하게' 돈세탁을 해서 줬다는 얘기다.

a 신세계백화점 본점. 삼성측은 지난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측에 수표 10억을 제공할 당시 신세계백화점 본점, 영등포점, 영등포 양평동 소재 프라이스클럽 등을 통해 입수한 무배서 수표를 이용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삼성측은 지난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측에 수표 10억을 제공할 당시 신세계백화점 본점, 영등포점, 영등포 양평동 소재 프라이스클럽 등을 통해 입수한 무배서 수표를 이용했다. ⓒ 오마이뉴스 박수원

따라서 수사팀은 이 자금을 이회성씨를 통해 한나라당측에 전달한 자가 자신의 신원을 숨기기 위해 경마장, 보험회사, 백화점 등을 통해 철저하게 세탁한 것으로 추정하고 본격적인 계좌추적에 들어갔다.

일단 수사팀은 편의상 국민은행에서 발행한 수표(900매)만 취합해 그중 일련번호가 3매 이상 연결되어 동일인이 발행한 것으로 보이는 수표번호를 발췌해 발행자를 확인한 뒤에 김○자, 강○선, 이○군 등 발행자들에게 위 수표의 사용처를 문의했다.


그러자 이들은 "수표의 사용처에 대한 자세한 기억이 없다"고 하면서도 매달 중순 또는 하순경 본점, 영등포점, 영등포 양평동 소재 프라이스클럽 등 신세계백화점 점포에 직접 가서 카드대금을 수표로 지불한 적도 있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발행자들이 공통적으로 신세계백화점에 수표로 지급했다는 점에 착안해, 신세계백화점이 이 자금을 전달하거나 이 백화점을 이용한 기업체가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추정하고, 김○수 신세계백화점 자금담당 이사에게 전화해 수표의 입수와 사용처에 대해 추궁했다.


수표발행자들의 공통점 "신세계백화점에서 지불한 적 있다"

그러자 김○수 이사는 97년 9월 초순경 김인주 삼성그룹 재무팀장(상무이사)의 요구에 따라 그에게 현금 10억원을 받고 10만원권 자기앞수표 1만장으로 교환해주었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이어 검찰은 곧바로 김인주 상무이사를 소환해 김 상무가 97년 9월 초순경 삼성그룹의 자금으로 10억원을 교환해 이회성씨에게 전달해 주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김 상무의 진술은 당시 그룹 '오너'의 처남이자 언론사주인 홍석현씨를 보호하기 위한 '도마뱀 꼬리 자르기'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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