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창문 너머로 뭉게구름 하늘을 계속 쳐다 보는 울 엄마 모습이에요. 이 모습을 보니 그저 후회가 막급했어요. 좀더 젊으신 나이에 비행기를 태워 드렸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 뿐이었지요. '엄마! 죄송해요.'권성권
엄마와 우리 식구들은 공항으로 가는 길에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울 엄마는 '삥아리'란 말을 아직도 잊지 않고 한다. 그 '삥아리'란 다른 게 아니다. 그건 나를 두고 하는 이야기이다. 내가 어렸을 때에 너무도 허약해서 제대로 크지 않을 것 같고, 또 군대에 가서도 제대로 군 생활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삥아리'라 붙인 것이다.
그 삥아리 되는 내가 자식들을 낳아서 기르고 또 데리고 왔으니, 만날 때마다 울 엄마는 '삥아리 새끼들 왔네. 삥아리 새끼들 왔네' 하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자(이제) 들어가면 된대야(되는 것이냐)?
"그럼요? 저쪽으로 가시죠."
"와따매(우와) 문 놈에(무슨) 사람들이 저러코롬(저렇게나) 많아 분대이(많을까)?"
"저 사람들도 다 여행 가는가 보죠?"
"근다고 저러코롬 많아분대?"
"또 아요? 다른 데 가는지."
드디어 비행기에 올라탔다. 하지만 우리가 탄 시간은 예정 시간보다 30분이나 늦었다. 아마도 그것이 국내선이라 그런 것 같았다. 만약 국제선이라면 기상이변이 없는 한 정각에 떴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그만큼 시간은 둘도 없는 신용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생각은 나만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내 딴엔 이 짧은 여행길을 알차고 금쪽 같이 보내고 싶은 마음 간절했던 것이다.
울 엄마와 딸아이 그리고 나와 아내는 나란히 날개달린 쪽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안내 방송에 따라 벨트를 매고 곧바로 하늘을 향해 올라 떴다. 처음 비행기를 타는 울 엄마도 그런대로 태연한 것 같았다. 울렁거리는 기색도 없이 평온해 보였다. 그리곤 울 엄마는 비행기 창문 사이로 펼쳐져 있는 뭉게구름 하늘을 자꾸자꾸 쳐다보고 있었다.
칠순 넘어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 보는 울 엄마
비행기 창문 너머로
뭉게구름 하늘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울 엄마
그리곤 종종 웃으시는 울 엄마
그런 울 엄마를 바라보는 나는
그저 송구하여 마른 눈물을 삼킨다
좀더 이른 나이에 태워드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그지없는 후회가 밀려든다
아! 어머니,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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