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성장하는데 국민 지갑은 왜 그대로?

[분석] 한국은행, 3분기 국민소득 발표...성장과실 고스란히 해외로

등록 2005.12.02 13:05수정 2005.12.0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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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이후 분기별 경제성장률 변동 추이.
지난 2000년이후 분기별 경제성장률 변동 추이.한국은행

"경기는 나아지고 있는데 국민들의 지갑은 그대로..."

최근 정부와 경제연구소 등에서는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이와 정반대다. 게다가 이 같은 체감경기 괴리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3/4분기 국민소득(잠정)' 발표도 이 같은 현상을 뒷받침한다. 내용을 보면 지난 3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165조9612억 원이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165조7520억 원에 비해 겨우 0.1% 늘어난 수치다.

올들어 GNI 증가율은 1분기 0.5%, 2분기에는 아예 0.0%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대신 일반적으로 경제성장의 지표로 쓰이는 국내총생산(GDP)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2.7%, 2분기는 3.3%를 기록한데 이어, 3분기에는 4.5%까지 증가했다. 올해 실질국민총소득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크게 밑돌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올들어 경제는 말 그대로 성장하고 있지만, 경제주체인 국민들의 소득은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연간 GNI 성장률이 3.8%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GNI 성장률은 턱없이 낮다.

벌었던 돈 해외로 돈이 빠져나간다


외형적으로 경제는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왜 실제 국민 소득은 늘지 않을까. 한국은행은 성장을 통한 이득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한국은행은 "실질국민총소득 증가율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는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무역손실이 늘어난데다가 이자 등 요소 소득의 국외지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좀더 쉽게 말하면 교역조건 악화는 그동안 국제 기름값 등 원자재의 수입비용이 크게 올랐고, 대신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출 물품의 값은 떨어지고 있는 환경을 말한다. 결국 기업의 이익은 그만큼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 같은 교역 조건의 악화로 실질 무역손실의 경우 지난 1분기와 2분기 각각 10조 원을 기록했고, 3분기에는 12조400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3분기 동안 무역을 통해 국내 기업과 개인이 본 손해가 32조4000억 원이나 된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게다가 해외이자지급 등으로 빠져나간 돈도 올 9월까지 1조4113억 원이나 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런 현상이다 보니 경제가 외형적으로 커졌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손에 실제로 들어오는 돈은 적을 수밖에 없다"면서 "지갑에 있는 돈이 그대로이니 체감경기가 좋아졌다고 느끼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소득증가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 실질 GDP가 4.5%를 기록했으며, 작년 같은 기간의 GDP보다 1.9% 증가했다. 민간소비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 증가했으며,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4.2% 늘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으로 건설투자는 0.4% 늘었고, 건설업도 0.6% 성장하는데 그쳤다.

[용어설명]GDP,GNI는 무엇인가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한은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국민소득 통계에서 인용되는 GNI, GDP, GNI의 개념을 알아본다.

▲실질 국민총소득(real Gross National Income) = 우리 국민이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실질 국내총소득(GDI)에서 외국인이 국내에서 벌어간 실질소득은 빼고 우리 국민이 국외에서 벌어들인 실질소득을 더해 산출한다. (실질 GDI +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

▲명목 국민총소득(nominal Gross National Income) = 1인당 국민소득, 국가경제 규모 등을 파악하는 데 이용되는 지표로, 우리 국민이 국내외에서 생산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벌어들인 명목 총소득을 의미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에 명목 국외순수취 요소소득을 더해 산출한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valued at xxxx year prices) = 국내경제의 생산활동 동향을 나타내는 경제성장률 산정에 이용되는 지표로,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수량에 기준연도(현재 2000년)의 가격을 곱해 산출한 물량측정치다. 결국 실질 GDP의 변동분은 가격 변화분을 제거한 순수한 생산수량의 변동분 만을 나타낸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valued at current prices) = 경제규모 등의 파악에 이용되는 지표로,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수량에 그 때의 가격을 곱해 산출한다.

▲실질 국내총소득(real Gross Domestic Income) =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주는 지표다. 실질 GDP에서 교환되는 상품간의 상대가격 변화에 따른 구매력의 변동분, 즉 상대가격 변화에 따른 실질거래 손익을 조정한 것이다. (실질 GDP +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무역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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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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