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은 건축...글쓰기 미련 버릴 수 없었다"

[모든 시민은 저자 13]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이야기>의 저자 김대갑 기자

등록 2005.11.27 12:32수정 2005.12.1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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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영화처럼 재밌는 부산이야기> 저자 김대갑 기자. 현재 건축기사로 일하고 있지만 글쓰기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고.

<영화처럼 재밌는 부산이야기> 저자 김대갑 기자. 현재 건축기사로 일하고 있지만 글쓰기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고. ⓒ 조경국

"부산에서 나고 자라 지금까지 부산 땅을 지키고 살고 있으니 애향심은 두말 할 것도 없죠. 젊었을 때는 지역운동도 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나름대로 고향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해보자는 뜻에서 시작한 일이 이렇게 책까지 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이야기>(산지니)의 저자 김대갑(42) 기자를 서울에서 만났다.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회 한 접시, 소주 한 병 시켜 놓고 만나야 신이 났을 텐데 약속이 어긋나 서울 강남에 있는 찻집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부산에서 컸으니 고향 땅에 대한 애착이 클 수밖에 없다. 젊었을 때는 지역운동도 했었다. 나름대로 고향에 대한 공부를 하고자 자료를 찾아 다녔지만 단편적인 것들뿐이었다. 교수나 향토사학자가 쓴 전문서적은 있었지만 대중적으로 접근한 책은 없었다.

직접 나서서 현재 살고 있는 청사포부터 취재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31일 <오마이뉴스>에 썼던 기사와 따로 묵혀두었던 글을 포함해 모두 41곳의 부산 명소를 소개하는 <영화처럼...>을 출판하게 됐다.

"지금 부산에서 성지곡 동물원 짓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건축기사입니다. 오늘도 공사에 쓸 시멘트 때문에 회의가 있어 서울에 왔죠. 현업에서 10년 넘게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 때는 독어독문을 전공했죠. 글에 대한 애정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a <영화처럼 재밌는 부산이야기> 겉표지.

<영화처럼 재밌는 부산이야기> 겉표지. ⓒ 산지니

현업은 건축... 글쓰기 미련 버릴 수 없어


톡톡 쏘는 듯한 부산 사투리에서부터 강기가 느껴졌다. 글에서 느꼈던 부드러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이든 딱부러지게 질문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걱정은 금방 사라졌다. 의례적인 질문이 오고간 다음 부산과 책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자 그는 금세 부드러운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막상 책이 나오고 보니 아쉬운 곳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깊이가 부족한 것이 제일 마음에 걸립니다. 대중을 위한 책이긴 하지만 좀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싶었습니다. 책에서 소개한 곳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지도도 넣고,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들의 뒷이야기도 풀어 보고 싶었는데 지면이 허락하지 않아 넣지 못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좀 더 깊이 있고 재미있는 부산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보고 싶습니다."


그는 <오마이뉴스>에 올렸던 기사를 포함해 부산을 무대로 촬영했던 영화,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전설까지 담아 보고 싶었지만 모두 책에 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영화처럼 재밌는 부산이야기>를 내기 위해 써두었던 글 중에서 3분의 2만 책에 담았단다. 기회가 된다면 좀더 영화와 관련된 내용을 보강해 '영화'와 '부산'을 제대로 다룬 책을 2탄으로 묶어볼 생각이란다.

"부산은 남해와 동해가 둘러싸고 금정산과 백운산이 뒤를 받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낙동강이 흐르죠. 그리고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부산을 무대로 영화 촬영이 많이 이뤄지는 거겠죠."

김대갑 기자는 매일 한 편 이상의 영화를 보는 영화광이다. <친구>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부산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를 보고 무대가 되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 취미이기도 하다.

a '영화'와 '부산'을 제대로 녹여낸 글을 써서 책을 엮고 싶다고.

'영화'와 '부산'을 제대로 녹여낸 글을 써서 책을 엮고 싶다고. ⓒ 조경국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곳도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노란 은행잎이 흩날리며 킬러인 장성민(안성기 분)이 옷깃을 세우고 살인을 저지르는 중앙동과 동광동 사이에 있는 40계단이다. 그는 '극장 지킴이 아랑드롱 딱 걸렸어', '영화처럼 재미있는 건축이야기' 등 기사를 쓰기도 했다.

책을 내기 위해 취재를 다니면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지만 사진 촬영하는 일은 난관에 부딪힐 때가 많았다. 글만으로는 생생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힘들어서 2004년 7월 '국토 일주기' 첫 기사를 올린 후 바로 카메라를 구입했다.

하지만 좀 더 생동감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왜 사진을 찍냐"며 항의하는 시민들이 많아 힘들었다고. 하지만 어려움보다는 보람이 더 컸단다.

<영화처럼...>을 내놓고 난 다음 <부산일보>에 서평이 나오고, 친구들이나 회사 동료들에게 많은 격려를 받았지만 가장 기뻐했던 사람은 아내였다고. 아내는 요즘 이웃들을 만나면 자신의 책 이야기를 먼저 꺼낸단다. 그동안 쉬는 날이면 취재 다니고 글 쓰느라 아내와 아이들에게 소홀했던 것을 <영화처럼...>을 통해 모두 갚은 셈이다.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 소재로 책 엮고 싶어

1년 넘게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오마이뉴스>에서 썼던 기사로 책으로 엮었고 <오마이뉴스>에 대한 애정도 함께 쌓였지만 그만큼 미흡한 부분도 눈에 많이 보였던 모양이다.

"<오마이뉴스>는 어느 매체보다 전달력이 강합니다. 인터넷 언론의 강점을 잘 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문성과 기획력이 왠지 오프라인 신문에 비해 부족합니다. 그리고 지역판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김대갑 기자는 <오마이뉴스>가 좀더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선 전문성과 기획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지역판에 대해 너무 소홀한 것 같다며 서운해 했다. 낙후된 지역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오마이뉴스>가 좀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아직까지 풀어내지 못한 것들이 많습니다. 부산 시민도 잘 알지 못하는 숨어 있는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습니다."

a 김대갑 기자의 손. 튼튼한 집을 짓는 손이기도 하고 숨어있는 부산 이야기를 풀어가는 손이기도 하다.

김대갑 기자의 손. 튼튼한 집을 짓는 손이기도 하고 숨어있는 부산 이야기를 풀어가는 손이기도 하다. ⓒ 조경국


김대갑 기자는...

ⓒ오마이뉴스 조경국
1964년에 태어나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부산 영도 남항초등학교, 남중학교, 해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하였다.

현재 청사포가 지척에 있는 해운대와 좌동에서 웃음소리가 멋있는 딸과 웃는 모습이 귀여운 아들, 그리고 예뻐지려고 노력하는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매일 아침 청사포와 달맞이 길을 산책하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인 저자는 오늘도 부지런히 다른 글감을 찾아 지상을 헤매고 있다.

- <영화처럼 재밌는 부산이야기> 저자 소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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